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풀어내는 우리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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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과학의 수수께끼' 책은 한번 정도 가볍게 읽기에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도 않으며 지루하거나 부담스럽지도 않다. 그런 와중에 우리 과학이라는 것이 저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 가는 느낌을 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분명 '첨성대', '에밀레종', '고려청자', '자격루', '동의보감', '수원화성', '대동여지도' 등 어느 하나 모른다고 생각되거나 낯설게 생각되는 것들이 없을 것이다. 소위 말해 '상식' 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으며, 옳다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명제들을 우리는 상식이라 부른다. 상식은 대개 세대를 거쳐도 자연스럽게 전파되기 때문에 특별한 교육 없이도 여러 유용한 지식들, 특히 생활에 필요한 지식들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그렇지만,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시하던 상식이 잘못된 것 일수도 있다고 태클은 거는 자세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교훈이다.
흔히 역사와 관련해서 지식적 측면을 다룬 책들에는 지나치게 현학적인 책들이 많다. 그런 책들의 메시지는 '나 아는 거 정말 많지? 넌 그 중 얼마나 알고 있니?' 이것이다. 그럼 속물적인 독자들은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지식과 내용들 속에서 긴장하기 시작한다. '나? 나도 너처럼 고려청자도 알고 집현전도 알아' '그럼, 그럼 김정호도 알고 <동의보감>도 당연 읽었지' 그렇게 독백하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말한다. 이 책 정말 좋다고 말이다. 그 말의 이면엔 이런 뜻이 숨겨져 있다. '난 여기 나오는 고상한 인용이나 문어, 고어를 이해하는 똑똑한 사람이랍니다.' 이러한 양상은 과학지식을 소재로 한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이러한 면에서 정말 잘 벗어나서 지식과 조사내용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그리고 넘쳐나는 지식의 자랑의 무대가 아닌 것이 바로 '우리과학의 수수께끼' 이 책이다. 흔히 '카이스트'라 하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곳으로 그곳에 있는 학생들이 책을 썼으니 무척 심오하고 어려운 내용으로 과학사를 다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제목에 '카이스트 학생들과 함께'라는 문구가 분명히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우리과학의 수수께끼' 라는 문구에 그 심오하고 어려움이 정말 순순히 와해 되어버린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어렵고 딱딱한 느낌 보다는 호기심이 드는 것이다. 일단 제목부터 독자에게 한발 다가서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을 펴보면 책 제목에서 보았듯이 각 장의 주제들이 수수께끼 형식으로 되어있다. 수수께끼로서 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해 거친 과정들을 그대로 전개, 서술해 놓은 것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나도 한명의 조사원이 되어 어느새 동참하고 있음을 발견 하곤 한다. 첫 주제인 '첨성대는 천문대인가'를 접하면서 '아니, 첨성대가 당연히 천문대지. 아니란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독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첨성대가 별을 보는 천문대였다는 것은 초등, 중등, 고등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거친 사람이라면 매년 역사 과목 등에서 자주 등장했던 내용임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그것을 접한 우리들은 '첨성대가 별을 보는 곳이었구나' 라고 보고 넘어 갔을 것이다. 별을 보아도 그냥 별을 보는 곳이었는지 실제 천체관측을 과학적 연구 목적을 가지고 하던 곳인지 조차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일단 첨성대의 과학성을 알게 되고 첨성대가 천문대가 아닐 수 도 있다는 여러 가설들을 접하게 됨으로서 무언가 굉장한 생각의 전환을 시도하게 되고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신선한 내용이 많았던 부분을 고르라고 하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다루는 장을 꼽을 수 있다. 실제의 사실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상식과 다른 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대동여지도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김정호라는 인물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이 잡듯 수차례 헤집고 다닌 다음에서야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는 피와 땀의 결정체, 그러고서도 우리나라 침략을 노리는 나라에게 넘기기 위함이라는 이유로 옥살이를 하게 만든 비극의 작품이라는 이미지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굳이 전국곳곳을 돌아다니지 않고서도 각 지방의 지도들을 참조하여 전체의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광범위한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것은 바로 유클리드 비례법이었다고 한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그럴 수도 있었겠다고 일면 수긍은 가면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선시대에서 지도가 어떤 식으로 그려지고 관리되었는지를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각 지방마다 체계적인 지도가 존재했다는 것부터가 새로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왜 그전까지 이러한 시도를 해보지를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것이다. 