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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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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우철
댓글 0건 조회 5,921회 작성일 14-04-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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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그림이 있는 만화책과 같이 거침없이 술술 읽혀서 하룻밤 만에 완독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다가 자꾸만 덮어지는 책이 있다. 책을 읽다가 만나는 한두 구절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법정스님은 양서란 거울 같은 것이어서 읽는 내내 자꾸만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해야 한다고 했다. 나에게 무소유란 책은 그런 책인 것 같다. 책을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깊은 생각에 젖어 있게 만드는 그런 책. 법정 스님이 쓰신 책 대부분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한 독자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순간 책을 덮고 사색에 잠겨있었다. “크게 얻고자 하는 사람은 크게 버려야 한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그 만큼 얽매어있는 것이 많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가지게 된다. ” 이 책에서 법정 스님이 전하는 무소유의 역리이다. 그것이 물건이든 사람과의 인정이든 간에 자기 것으로 소유를 하려는 욕심을 부리는 순간부터 본질을 잃어버리고 단지 그것에 얽매이게 된다는 것. 그러고 보면 요즘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만 보아도 그것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얽매어야 했는지 모른다. 하나 하나의 기능을 알아내고 손에 익숙하게 만드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을 얽매어 있었고, 새로운 기능과 프로그램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또 그만큼의 시간을 할당해야 하니까 말이다. 단순 핸드폰을 쓸 때는 그저 전화하고 메시지 보낼 때만 주머니에서 잠깐 꺼내 쓰면 되었던 것이 이제는 무엇보다도 많은 시간을 얽매이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다. 과연 편리한 것이 항상 더 행복한 것 일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이 책에서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훈훈한 사랑을 강조하면서 나온 문구이다. 정말 예술적인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 시골에 가면 바닷가의 조약돌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예쁘고 둥글게 저절로 만들어졌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것을 보면서 법정 스님은 사람을 부드럽게 대하는 따뜻한 사랑을 생각하셨다니, 정말 남다른 수필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오해와 화가 날 때 머릿속으로 둥근 조약돌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지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깊게 빠진 생각은, 살아가면서 이따금씩 지금까지 살아온 생을 죽음이라는 종점에서 조명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것이다. 어느 날 자기의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았으면 좋겠다는 별난 사람이 법정스님에게 찾아온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법정스님은 그를 무덤들이 즐비한 망우리로 데려가 현재의 인생을 성에 차지 않게 생각하는 그 별난 사람에게 자신의 인생을 죽음이라는 종점에서 조명할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죽어본 그들이 살아있는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만일 그들을 깊은 잠에서 불러 깨운다면 그들은 되찾은 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사형수에게는 일분 일초가 생명 그 자체가 실감된다고 한다. 그에게는 내일이 없기 때문. 그런데 우리는 오늘에 살고 있으면서 곧잘 다음날을 기약하며 내일에 살려고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생명이 한 토막인 하루 하루를 소홀히 낭비하고 있을 때, 때로는 종점에서 자신의 생을 조명해 본다면 다시 한번 삶의 열정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끝까지 읽을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책이지만, 그만큼 많은 시간 동안 내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고마운 책인 것 같다. 불교라는 특정 종교적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 아니라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만한 편안하고 깊이 있는 문장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 나의 소망은 단순하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라고 했던 법정 스님의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모두가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세상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실제로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앞으로도 계속 다시 펼치게 될 것 같다. 아직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 나를 돌아 보게 할 수 있는 양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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