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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u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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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6,092회 작성일 10-10-16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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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비해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충격적인 사건 사고가 사회에 만연하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충격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비행기가 추락하고 주식이 폭락하고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등의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21세기 유망 직종에 정신과 의사와 상담 전문가가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일견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렇듯 예상치 못한 정신적 충격을 입고 신체적, 심리적 장애를 일으키는 ‘트라우마’ 의 본질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하여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포레스트 검프, 밀양, 굿 윌 헌팅 등의 대중들에게 익숙한 영화 24편을 통해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인물들이 겪는 트라우마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치유를 위한 방법 등을 제시한다.

트라우마란 보통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로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것과 같은 사고로 인하여 큰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의미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비인간적인 폭력성을 수반하는 특별한 사건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사고, 연인의 죽음, 이별, 상실, 좌절의 경험, 학대 등을 겪고 난 뒤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외상 후 스트레스의 장애의 전형적인 특징은 그런 일이 언제 또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해 극단적인 흥분 상태에 자주 놓이게 되고 이를 둔감화 시키기 위해 또한 극단적으로 감정을 억제하여 심한 경우 자아와 다른 자아가 분리되는 해리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조절할 수 없는 무기력감과 분노를 반복하면서 우울증, 중독, 폭식 등에 빠지기도 하며 심한 경우 자살을 하기도 한다.

책에 따르면 한 개인의 정신 건강 측면에서 고려하자면, 엄밀한 의미에서 심리적 충격을 준 사건 그 자체보다는 그 사건으로 생겨난 반응인 후유증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인 여자아이가 강제로 성폭행을 당한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낯선 성인 남자를 반사적으로 무서워하고 성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 경우 그녀의 어린 시절 경험은 그녀에게 트라우마의 기억으로 저장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경험한 외상 사건의 후유증으로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계속 고통을 받고 있게 되는 예이다. 물론 과거에 트라우마를 경험했지만 어떤 계기에 의하여 자연스럽거나 혹은 치료과정을 통하여 트라우마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보통 트라우마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트라우마의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그냥 자신의 마음이 약해서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트라우마로 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경우는 마음이 약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자신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 과거에 경험한 트라우마의 영향인지 아닌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은 이렇지만 우리 주위를 보면 대개 트라우마가 나 또는 가까운 주변 사람과는 전혀 상관 없는 남의 이야기 인 것처럼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큰 정신적 충격을 겪은 사람이 다시 제대로 사회에 적응을 못하면 그 사람은 마음이 너무 나약해서 그렇다고 비난을 하거나 혹은 그런 일은 빨리 훌훌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고 외면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질환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기에는 물질적으로 성취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 사회는 아닐까?

우리 사회는 근대화 이후 뭐든 빨리빨리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안전불감증 속에 지난 반세기를 보냈다. 그로 인해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질 때 마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어 예방하는 노력을 할 생각은 않고 피해자들이나 유족에게 보상금만 주고 나면 끝이라는 의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질적 보상을 떠나서 피해자가 입을 정신적 충격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 정신적으로 보다 성숙하고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 이 책에서 소개되는 영화 속의 주인공을 통해 그들의 심리적 고통을 간접 체험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야 말로 저자가 얘기하는 대로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화를 여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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