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관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서유진
댓글 0건 조회 6,143회 작성일 10-08-17 00:14

본문

일본으로 유학을 간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를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지냈기 때문에 혼자 사는 데에 큰 거리낌이 없고, 목표에 대한 의지가 강한 친구이기 때문에 해외 유학임에도 크게 걱정되지 않았고 잘 해낼 걸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빠르게 적응하여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한 자랑스러운 친구이다. 이렇게 잘 적응해 낸 친구지만, 자주하는 고민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여유가 생길 때 마다 자신에게 관대해진다는 것이다. 낯선 환경에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마음이 풀어지면 더욱 갈피를 잡기 힘들고, 보통의 대학생 들과는 달리 그저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이 아니라 소신을 가지고 어렵사리 선택한 유학인지라 그럴 때 마다 더 힘든 모양이다.

친구 얘기를 꺼냈지만, 돌이켜 보면 이런 문제는 나와 항상 함께 한 것 같다. 나에게 관대하다는 것. 나를 사랑하고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은 옳은 행동이지만, 이러한 관용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칭찬을 듣는 것이 좋아 시작한 공부는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중학교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들과 비교해 짧은 학창 시절의 많은 부분을 학업으로 충당하였기 때문일까. 다양한 친구들과 환경을 접하게 되면서 어느 새인가 스스로에게 남들과 같은 여유를 가질 것을 강요하기 시작하였고, 사소한 일들을 등한시하고 무시하면서 자유롭다고 느끼곤 하였다. 이러한 생각이 점점 삐뚤어져 공부는 미래의 나를 보다 나은 곳으로 데려다 줄 수는 있지만, 현재의 나를 구속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손도 대지 않은 적이 있다. 어릴 때 그토록 즐겨했던 독서도 미래를 도모하는 수단으로 느껴져 변변한 책도 잃지 않았었다. 이렇게 시작된 나에 대한 잘못된 관용은 대학교 초년생까지 크게 남아있어, 결국은 이렇게 축적된 결과들로 인해 입시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이후 정신 차리고 보다 스스로를 다그쳐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으나, 내게 있어 크게 나아진 것은 없었다. 몸이 안 좋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여 건강을 유지해야 하는데,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서는 운동 시간을 대폭 줄였었다. 평소에 먹는 양이 많았기에 운동을 중단하니 살이 찌기 시작했다. 진학이 결정된 후 학업에 대한 여유가 생겨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니 떨어진 체력도 문제이거니와 체중 증가와 더불어 나빠진 건강은 조깅과 같은 가벼운 운동에도 큰 통증을 가져왔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학업에 대한 관대, 건강에 대한 관대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관대 등등... 달리 말하면 어느 순간 생겨난 스스로에게 가벼운 태도로 일관하는 점은 지금까지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기도 하며 앞으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말 공자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자는 제자들에게 ‘소인은 자신의 잘못에 관대하고 군자는 남의 잘못에 관대하다’고 전하였다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또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걱정에 따라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관대하다. 이렇게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며 잘못을 묵과하고 스스로를 비난치 않는 행동은 이기적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자애(自愛)는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무분별한 관대를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은 나를 사랑하며 스스로를 독려하는 한 방법일 뿐이지, 자신을 허허벌판 위에 내동댕이치는 것이 아니다. 관대 뿐 만 아니라 독려하고 다그치는 것 모두 나를 위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잘 지키겠노라 확언하지는 못하겠다.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니깐.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며 되새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종종 글을 쓰며 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