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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고와 아오마메의 유난히도 길었던 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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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정훈
댓글 0건 조회 6,499회 작성일 10-10-1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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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앙드레 가임’, ‘콘스탄틴 로보셀로프’ 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소식이 우리에게 청량한 파도를 몰고 왔을 무렵, 노벨 문학상은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등이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 되고 있었다. 평소 노벨상이라는 것이 나와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그래서 어떻게 되어버려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내가 연구하고 있는 ‘그래핀’ 이라는 주제로 수상자가 선정되고, 내 책장에 꽂혀있는 그리고 내가 탐닉하듯 읽어 내려갔던 소설의 저자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 되고 나니 하루아침에 노벨상이라는 주체가 성큼 내 앞으로 다가와 버린 느낌이다.

소설 “1Q84”는 ‘덴고’ 와 ‘아오마메’ 라는 이름의 두 주인공이 1984년 4월에서 12월까지 겪는 아련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앞선 리뷰에서도 언급했었지만 “1Q84”는 단순히 일본어에서 숫자9와 알파벳Q의 발음이 같은 데서 비롯된 가벼운 말장난이다. 지난 1권과 2권에서 4월부터 9월까지의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니 시간상으로는 3권이 대단원의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아니면 1Q85라는 제목으로 4권이 나오거나..ㅎㅎ) 사실 이 3권은 몇 주 전 왕의 귀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발간되어 내 책상 위에 고이 모셔져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인 야나체크의 산포니에타의 판매장수가 “1Q84” 발간 이후 단기간에 몇 배나 증가했다는 소문을 보면 과연 왕의 귀환이라는 타이틀은 광고를 위해 출판사측에서 억지로 지어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번 3권에서는 초반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던 ‘후카에리’라는 여고생의 문예 등단작 “공기번데기”를 중심으로 한 환타지 중심의 이야기에서 완전히 덴고와 아오마메의 사랑이야기로 그 방향을 틀어 버렸다. 이 사랑이야기는 두 주인공의 아련한 어린 시절의 짧지만 강렬했던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속 이야기처럼) 기억이 각자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다가 그 둘을 하나의 인연으로 엮어간다는 내용으로 진행되는데 주인공들은 소설 “공기번데기”를 중심으로 한 사건들을 하나하나 겪어 나가면서 조금씩 엮이게 되고 이것들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아련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현실로 이루어 낸다는 큰 그림을 조금씩 완성해 나가게 된다.

다른 소설과 차별을 이루는 이 작품만의 특징이 있다면 소설 초반부터 시작되었던 “공기 번데기”라는 소설 속의 소설의 배경과 인물들은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종교단체 “선구”를 매개로 하여 소설 속의 현실과 섞여 들어가서 마침내는 현실과 환타지를 그래핀 한 층의 두께만큼 가까이에 비추어 내 버린 것을 들 수 있겠다. 이 환타지풍의 현실 속에 진지한 사랑이야기를 섞어 놓으니 다소 따분할 수 있는 두 주인공의 첫사랑 찾기 놀이가 다소 새로운 각도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특히 ‘덴고’와 ‘아오마메’가 “공기 번데기”속에 등장하는 두 개의 달이 현실의 밤하늘에 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랄 때 그리고 수 많은 어려움 끝에 애타게 찾던 서로를 만나고 나서 그 두 개의 달빛아래에서 서로의 손을 잡는 구절에는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동하는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비록 두 주인공이 결국에는 만나게 된다는 큰 이야기 흐름의 결론을 스포일 해버리긴 했지만, 책은 언제라도 내 책장에 꽂아 둘 테니 이번 가을에는 다른 연구실 동료들도 노벨문학상의 후보로 빛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자연스럽고 세세한 표현과 다소 환타지적인 러브스토리를 한번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1Q84가 당신의 “공기번데기”가 되어 첫사랑과의 만남을 실현시켜 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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