큰 이유는 바로 이 비례법 만으로는 대동여지도 정도의 정확성을 만들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추가된 방법이 극고표(경․위도 측정자료)를 참고하여 좀 더 정확하게 데이터를 수정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왜 그 앞의 지도들이 대동여지도의 정확성을 따라가지 못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신선한 충격을 주는 사실은 대동여지도가 사실은 지배층이 필요로 하였던 것이며, 그래서 당시 지배층 중에서 김정호가 이를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정반대이다. 게다가 만들어진 대동여지도를 실제로 사용했던 계층도 거의 지배계층 밖에 없었다고 한다. 우리의 상식이 이처럼 실제 역사와 달라진 계기는 김정호라는 인물을 영웅으로 극화시키려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런 움직임을 책에서는 식민사관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김정호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조선사회를 부정적으로 서술할 수 있어서였다고 한다. 물론 이런 왜곡을 하게 된 진정한 의도는 후자에 있었을 것이다. 결국 대동여지도로 인한 김정호와 지배층과의 충돌은 일본의 식민사관이 꾸며낸 허구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발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신선한 점은 바로 우리의 과학기술 업적에 대해 과대포장이 된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수원화성의 축조에서 찾을 수 있다. 수원화성과 관련된 상식들 중에 ‘확고한 수비체제를 구축해놓고 있다.’ ‘벽돌로 지어서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는 사실도 있지만 ‘그 당시 실학의 결과물이기도한 거중기를 이용하여 효율적인 축조를 할 수 있었다.’ 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말은 무리가 있는 주장이다. 수원화성을 지을 때 거중기가 쓰인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사용한 횟수를 따져보면 손에 겨우 꼽을만한 정도였기 때문이다. 거중기의 크기가 워낙 커서 조립과 이동이 힘들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래서 거중기가 건축시의 효율을 높여주기 위해 사용됐다기보다는 그 당시 존재하던 과학기기들 중 최신의 기기를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상징적 의미에서 쓰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지만 이런 과대포장의 예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와는 정반대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뛰어나거나 독창적이었던 부분도 존재했다. 허준의 역작 ‘동의보감’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동의보감’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다. 그렇지만 일반상식의 수준에서 ‘동의보감’의 업적을 말하자면 동양의 의학을 집대성하였다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동양의 의학을 집대성하려는 시도는 그 이전에도 있었으며, 그 결과물도 존재하였다. ‘향약집성방’, ‘의방유취’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과 ‘동의보감’과 크게 차이가 나는 요소가 있었다. 구성의 체계성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그 동안 축적된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정리하되 독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 요약을 하였다. 게다가 책 전체를 병의 종류와 치료수단의 종류에 따라 <내경>, <외형>, <잡병>, <탕액>, <침구>의 다섯 항목으로 나누고 각 항목끼리의 연계성을 추구함하여서 요약된 내용들의 체계성까지 꾀하였다. 그전의 책들이 내용은 방대하였지만 산만한 구성으로 인해 읽기에 어려움을 주었던 것에 비교하면 대단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밖에 그동안 알지 못했었던 몇 가지 새로운 기술들 중 눈길을 끈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조선시대의 물시계 자격루이다. 대중들은 자격루에서 물의 흐름을 일정하게 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징과 북이 울리게 하는 기술들이 있었다는 것조차 신기하게 느껴질 것이다. 물이 흐르는 양을 일정하게 하려면 물의 압력을 먼저 일정하게 해주어야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대수수호와 소수수호 두 개를 장치하였으며 물이 흘러 들어가는 장소인 수수호에서 넘치는 물을 빼기 위해서 사이펀 장치를 이용한 점, 톱니로 전달되는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서 구슬을 위에서 떨어뜨려 위치에너지를 갖게 한 점은 그 당시 기술의 수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비록 사실보다 과장된 업적들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책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아니 그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이 남긴 과학문화에서 새로운 독창성과 과학성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왜 근대 이전의 우리 과학이 세계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였는지도 조금씩 실감할 수 있으며, 또한 그 당시에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생각들과 뛰어난 기술들을 생각해낼 수 있었던 우리의 과학문명을 알게 된다. 근대라는 문턱을 넘으면서 한국과학사는 여러 아쉬움을 자아내게 되었다. 즉, 한 때 세계적으로 뛰어났던 기술들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천시했던 당시 사상으로 인하여 제대로 발전 계승을 하지 못했고, 서양에서 물밀듯이 전해오는 과학기술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였다. 이로 인하여 급격히 커져버린 서양과 주변국들에 대한 기술격차가 일제강점이란 비극적 상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결국 당시 지배층들이 기술을 천시했던 유교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비극적인 결말을 낳아버린 셈이다. 뛰어난 과학기술들을 갖고 있었음에도 외래문명을 주체적으로 수용하지 못하여 좋지 않은 결말을 낳은 것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앞으로는 이런 뼈아픈 과거를 밑거름 삼아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문명을 지켜내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이 책이 만들어진 이유일 것이다.
