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공포 영화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서유진
댓글 0건 조회 6,758회 작성일 10-11-21 22:32

본문

여름의 끝자락을 지나 어느 덧 입동을 거쳐 겨울이 되어 간다. 영화를 보는데 계절이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공포물은 여름에 유난히 강세를 보인다. 익숙하지 않은 공포나 낯선 것을 접할 때 느끼는 소름으로 인해 체온 감소 효과가 있다고 들은 바는 있지만, 비단 이런 효과만이 여름에 공포물이 활개치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조금 철 지난 이야기이지만 여름철 우리를 찾아오는 단골 손님 중 하나인 공포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 그 중에서 가장 대하기 힘든 장르가 공포물이다. TV를 자주 보지 못하는 요즘에는 어떤 지 잘 모르겠지만, 케이블이 서서히 풀리고 지역 방송 외에 서울 방송이 경북 촌구석에 들어오기 시작하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여름이 되면 각 채널마다 경쟁하듯이 공포물을 상영해주곤 했다. 전설의 고향, M과 같은 미니시리즈부터 공포 영화까지 다양하게도 상영하였다. 당시 극장과 비디오를 처음 접한 후 이것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던 나는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나온 공포 영화의 한 장면에 큰 두려움을 느끼고 초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여름밤에는 TV를 켜지 않기도 했었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에 한두층 밖에 차이나지 않는 친구 집에 갈 때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곤 했는데, 곧 폐쇄 공간과 관련된 영화도 나오더라. 이렇듯 공포 영화는 내게 낯설고 불편한 존재였기에 이것에 열광하거나 이를 제작하는 이들의 심리가 무척 궁금했었다.

시간이 흘러 공포 영화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누그러들자, 공포물의 존재와 제작자에 대한 궁금증은 호기심으로 바뀌어 몇몇 영화는 찾아서 관람하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점차 공포물에 대한 인식이 변하였는데, 단순히 공포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장르가 복합적이고 시험적인 것이 많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작품들도 많다는 점이다. 연애물이나 드라마, 액션물의 경우 대부분 거액이 투자된 대작이며, 제작자 및 관람자가 요구하는 바가 비슷하기 때문에 내용이 비슷비슷하고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포 영화의 경우, 제작자는 이러한 관람객의 기대에 부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결말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공포물의 존재 목적이 의외성과 독창성에 있기 때문에 적은 관람 경험으로도 다양한 감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B급 소재, 자극만을 목적으로 하던 전통적인 공포 영화를 벗어나 유머, 멜로 등을 겸비한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심지어 과거 공포의 대명사였던 흡혈귀가 요즘은 햇빛을 받으면 피부가 보석처럼 빛나는 헐리우드 남자 배우 인기 투표 1위의 미소년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장르의 발전 여지는 아직도 넓어 보인다. 작품을 접해갈수록 ‘왜 이런 기괴한 것을 만들었을까’ 했던 어릴 적 의문은 어느새 ‘어떻게 이렇게 독특한 것을 생각해냈을까’ 하는 감탄으로 바뀌었다. 이는 새로운 것을 접할 때 느끼는 흥미에서 오는 감상일 수도 있지만, 알면 알수록 불쾌함만이 남았던 기존의 인식과 달리 많은 매력을 지닌 장르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요즘 공포 영화 리뷰 블로거가 지필한 책을 주문해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공포 영화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소재의 경우, 마냥 자극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민화나 전설 등을 토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에서는 흡혈귀와 늑대 인간이 그랬고, 우리나라의 전설의 고향 등이 이에 속한다. 영화 속 캐릭터의 설정, 등장 배경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가지고 본다면 단순 자극 이상의 내용을 얻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시대상 또한 반영하기 때문에, 특정 영화를 통해 해당 시대가 느끼는 대표적인 두려움이 무언인지 파악할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공포 영화들이 흥미 위주이기 때문에 이러한 감상은 확대 해석이라는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수능 문제로 나온 자신의 시에 대한 해석을 틀린 후, 답을 본 후에야 ‘깨달아야 했다’는 시인의 이야기가 한 때 도마에 오른 점과 같이 작품들의 진짜 의중은 제작자만이 아는 법이다. 자신의 작품을 ‘이런 작품이니 이렇게만 감상하라’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관람객은 다양한 작품을 보며 다양하게 해석하고 서로 토의하면서 내용을 보다 음미할 수 있다. 공포물이 다른 작품보다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또한 대중적으로 사랑받아온 장르의 하나이기에 관심을 가진다면 다른 어느 장르보다 새롭고 흥미로운 작품으로 다가와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