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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허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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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위주형
댓글 0건 조회 6,075회 작성일 14-04-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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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뮤지컬 - 지하철 1호선 >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이 작품은 독일 그립스 극단의 작품을 한국적 상황에 맞추어 번안한 작품으로 1994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16년째 공연되고 있는 한국 뮤지컬의 대표작이다. “지하철 1호선”은 전용 공연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무임승차’라는 록밴드와 항상 함께한다. 강렬한 전자음과 공연장 내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는 시끄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다. 이 작품은 그리 즐겁지 못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과 록음악이 잘 어울리는지 처음에 의문이 들었지만 공연 내내 록밴드의 연주와 연기자들의 수준급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공연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럼 왜 “지하철 1호선” 일까? 서울에는 지금 지하철이 9호선까지 개통이 되었고, 조만간 12호선까지 개통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 연극이 시작된 1994년 당시에도 서울에는 지하철이 4호선까지 존재했다. 그렇다면, 왜 이 극단은 굳이 지하철 1호선을 지목 했을까? 그 이유는 이 작품이 우리나라 변두리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1호선은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생긴 지하철로 인천~수원, 인천~의정부 등 서울과 그 주변을 광범위하게 가로지르며 그 주요 역으로는 구로, 신도림, 영등포, 노량진, 서울역, 시청, 동대문, 청량리 역 등이 있다. 이러한 역들은 한 때 서울의 중심적인 상권을 형성하던 곳들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이 상권들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점차 서울의 중심 상권에서는 멀어진 곳들이다. 지하철 1호선의 상권은 이제 더 이상 중심이 아닌 변두리 혹은 우리에게 잊혀져가는 곳이다. 이 연극의 인물들도 그러하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메이저보다는 마이너이다. 걸레, 안경 등 이들은 세상의 중심보다는 변두리이다. 또한 이들은 무엇인가 자신들이 마음속에 하나의 한을 가지고 있다.

“지하철 1호선”은 일상적인 서울의 모습으로 들어온 연변에서 온 선녀라는 여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선녀라는 여자는 중국에서 사랑을 나눈 제비라는 인물을 찾아 임신한 채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서울을 찾아온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점차 줄어들고, 서울이란 곳의 어둡고 절망적인 모습들에 실망감만 더해간다. 이것이 선녀라는 인물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유이다. 서울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백지장인 선녀라는 인물은 처음에 서울을 아름다운 하나의 도시로 그리며 찾아온다. 그러나 서울이라는 곳의 진실을 하나씩 깨달아 가면서 그 도화지는 점차 검은 빛으로 물든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서울의 전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을 빚대어 표현하고 있다. 걸레, 안경, 선녀, 제비 등. 우리는 이 인물들의 이름과 작품의 배경만 봐도 그 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걸레’라는 인물은 말 그대로 청량리 588 사창가의 창녀이다. 이 이야기의 시선인 ‘선녀’라는 인물은 말 그대로 착하디 착한 연변 처녀이다. ‘제비’는 말 그대로 제비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서울의 일상적인 하루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힘들고 피폐한 서울의 일상을 그린다. 이러한 극의 전개는 보는 사람마저 지치게 만든다. 그 원동력은 동감이다. 서울이란 곳에 대한 여러 사람의 인식이 그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연극을 보면서 전혀 어색하지 않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봐왔던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그러한 사람들을 꼬집기 위함이다. 일상에 젖어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은 이 연극의 걸레만도 못하다는 말을 전해준다. 걸레라는 여성은 사창가의 여자이지만 마음만은 깨끗하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안경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하루를 살아간다. 안경이란 운동권 출신의 남자를 보는 것으로 자신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대신한다. 안경이란 인물도 걸레를 사실 좋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인물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나 이제 돈 있어요. 우리 이제 같이 자요.” 사랑하는 걸레에게 전한 이 한 마디. 걸레는 이 한 마디에 자신의 순수한 사랑이 무너진 것에 절망하며 스스로 달리는 열차로 뛰어든다.

이 작품의 작가는 걸레라는 사창가의 여성을 미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그러한 여성을 돈으로 바라보는 남성들. 그리고 이 작품을 보면서 전혀 반응이 없는 그러한 사람들을 꼬집기 위함이다. 우리는 365일 중 거의 대부분의 나날을 똑같은 패턴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생각과 몸 또한 멈춰있다. 일상에 둔해진 사람들. 그러한 사람은 자신의 순수함 하나로 살아간 걸레라는 인물보다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인생의 목적 없이 흘러가는 하루. 그 하루를 살기 위해 누군가는 죽기 살기로 애를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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