흔히 역사와 관련해서 지식적 측면을 다룬 책들에는 지나치게 현학적인 책들이 많다. 그런 책들의 메시지는 '나 아는 거 정말 많지? 넌 그 중 얼마나 알고 있니?' 이것이다. 그럼 속물적인 독자들은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지식과 내용들 속에서 긴장하기 시작한다. '나? 나도 너처럼 고려청자도 알고 집현전도 알아' '그럼, 그럼 김정호도 알고 <동의보감>도 당연 읽었지' 그렇게 독백하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말한다. 이 책 정말 좋다고 말이다. 그 말의 이면엔 이런 뜻이 숨겨져 있다. '난 여기 나오는 고상한 인용이나 문어, 고어를 이해하는 똑똑한 사람이랍니다.' 이러한 양상은 과학지식을 소재로 한 책들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이러한 면에서 정말 잘 벗어나서 지식과 조사내용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그리고 넘쳐나는 지식의 자랑의 무대가 아닌 것이 바로 '우리과학의 수수께끼' 이 책이다. 흔히 '카이스트'라 하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곳으로 그곳에 있는 학생들이 책을 썼으니 무척 심오하고 어려운 내용으로 과학사를 다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제목에 '카이스트 학생들과 함께'라는 문구가 분명히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우리과학의 수수께끼' 라는 문구에 그 심오하고 어려움이 정말 순순히 와해 되어버린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어렵고 딱딱한 느낌 보다는 호기심이 드는 것이다. 일단 제목부터 독자에게 한발 다가서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을 펴보면 책 제목에서 보았듯이 각 장의 주제들이 수수께끼 형식으로 되어있다. 수수께끼로서 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해 거친 과정들을 그대로 전개, 서술해 놓은 것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나도 한명의 조사원이 되어 어느새 동참하고 있음을 발견 하곤 한다. 첫 주제인 '첨성대는 천문대인가'를 접하면서 '아니, 첨성대가 당연히 천문대지. 아니란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독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첨성대가 별을 보는 천문대였다는 것은 초등, 중등, 고등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거친 사람이라면 매년 역사 과목 등에서 자주 등장했던 내용임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그것을 접한 우리들은 '첨성대가 별을 보는 곳이었구나' 라고 보고 넘어 갔을 것이다. 별을 보아도 그냥 별을 보는 곳이었는지 실제 천체관측을 과학적 연구 목적을 가지고 하던 곳인지 조차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일단 첨성대의 과학성을 알게 되고 첨성대가 천문대가 아닐 수 도 있다는 여러 가설들을 접하게 됨으로서 무언가 굉장한 생각의 전환을 시도하게 되고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신선한 내용이 많았던 부분을 고르라고 하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다루는 장을 꼽을 수 있다. 실제의 사실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상식과 다른 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대동여지도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김정호라는 인물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이 잡듯 수차례 헤집고 다닌 다음에서야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는 피와 땀의 결정체, 그러고서도 우리나라 침략을 노리는 나라에게 넘기기 위함이라는 이유로 옥살이를 하게 만든 비극의 작품이라는 이미지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 일단, 굳이 전국곳곳을 돌아다니지 않고서도 각 지방의 지도들을 참조하여 전체의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광범위한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것은 바로 유클리드 비례법이었다고 한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그럴 수도 있었겠다고 일면 수긍은 가면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선시대에서 지도가 어떤 식으로 그려지고 관리되었는지를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각 지방마다 체계적인 지도가 존재했다는 것부터가 새로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왜 그전까지 이러한 시도를 해보지를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것이다. 큰 이유는 바로 이 비례법 만으로는 대동여지도 정도의 정확성을 만들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추가된 방법이 극고표(경․위도 측정자료)를 참고하여 좀 더 정확하게 데이터를 수정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왜 그 앞의 지도들이 대동여지도의 정확성을 따라가지 못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신선한 충격을 주는 사실은 대동여지도가 사실은 지배층이 필요로 하였던 것이며, 그래서 당시 지배층 중에서 김정호가 이를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정반대이다. 