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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송승민, 무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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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승민
댓글 0건 조회 6,960회 작성일 11-04-1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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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송승민, 무대에 서다.

요즘 텔레비전을 통해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 등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나는 가수다’ 로 한참동안 가요계에서 큰 흐름을 형성 하던 아이돌 대신에 실제 실력 있는 가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분위기라면 기존의 실력파 가수들도 새롭게 나설 수 있게 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외모에 의해 뜨거나 혹은 소속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순수한 실력을 가진 아마추어들에 대한 갈망이 크게 다가오는 것은 단순히 기존의 흐름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욕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주목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이루어지는 것을 환호하는 것이다. 특히, 어떤 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졌더라도 다른 이유에 의해 인정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야 말로 자신에게 더 이상 오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능력 있는자가 인정 받을 수 있는 분위기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 분위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곧 이 분위기는 금방 식상해져버릴 수 있으며,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인스턴트한 대중 문화 흐름을 보면 이러한 관심은 곧 다른 이슈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인물 좋고 춤 잘추며 끼 많은 아이돌들이 대세를 이루던 가요계에서 상대적으로 실력만을 가지고는 장기적으로 이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지금이다.

내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의 노래 실력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취미로 하시는 합창단에서 에이스로 활약하시는 어머니의 영향 덕분인지 예전부터 음악을 듣는 것에만 그치지 못하고 꼭 따라 불러보고 싶어 하였다. 가끔 실험을 해야 하는 팹에서도 잠시 짬이 나면 혼자 괴성을 지르곤 하는데, 미안하게도 그때 팹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내 목소리를 듣고 끔찍해하곤 한다. 그래도 노력을 하면 늘기는 느는지 구렁이 담 넘어가는 속도로 노래 실력이 급상승 했다고 혼자 생각했다. 부쩍 많이 친해진 기숙사 룸메이트도 나처럼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둘이 종종 노래방을 가곤 했는데, 녀석 말이 우리 둘이 학교 가요제에 나가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처음에 난 어이없어 하였지만, 오- 땡기는 말이었다. 내 평생 언제 그런 곳에 나가보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잊고 있다가 일주일 전 불연 듯이 그 얘기가 생각이 나서 태울 가요제에 대해 알아보니 등록이 하루 남았단다. 그런데 룸메이트는 그때 당장 옆에 없었고, 짧은 시간에 서로 없는 시간 내서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 눈 딱 감고 나 혼자 신청했다. 신청하고 나니 참 답답했다. 평소에도 이야기 조금만 많이 해도 목이 쉬어서 말도 제대로 못 할 만큼 목이 약하고, 최근에는 감기까지 있어서 목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조금씩 예선에 가까워질수록 괜히 신청했다는 생각이 많아졌고, 목은 전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말 수와 목소리 크기를 급격히 줄이게 되었다. 최근에는 업무 때문에 워낙 바쁘다보니 연습은 커녕 잠 잘 시간도 많이 부족해서 더더욱 회복되는 속도가 매우 더디었다. 목 상태가 약간 나아지자 그래도 연습은 해봐야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룸메이트를 억지로 데리고 잠 자는 시간 줄여서 늦은 밤에 노래방 한 번 갔다 왔는데, 이게 역효과를 일으켜 목이 더 잠기게 되었다. 예선 이틀 남긴 그 상황에서 나는 이미 마음은 비웠다. 참여에 의의를 두자.

오늘 저녁에 잡혀 있던 예선 이전에 나름 리허설이 있다고 해서 잔뜩 긴장해서 낮에 갔었는데, 다른 참가자들이 리허설 하는 것을 보자 의외로 용기가 생겼다. 이제 나의 차례가 와서 드디어 내가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이런, 원래 이런 것은 알고 있었지만 리허설임에도 불구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컴컴한 관중석의 사람들과 스텝들은 보이지 않고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 지 몰라 허둥대었다. 게다가 옆에서는 나도 나름 참가자라고 카메라로 촬영하려고 들이밀자 나의 부담감은 점차 높아져갔다. 그새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 민망할 정도로 음정 불안, 박자 불안, 호흡 불안... 식은땀과 함께 온 몸이 벌벌 떨렸다. 다른 사람들 리허설 시간 다 채워서 부르고 나오는데, 나는 1절만 하고 중간에 나와 버렸다. 컨디션이 정상이어도 모자란 마당에 나름대로 관리 한다고 했지만 아직 나의 목소리는 원하는데로 나오지 않았다. 너무 부끄러워 서둘러 그 자리를 뜬 나는 연구실로 돌아와 깊은 한 숨만 쉬게 되었다. 잠시 이대로 기권해버릴까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리 부족하더라도 이렇게 쉽게 끝낼 수는 없는 것, 망하더라도 끝까지 가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남은 대여섯 시간 동안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목을 더 이상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거의 제대로 하지 못한 연습을 하는 것 밖에 없었다. 물을 통에 담아 들고 계속 마시면서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을 것 같은 곳에 가서 혼자 꽥꽥대다 쉬었다 하며 연습을 하였다. 자, 이제 남은 것은 실전.

룸메이트를 제외하고는 일부러 아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가 가요제에 참여한다는 것도 우스운데다 내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실 사람들이 알았더라면 계속 놀림감이 될 것 같은 생각에 더더욱 이야기할 수 없었다. 이제 시원하게 끝내고 나니 기분이 홀가분하다. 마치 예전에 재미난 일이 다가올 때 느꼈던 설레임과 걱정이 오랜만에 다가왔었다. 계속 학교에서 지내던 삶에서 권태로움을 느낄 수 있는데, 나 자신에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준 내가 스스로 대견하였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예선에서 부족한 실력에도 끝까지 참고 들어주신 심사위원 분들과, 너무 고맙게도 끝난 뒤에 박수까지 쳐주신 어두워 얼굴 보이지 않았던 몇몇 관객분들, 그리고 열심히 태울 가요제를 준비한 VOK 스텝들에게 정말 감사함을 느낀다. 인간 송승민, 앞으로는 있을지 모르는 무대에 올라 열창을 하다. 장하다, 송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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