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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한 대중들이 초래하는 그들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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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위주형
댓글 0건 조회 6,086회 작성일 11-04-1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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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중의 하나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가 이문열이 저서한 책이다. 이문열의 한국문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커서 문학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많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가장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 최고 작가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이문열의 작품 세계에는 그의 경험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어려운 사회․정치적 문제들도 서슴없이 비판적으로 책에 그려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그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1987년도에 저술되어 아직도 발간되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친숙한 이 책. 예전에 영화로만 보았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최근에 책으로 다시 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영화로 보았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초등학생의 시선 뿐. 겉으로 보이는 내용과 감정만이 전달되었을 뿐, 내용은 마음 깊숙이 박히지 못했었다. 최근 다시 책으로 접하게 된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다시 그들의 영웅을 접했을 때, 나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 시대를 알게 되고, 이 사회를 알게 됨에 따라 이것이 단순히 한 교실에서의 권력의 몰락과정을 그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한때 절정에 이르던 권력의 몰락 과정. 이 사회의 그것이 작은 교실 속으로, 작은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작지만 실제로는 크게 보여 진다. 단순히 사회의 한 권력이라기보다는 한국 정치의 특성을 품고 있는 듯한 이 소설.

합리적이고 민주적이었던 서울의 학교생활에 젖어있다 전학 온 시골 학교의 부조리를 알아채는 한병태. 좋은 성적과 힘, 5학년 담임선생님의 신임으로부터 얻은 특권 등으로 막강 권력을 휘두르는 급장인 엄석대. 그 상황에서 민주적 사고방식을 지닌 한병태는 엄석대의 권위에 도전하려 하나 석대를 두려워한 반 아이들과 엄석대의 따돌림, 괴롭힘, 그리고 5학년 담임의 석대에 대한 절대적 신임과 그의 방관자적 태도로 결국 좌절하게 된다. 그리고 끝내는 자신 또한 엄석대 체제에 무릎을 꿇고, 그의 일원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하지만 6학년 새로운 담임선생님, 개혁적이고 민주적 절차와 방법을 중시하는 그에 의해 엄석대의 비행이 탄로 나게 된다. 새 담임은 엄석대보다 우위에 있었고, 그의 권위로 엄석대의 힘을 눌러버릴 수 있었기에 아이들은 그의 횡포에서 벗어나 어설프지만 그들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일궈낸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그들 스스로의 손으로 일궈낸 것일까?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비판적으로 보았던 것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태도였다. 특히 반 아이들의 태도가 가장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관자적인 어찌 보면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 싶을 정도의 5학년 담임, 힘으로 모든 것을 제압하려는 엄석대, 그리고 그의 권력과 횡포, 권력에 불복종한 대가를 톡톡히 치뤄 현실의 가치를 긍정하게 되고 그것을 자식에게 교육시키는 야속한 아버지... 이들 모두 이 사회 민주주의 현실과 연결되어 이 사회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하였으나 내게는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반 아이들의 이기심, 즉 대중(국민)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5학년 때, 엄석대에게 절대 복종했고 그의 권력에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다가 6학년 새로운 담임에 의해 그의 권력이 무너지자 그에게 싸늘히 등 돌리고 마는, 자발적으로 행했던 행동을 새로운 권력이 나타나자 모두 엄석대에게 떠넘겨 버리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것 같은 아이들. 나중에 이루게 된 그들의 민주주의가 과연 그들 손에 의해 이뤄진 것이 맞기는 한 것인가? 그렇다면 5학년 때에도 그들에겐 엄석대 체제를 뒤엎을 능력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왜 저항하지 않았을까? 한병태가 한 학기동안 엄석대의 권력에 대항해 힘겨운 싸움을 할 때는 모두 등 돌리고 있던 그들이었다. 모두들 잘못된 것을 알고 있었으나 맞을까봐 또는 따돌림 당할까봐 등등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까봐 불의에 복종했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인물들 때문에 엄석대의 권력이 더욱 탄탄해진 것은 아닐까? 6학년 때 그들이 성취한 민주주의는, 엄석대를 몰아낼 수 있었던 것은, 엄석대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선생님 뒤에 줄을 섰기 때문일 것이다. 주관 없이, 아니 주관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 줄서기에 급급한 아이들, 아니 이 나라 국민들!

정당한 일이건 그렇지 않건 불만을 뒤로 감춘 채 억압을 받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희생을 기피하며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행동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 때문에 이 사회는 항상 윗사람들의 정치 플레이에 의해서 좌우된다. 이 나라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의 온갖 부조리의 근본 원인이 어떻게 보면 이러한 국민들의 아니함 때문이 아닐까? ‘이기주의’. 이것으로부터 이어진 줄서기와 각종 부조리들. 아이들이 이기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단 몇 명이라도 엄석대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면, 아니면 단 한 명이라도 한병태의 손을 잡아주었다면 그 뭉친 힘과 그 파장이 그들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개개의 이기심 때문에 그들 모두가 1년을 엄석대의 독재 하에 불이익 받으며 살아야 했다. 누구하나라도 엄석대에 반기를 들 용기, 희생정신이 있었다면 그들 모두가 1년을 억압 속에서 살지 않았어도 될 것이다. 나는 독재는 단 한 명의 힘을 가진 독재자의 잘못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부하들과 그 체제을 두려워하며 방관하는 국민들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방관만 하고 있는 이기적이라 볼 수 있는 민중 또한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의 권력의 실상을 작은 교실에 축소시켜 나타낸다는 것이 주요 요점이다. 그리고 후에 엄석대가 범죄자가 됨을 보여줌으로써 무력, 권력의 무의미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내게 시사하는 바는 바로 이 방관자적 태도의 국민들이다. “세상은 언제나 그래왔었고, 또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뀔 일이 없기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 정치나 사회를 방관할 수밖에 없다.” 라는 나약한 방관자적 시점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는 기반이 약한 나라를 만들어 냈다.

최근의 중동과 아프리카에 불고 있는 민주화 운동. 죽음을 불사르는 그 운동에 대해서는 그 나라 사람들에게 크게 존경의 의미를 주지만, 이렇게 피나는 전쟁을 일으키게 한 것 또한 그 국민들이다. 40년을 독재로 집권하던 카타피를 그들의 아버지 세대나 현 세대들은 왜 이렇게 정권이 탄탄한 시점에서 민주화 운동을 추진하였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던 민주화운동. 그 변화를 가지고 큰 자랑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상 그 변화는 정말 민주적이었을까?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의 대한민국은 과연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상적인 나라라 볼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을 '무관심한 대중들이 초래하는 그들의 덫'이라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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