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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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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규
댓글 0건 조회 1,025회 작성일 25-08-1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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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



무더운 여름, 더위를 피해 들어간 서점에서 주말 하루를 투자할 만한 책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음이 편안해지는 숲 그림이 그려진 표지와 “당신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살고 있습니까?”라는 자기 성찰적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스물여섯에 다국적 기업 임원이 된 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태국에서 스님으로 지낸, 스웨덴 국적의 저자가 쓴 책이라는 점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는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가 17년간 스님으로 지내며 마음을 들여다보고 깨달은 것들을 담은 책이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지혜’라는 나침반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지혜의 소리는 은은해서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습니다.“

대학교 2학년부터 약 5년을 서울에서 지냈다. 이사를 자주 다녔지만, 운이 좋게도 항상 망원 한강공원이나 경의선 숲길처럼 산책하기 좋은 곳이 근처에 있었다. 그 덕에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난 이후에는 자주 산책을 나서곤 했다. 거리를 거니며 만개한 벚꽃, 쨍한 햇빛을 받아 푸르른 나뭇잎, 붉게 물든 단풍, 주변을 새 하얗게 칠한 눈을 보며 걷다 보면 여러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중에서도 자주 떠올렸던 건 그날의 내 모습, 놓쳐버린 순간들, 아쉬웠던 선택들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 시간들은 나에게 ‘지혜의 소리’를 듣는 귀한 기회였다. 조용히 걷는 동안, 나는 나를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요즘의 나는 그런 내면의 목소리를 자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많은 정보와 소음 속에서 오히려 내 마음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앞으로는 하루 중 잠시라도 조용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꼭 만들자고 다짐했다. 내 안의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나티코, 기적이 일어날 여지를 꼭 남겨두세요.”

“나티코, 책무란 결국 현재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이 말은 스님으로 지내던 시절, 과중한 행정 업무에 지쳐 있던 나티코에게 동료와 주지 스님이 건넨 조언이자, 지금의 나에게도 깊이 와닿는 말이었다.

나는 늘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불안에 휩싸였다. 실험도, 인간관계도 항상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충분히 준비했다면 원하는 결과가 따라와야 한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착각은 예상과 다른 현실 앞에서 나를 쉽게 무너지게 만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그것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생각조차 언제든 틀릴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그리고 그 태도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조이는 삶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이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어쩔 수 없는 변수들 앞에서는 기적이 일어날 여지를 남겨두기로 다짐했다.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가기로.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나티코’는 반복해서 우리가 모든 일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 자신’만큼은 조금 더 공정하고 친절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사람 간의 관계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고, 서로의 생각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복잡함 속에서도 나의 말과 행동만큼은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도 있기에 쉽지 않더라도 매 순간 주위 사람들에게 더욱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고 싶다. 그것이 지금의 나, 그리고 나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배려이자, 가장 큰 위로일지 모른다고 느꼈다.

 

최근 핸드폰을 보다 우연히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어른이 된다는 것을 방파제에 비유한 것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하였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그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성난 파도를 맞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닐까. 언젠간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무기력해지지 않고,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는 내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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