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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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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5,882회 작성일 14-04-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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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위대한 극작가인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 ‘아테네의 티몬’에서 황금이 지닌 강력한 힘을 신으로까지 묘사하였다. 그것은 황금으로 대표되는 화폐가 추한것을 아름답게, 늙은 것을 젊게, 비천한 것을 고귀하게 만드는 종교적 마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늙고 병든 노인이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추하고 비천한 인간이 아닌 찬양과 숭배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화폐는 그것을 소유한 모든이들을 경배의 대상으로 만들어 준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무엇보다 화폐의 힘이 바로 신이자 권력이 되는 사회이다. 그야말로 화폐가 신의 노릇을 대행한다.

화폐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돈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사실 우리는 자본의 노예가 되어왔다. 특히나 돈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친숙함에 길들어져 자본주의 체제가 주는 내면의 상처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미 익숙할 정도로 길들여져 버린 것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해 본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책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서 이렇듯 자본주의로 인해 상처받고 분열되어 있는 우리의 내면세계를 탐색하고 보듬어 보고자 한다. 이 책은 기존 자본주의 체제를 경제적 측면으로 접근한 책과 달리 자본주의적 삶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그것을 노래한 시인이나 소설가들, 혹은 자본주의적 삶의 내적 논리를 이론적으로 포착하려 했던 철학자들을 소개하며 현재 상처받고 병들어 가는 우리의 내면세계에 대해 깊이 숙고할 계기를 부여한다.

이 책에는 한세기 앞서서 자본주의로 인해 인간의 영혼이 잠식당하고 그로 인해 받는 상처와 불안을 예민하게 시와 글로 풀어낸 이상, 보들레르 같은 많은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명민한 두뇌와 치밀한 논리로 그 해결책을 찾고자 했던 많은 철학자들을 그들과 엮어 독자들에게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특히나 익히 들어서 알고 있던 시인 보들레르와 철학자 벤야민을 짝지어 패션 유행, 매춘 그리고 투기와 같은 자본주의적 삶의 편린을 살펴본 부분은 단연 이 책의 압권이다. 두 사람의 시와 철학 논문을 간결한 필체로 엮어내는 저자의 필력은 정말 대단하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자신의 목숨을 잃는 것도 모르고 어선에 매달려 있는 ‘집어등(集魚燈)’을 향해 돌진하는 한낱 오징어의 신세임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갈 것이다. ‘욕망의 집어등’ 우리를 유혹하는 치명적 불빛 그리고 유혹들. 화려한 자태를 뿜어 내는 네온사인의 불빛, 담배연기로 가득 찬 클럽 안의 몽환적 불빛, 그리고 욕망의 총체인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불빛. 그렇게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 수많은 불빛에로 옮겨가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 주머니는 또한 소리 없이 비워져 간다. 그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힘든 노동을 감내하지만 어느 순간 그 현란한 불빛의 유혹은 또다시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본주의적 삶은 이런 식으로 깊이 상처받고 더욱 병들어 가게 된다.

사실 생소한 많은 현대 철학자를 소개하고 그들의 인문 철학 논문을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 많아서 절대로 쉽게 읽히는 책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이 상처받고 있더라도 그 상처받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다면 암세포처럼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우리는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자본주의적 삶의 상처와 그에 대한 이상적인 대안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을 꺼내 들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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