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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 b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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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승민
댓글 0건 조회 6,057회 작성일 11-07-1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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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어릴 적, 새해가 다가온 날이었다. 사람들은 새로 다가오는 해에 대해 많은 기대와 흥분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사이의 나 역시 그들의 이야기와 분위기에 감흥이 되어 들떠 있었으며, 드디어 기다리던 그 날이 밝았다. 새해가 되고 난 밖을 뛰쳐 나가 크게 외쳤다. ‘새해다!’ 그런데,,, 새해인데 하늘은 어제와 같이 푸르르고, 골목길도 여전하며, 사람들도 그대로다. 뭔가가 이상했다. 아니, 이상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왜 새해인데, 세상이 그대로이지? 난 아마도 새해가 되면서 무엇인가가 바뀌기를 기대하였던가 보다. 사람들이 그렇게 새롭게 바라보던 새해가 단지 평범한 날들의 아침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너무 실망을 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기대하였던 것들이 정말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크게 무너졌다.

기대를 안고 기다리는 것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설레임과 동시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도 가지고 있게 된다. 만약 정말 좋아했던 사람과 10년 뒤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였다면, 우리는 그 날 다시 만날 것을 손꼽으며 기다리겠지만 동시에 그 사람은 자기와 같은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될 것이다. 두 남녀 작가가 독특한 방식으로 글을 쓴 같은 제목의 두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는 10년 후 재회의 약속을 가슴에 묻어 둔 두 연인, 쥰세이와 아오이의 사랑의 행방을 써내려 가며 가슴 속에 묻어둔 서로에 대한 마음을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풀어갔다. 이 독특한 소설은 츠지 히토나리 라는 남자 작가와 에쿠니 가오리 라는 여자 작가가 2년여에 걸쳐 편지를 주고 받듯이 서로의 원고를 주고 받으며 연애하듯이 써 내려간 릴레이 러브스토리이다. 같은 내용에 대해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 써 내려갔는데, 이번엔 둘 중 쥰세이의 관점에서 써 내려간 ‘blu’를 먼저 읽게 되었고 다 읽고 났을 때에는 나머지 책에 대해서도 너무 궁금해졌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지내온 것일까.

쥰세이와 아오이는 19살의 어린 시절에 만나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아껴주며 절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사랑을 하였다. 그들의 사랑은 아직은 풋풋해서 모르는 것도 많았고 어설펐으며, 그들의 관계는 항상 어둠 속에서만 이루어질 정도로 순수하였다. 그런 그들이 한창 뜨거울 때 잠깐 스쳐 지나가듯이 말했던 약속이 지금 한 남자에게 세상의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로 다가오고 있었다. 쥰세이는 너무 사랑했던 그녀와 어떻게 헤어졌는지 이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당장 곁에 자신을 너무 사랑해주는 여자가 있지만 그녀를 안고 있어도 머리 속에서 아오이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서로가 너무 싫어진 체로 헤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녀에 대한 생각은 미련과 그리움의 자양분으로 인해 머리 속에서 점차 커져만 가게 된다. 우연히 친구로부터 그녀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사랑, 중절 그리고 이별,,, 왜 그녀가 자기를 떠나가게 되었는지 알게 된 후로 쥰세이는 미련과 그리움에 이어 슬픔과 죄책감에 약속한 날이 오더라도 그녀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자 그녀를 더욱더 보고 싶고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헤어진 후 9년이 되도록 잊지 못하는 그녀 때문에 지금 곁에 있는 그녀를 떠나보낸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이곳 피렌체로 와서 유일한 가족 같은 할아버지의 장례에도 가지 않는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그녀는,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녀가 정말로 앞에 있다. 오히려 그리워하기만 하여서 그런지, 실제로 앞에 그녀를 두고선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들은 단 사흘만의 재회의 시간을 가지며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무수히 고민을 하지만 냉정 앞에 쥰세이는 아오이를 열차에 태워 보낸다. 돌아오는 길에 가슴 한 구석에서 열정이 꿈틀거린다. 이제 그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정말 쥰세이에 많은 감정 이입을 한 채로 읽게 되었다. 가슴 속에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그로 하여금 너무 힘들고 죄송한 일임에 틀림 없을 것이다. 가슴과 머리가 서로 다르게 움직이면 우리는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가 곁에 있는 메미를 왜 떠나보냈는지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할 정도로 한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그 사람은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씩 가지고 있을 옛 사랑에 대한 추억, 우리가 만약 다시 재회를 하게 된다면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고민을 할 정도로 그 사람을 좋아했었는지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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