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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코, 벽화가 들려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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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영민
댓글 0건 조회 6,188회 작성일 14-04-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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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달 문화칼럼에 전시회 감상소감을 썼었는데 경규가 그걸 읽더니 이번에는 프레스코 전시회를 같이 갔다오자는 제안을 했다. 순전히 내 차를 얻어타서 차비를 아끼자는 마인드였으리라 생각되지만 덕분에 나도 한번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에 같이 다녀오기로 했다. 일반인이라도 누구나 이름을 알고있는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의 작품을 볼 기회라니 귀가 솔깃해지면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미술사에 나오는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 작품들을 직접 보면 어떤 느낌일까?

사실 전시회를 다녀오기 전까지 한번도 프레스코를 직접 본적은 없다. 교과서, 미술사 등에 자주 등장하고 실제로 사진으로 많이 봐왔지만 어디까지나 사진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작품은 사진이 아닌 복원하는 전문가들이 원본 작업과 똑 같은 방법으로 복사한 작품을 전시하게 되었고 그게 이번 프레스코 전시회의 작품들이었다. 이탈리아 성당에 있는 벽화와 천장에 그려진 작품을 가져오려면 성당의 벽과 천장을 허물어서 들고와야 하니까 사실 원본을 들고와서 한국에서 전시한다는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전시회가 의미있다고 생각이 든다.

실제 전시회에서 접한 작품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서 생기는 벽의 갈라짐, 퇴색된 색깔, 떨어져 나간 벽화의 일부분까지 그대로 다시 재현해놓아서 마치 현장에서 직접 보는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엄밀하게는 프레스코는 아닌, 그래서 수많은 손상이 생긴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복사본은 수없이 떨어져 나간 훼손된 조각들로 인해 사라져버린 색과 경계선까지 그대로 복사하여 놓은듯한 그 모습 때문에 사진으로 보는 빛바랜 작품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사라져가는 예술품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깊은 것은 최후의 만찬 같은 작품을 20 인치 모니터 화면으로 감상하다가 가로 길이가 4 m 가 넘는 대형 작품으로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너희중에 한명이 자신을 배반할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열두명의 제자들의 놀라는 모습과 화내는 모습과 의심하는 모습 등 하나도 겹치지 않는 개성있는 각각의 얼굴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이 작품은 컴퓨터 화면으로 보기보단 얼굴크기가 사람 손만한 대형 작품에서 더욱더 가치를 느끼기 쉬웠다.

전시된 작품이 아무리 수미터 크기의 대형 사이즈라 하더라도 원본자체가 워낙 거대한 크기라서 대부분이 축소한 작품이었다. 도슨트 진행자가 라파엘로의 작품중에 글귀를 새겨넣은 부분을 알려줬는데 원본에서도 옷깃을 따라 조그맣게 보일 듯 말 듯 새겨넣은 글귀라서 그 축소판에서 거의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원본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경건한 성당 분위기 속에서 보는 프레스코 작품은 정말 누군가가 들려주는 성경이야기 느낌이 그대로 다가오지 않을까? 어릴적에 다녔던 성당에서 늦은 오후의 사선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반짝이던, 그래서 수없이 늘어서있는 바닥의 의자위로 그림을 그리던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직도 인상깊은데 만약 프레스코 작품이 천장에 그려져 있었다면, 그리고 어릴적에 신부님의 말씀시간에 천장을 올려보면서 프레스코를 구경하며 딴짓하고 있었다면 아직도 성당 다니고 있었을까, 아니면 나도 미술하겠다고 그러진 않았을까 하고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역시 느낀것이지만 사진으로 보는 예술작품과 직접 눈으로 보는 예술작품은 다르다. 사진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입체감과 세월의 흔적이, 당장에라도 허물어져갈 것 같은 그 느낌이 눈으로 보이는 것 같다. 거대한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몇 년을 걸쳐 조금씩 완성해가는 그 노력이, 그렇게 새겨진 땀자국이 보이는듯 하다.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가도 신앙심 하나만으로 버틴 작가의 노력이 그림뒤에 보이지 않게 새겨진듯 하다. 복제품이라 하더라도 그 느낌만은 똑같이 살리기 위해서 수없이 노력한 복제품 작가의 노력또한 느껴지는 듯 하다. 사진으로는 느낄수 없는,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작품의 세계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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