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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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 휴먼 코메디 >
나는 엄청난 규모의 세트와 빵빵한 사운드 시설을 가지고 있는 대극장 뮤지컬이나 연극보다 조촐해 보이지만 관객과 서로 호응할 수 있는 소극장 공연을 좋아한다. 이번에도 주저 없이 나는 소극장을 찾았다. 이번엔 “휴먼 코메디”라는 연극을 추천해보려 한다.
“휴먼 코메디” 말 그대로 인간적인 내용과 함께 연극의 본질답게 그 속에서 쉼 없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연극이다. 이 연극은 연극 속에 3가지 주제를 가지고 진행된다. 가족, 냉면, 추적...
이 연극은 여느 연극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둠속에서 시작된다. 어두운 조명 아래 건반에 맞춰 한 배우가 나와 독백을 한다.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라면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애절한 이 대사를 통해서 첫 번째 연극의 분위기가 슬플 것이라는 것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 목숨을 건 항해를 결심한다. 예전의 아버지가 같은 일을 하다가 돌아오지 못한 그 일을 결심하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가족사진을 찍는다. 가족들은 이 사실을 알고 아들도 역시 똑같이 될까봐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관객들 앞에서 실제 눈물을 보이며 애절하게 연기를 하는 배우들 덕분에 이 첫 번째 연극은 내내 슬픔을 잘 표현한다. 그러나, 관객에게는 울 여유가 없다. 사진 찍는 도중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해프닝을 통해서 이 슬픈 내용은 중간 중간 계속 유쾌함으로 바뀌어 버린다. 사진기자와 큰아버지, 어머니의 리얼한 연기 덕에 소극장은 내내 웃음으로 가득 찬다. 다시 진지해진 분위기 속에서 아들은 서둘러 배를 타러 가려하고, 가족들은 어떻게든 배를 타지 못하게 하려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가족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서 밥을 먹고 가라고 권하고, 배를 타러 나가는 아들에게 더 많이 주려고 서로 큰 것을 미루고 미룬다. 가족들의 이러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들은 배를 타러가고 결국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첫 번째 스토리인 ‘가족’을 통해서 나는 무언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분명히 연극 내내 즐거웠지만 무언가 허전함을 채울 수는 없었다. 이것이 첫 번째 연극이 노린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연극 내내 웃지만 극히 일반적인 가족의 일상의 모습을 통해서 감정이입이 되고 만다. 남의 일이 아닌 자기 일인 양 뭉클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 때문일까? 첫 번째 연극 후에 공허함은 한동안 가시질 않았다.
그렇게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나고,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골에서 온 청년이 냉면을 먹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내용. 소품을 이용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같이 어울려서 짧게 내용을 진행해 간다. 두 번째 이야기는 짧게 마무리된다. 이는 첫 번째 연극의 스토리를 잊고, 세 번째 연극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배려의 차원이 짙었다. 주인공들의 저질스러운 익살과 몸 개그의 작렬로 전편의 가슴 찡하게 느낀 가족애를 느슨하게 이완시켜 주는 것 같았다.
세 번째 이야기는 마치 마술을 하듯 신기하고 빠르게 전개된다. 세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추적’. 현상 수배범과 애인이 한 모텔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이 세 번째 연극에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것은 인물 들이다. 불과 5초 전에 나왔던 인물이 완전히 다른 변장을 하고 다시 나타난다. 총 6명의 배우가 엄청난 마술(?)을 부리며 관객들을 조롱하듯 신나게 연기를 펼친다. 정치인과 유명 여가수의 불륜, 주인집 딸과 춤 선생의 연애, 주인집 할아버지와 다방여자와의 관계, 현상수배범과 형사와의 추격전 등 순간순간 배우가 변신하여 연기하는 모습은 이 연극의 묘미이다. ‘추적’ 이라는 세 번째 스토리는 내용적인 면에서의 추적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어떤 인물이 어떻게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를 추적하게 만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화려한 소품을 가지고 하는 연극도 아닌 단순한 무대 장치만을 활용해서 단 몇 초사이의 딴 사람으로 변신하고 전화기라는 소품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웃음을 주는 센스. 이러한 무대는 이내 무대를 마친 배우들에게 관객들이 환호를 지르게 하였다. 인간적인 유대와 함께 인간적인 웃음을 전달하려던 이 무대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무대가 끝난 후, 배우들이 어떻게 그 짧은 사이의 변신을 하고 연기를 하였는지를 공개했다. 자신들만의 노하우라 안 가르쳐 줄 법도 하지만 이들은 공연 후의 앵콜 서비스를 전달하듯 자신들의 skill을 open한다. 무대를 open하고 보여준 5초 변신의 skill. 정말 탄성이 절로 났다. 변신하는 배우와 변신하지 않는 나머지 배우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통해서 무대에서는 빠른 전환이 계속적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이 연극은 연극을 잘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 좁은 공간에서 힘들게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소극장 연극의 진미를 일깨워 줄만한 그런 연극이었다.
“휴먼 코메디”는 역시 연극의 묘미는 현장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고마운 연극이었다. 배우들의 마지막 무대 인사, 사람들은 주저 없이 모두 환호성을 질러주었다. 내가 그 배우들이었다면 그 환호성을 듣고 충분히 만족감을 느꼈을 것 같다. 인위적인 박수와 환호성이 아닌 자신들의 수고를 인정해주는 듯 한 박수갈채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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