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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빌딩 앞에선 조그마한 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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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윤상
댓글 0건 조회 5,811회 작성일 10-12-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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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성적’ 동물이기에 다른 동물들처럼 분쟁이 발생했을 때와는 다르게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렇게 해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 사회적으로 분쟁의 해소, 책임 유무를 다루는 사법기관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개인간 또는 집단간 발생한 분쟁이 모두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되고 있는 걸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분쟁이 바람직하게 해결되진 않는다’에 동의할 것이다. 특히 분쟁당사자간의 사회적 크기가 다르면 다를수록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로버트 컨즈 교수는 어느 이슬비가 오늘 날 가족들과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서 와이퍼의 불편함을 인식한다. 이슬비가 와서 굳이 와이퍼를 빠르게 움직여서 제거할 필요가 없음에도 그러한 기능이 없기 때문에 시끄럽고 걸리적 거리는 소리를 계속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트랜지스터, 저항, 캐패시터 등의 간단한 회로 조합만으로 속도 조절이 가능한 와이퍼를 개발한다. 그리고 그 당시 세계 1위 기업이던 포드 자동차 직원 앞에서 시연까지 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회사는 워싱턴으로 보내 실제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컨즈 교수에게 요구했고 결국 그것에 응하게 된다. (컨즈 교수도 자신의 발명품이 복잡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여 보안에 신경 쓰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포드로부터 납품을 받지 않겠다고 연락이 오고 18개월 뒤 속도 조절이 가능한 와이퍼를 장착한 포드 자동차를 보게 된다. 즉, 검증 받기 위해 보낸 샘플로부터 기술 유출이 생기고 만 것이다. 컨즈 교수는 포드 사에 항의해보지만 포드 사는 이미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컨즈 교수의 제품을 본 따서 만든 것이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온다. 그리고 나서 이곳 저곳에 항의를 해보지만 아무도 거대 기업에 맞서려 하지 않고 그러던 와중 자신의 가정마저 붕괴되고 만다. 그로부터 십 여년 후 자신의 발명 특허가 유효기간이 끝날 때쯤 다시금 포드 사와 마주치게 되고 결국은 법정 소송까지 가게 되고 결국은 배심원들이 포드사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면서 끝을 맺게 된다.

같은 자동차 분야는 아니지만, 이와 같이 기술을 다루는 분야에 일하는 사람으로써 느끼는 부분이 아주 많다. 영화 중간에도 나오지만, 컨즈 교수와 비슷한 경우가 종종 있어왔지만 그 어느 누구도 법정 소송까지 갈 마음을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법정 비용이 가장 큰 문제이고 그것 때문에 자기 가정의 밥벌이를 걱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컨즈 교수를 도와주는 발명가 협회의 한 회원이 말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박사님 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교수라는 직업과 벌이를 가진 컨즈 박사만이 도전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컨즈 박사 자신의 고집이다. 포드 사가 법정 소송이 시작하기 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합의 비용을 제시하면서 합의를 종용한다. 처음에 제시간 30만 달러를 제시하여 컨즈 박사가 만족하는 듯 하지만, 회사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합의를 하지 않고 어려운 길을 택한다. 결과적으로 재판에서 이겨서 큰돈을 받고 또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인정받았지만, 그러던 와중에 자신의 가정은 깨지고 영화가 생략한 대략의 10여년(초등학생이던 큰아들이 대학생이 되었으니)을 불우하게 보냈다는 점을 상기할 때 만약 나라면 저러한 결단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컨즈 박사의 자녀는 무려 5명이다.) 발명가 혹은 엔지니어로써의 컨즈 교수의 자부심과 불의에 대해 맞서는 것은 영화 초반 ‘실용전기기술’ 강의에서 “일에서 기술보다 윤리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말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끝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영화 포스터(이 글의 제목이 묘사하고자 했던)는 곧 이 영화를 가장 잘 묘사해준다고 볼 수 있겠다. 기업도 결국은 인간들도 이루어진 사회 공동체이지만, 그들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잘 뭉쳐져 있다. 다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만큼 한 개인에 비해 훨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그 기업이 포드 사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라면 말할 나위 없겠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영화에서와 같은 일들을 서슴없이 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노출된다. 뉴스를 보면 대개 개인의 이익을 기업이 해쳤다는 기사는 본적이 없지만, 기업의 이익을 몇몇 개인이 해쳤다는 기사는 종종 눈에 띈다. 과연 개인의 이익을 기업이 “전혀” 해치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화 된 적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휴대폰 한글 입력 방식과 관련된 일만 하더라도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기업도 사회를 이루고 있는 한 부분이고 마찬가지로 분쟁의 발생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점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보다 넓은 사회 구조체인 국가가 이를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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