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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쉬 인물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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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5,972회 작성일 14-04-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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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고, 그 순간의 기록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것.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다. 게다가 그것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깊이 있는 영감을 제공했을 때 찰나의 순간은 역사로 확장되어 그 가치를 발하게 된다. 언론 보도에서 단 한 장의 사진으로도 사람들의 관심과 동정을 끌어낼 수 있는 거대한 힘이 사진에는 내재해 있다.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그들의 마음, 내면, 영혼에 담긴 위대함을 찍는 것이다. "라고 말한 인물사진의 거장 유섭 카쉬. 수많은 다채로운 색깔들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지만 빛 바랜 흑백 사진 한 켠에 인간의 깊이 있는 내면을 담아내려 노력했던 카쉬의 예술 세계를 볼 기회가 생겼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전은 카쉬의 주요작품만으로 엄선된 10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윈스턴 처칠, 오드리 햅번, 아인슈타인, 피카소 등 지난 20세기를 빛낸 위대한 인물들의 모습을 카쉬만의 날카로운 눈을 통해 다듬어진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영혼을 찍는 사진작가’로 불리는 유섭 카쉬는 인물만의 고유한 매력을 사진에 담아내기 위해, 사진을 찍기 전 모델의 성격이나 관심사 등을 연구하여, 편안하고 인간적인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이끌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카쉬의 작품에는 우리가 접해오던 명사들의 평소 모습 외에, 그들의 감춰진 내면이 고스란히 묻어나게 된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이해하면서 이루어지는 아날로그적 소통이 사진 한 장에 담겨있다는 것. 그것이 카쉬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인물 사진 중 오랜 시간 동안 내 시선을 끈 작품은 고뇌하는 ‘슈바이처’ 박사의 사진이었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슈바이처의 사진에서 한 세월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성인의 고귀한 정신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깊은 두 눈 위로 삐죽삐죽 뻗어 나와있는 긴 눈썹들은 그의 험난하고 고됐던 삶의 징표 같아 보였다. 그 사진에 전해지는 인품을 더 간직하고 싶어 나오는 길에 사진 몇 장을 구입했다.

인물 사진에 더하여 두 번째 파트에서는 명사의 손을 확대하여 찍은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사람의 손을 통해 성품과 성향을 표현하고자 했던 카쉬의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카쉬가 직접 보고 자란 캐나다의 모습을 담은 ‘풍경사진’이 주를 이루었다. 카쉬가 살던 캐나다의 산업발전 시대의 면면이 잘 녹아 있는 듯 했다.

카쉬가 얘기했듯이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에는 인간 고유의 내면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숨어있는 듯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타나 그 사람을 드러나게 한다. 하여 무조건 예쁘고 잘생겨 보이는 사람보다는 바르고 정직한 인상을 갖는 사람이 더욱 매력적이고 멋있어 보인다. 뚜렷한 이목구비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바른 용모는 수 년에 걸친 올바른 마음가짐을 통해 드러나는 법이니까.

사진전을 통해 느낀 점은 역시나 겉으로 드러나는 외면 보다 그 속에 켜켜이 쌓아온 그 사람의 내면을 보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과 나 역시 내면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항상 밝은 낯빛을 갖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장자의 명경지수(明鏡止水)! 덧붙여 참 고루한 말이지만 나이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새겨 두어야 할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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