게다가 만들어진 대동여지도를 실제로 사용했던 계층도 거의 지배계층 밖에 없었다고 한다. 우리의 상식이 이처럼 실제 역사와 달라진 계기는 김정호라는 인물을 영웅으로 극화시키려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런 움직임을 책에서는 식민사관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김정호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조선사회를 부정적으로 서술할 수 있어서였다고 한다. 물론 이런 왜곡을 하게 된 진정한 의도는 후자에 있었을 것이다. 결국 대동여지도로 인한 김정호와 지배층과의 충돌은 일본의 식민사관이 꾸며낸 허구였던 것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발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신선한 점은 바로 우리의 과학기술 업적에 대해 과대포장이 된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수원화성의 축조에서 찾을 수 있다. 수원화성과 관련된 상식들 중에 ‘확고한 수비체제를 구축해놓고 있다.’ ‘벽돌로 지어서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는 사실도 있지만 ‘그 당시 실학의 결과물이기도한 거중기를 이용하여 효율적인 축조를 할 수 있었다.’ 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 말은 무리가 있는 주장이다. 수원화성을 지을 때 거중기가 쓰인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사용한 횟수를 따져보면 손에 겨우 꼽을만한 정도였기 때문이다. 거중기의 크기가 워낙 커서 조립과 이동이 힘들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래서 거중기가 건축시의 효율을 높여주기 위해 사용됐다기보다는 그 당시 존재하던 과학기기들 중 최신의 기기를 사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상징적 의미에서 쓰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지만 이런 과대포장의 예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와는 정반대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뛰어나거나 독창적이었던 부분도 존재했다. 허준의 역작 ‘동의보감’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동의보감’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다. 그렇지만 일반상식의 수준에서 ‘동의보감’의 업적을 말하자면 동양의 의학을 집대성하였다는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동양의 의학을 집대성하려는 시도는 그 이전에도 있었으며, 그 결과물도 존재하였다. ‘향약집성방’, ‘의방유취’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들과 ‘동의보감’과 크게 차이가 나는 요소가 있었다. 구성의 체계성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그 동안 축적된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정리하되 독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 요약을 하였다. 게다가 책 전체를 병의 종류와 치료수단의 종류에 따라 <내경>, <외형>, <잡병>, <탕액>, <침구>의 다섯 항목으로 나누고 각 항목끼리의 연계성을 추구함하여서 요약된 내용들의 체계성까지 꾀하였다. 그전의 책들이 내용은 방대하였지만 산만한 구성으로 인해 읽기에 어려움을 주었던 것에 비교하면 대단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밖에 그동안 알지 못했었던 몇 가지 새로운 기술들 중 눈길을 끈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조선시대의 물시계 자격루이다. 대중들은 자격루에서 물의 흐름을 일정하게 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징과 북이 울리게 하는 기술들이 있었다는 것조차 신기하게 느껴질 것이다. 물이 흐르는 양을 일정하게 하려면 물의 압력을 먼저 일정하게 해주어야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대수수호와 소수수호 두 개를 장치하였으며 물이 흘러 들어가는 장소인 수수호에서 넘치는 물을 빼기 위해서 사이펀 장치를 이용한 점, 톱니로 전달되는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서 구슬을 위에서 떨어뜨려 위치에너지를 갖게 한 점은 그 당시 기술의 수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한다.
비록 사실보다 과장된 업적들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책을 통해 그에 상응하는, 아니 그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우리 조상들이 남긴 과학문화에서 새로운 독창성과 과학성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왜 근대 이전의 우리 과학이 세계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였는지도 조금씩 실감할 수 있으며, 또한 그 당시에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생각들과 뛰어난 기술들을 생각해낼 수 있었던 우리의 과학문명을 알게 된다. 근대라는 문턱을 넘으면서 한국과학사는 여러 아쉬움을 자아내게 되었다. 즉, 한 때 세계적으로 뛰어났던 기술들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천시했던 당시 사상으로 인하여 제대로 발전 계승을 하지 못했고, 서양에서 물밀듯이 전해오는 과학기술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였다. 이로 인하여 급격히 커져버린 서양과 주변국들에 대한 기술격차가 일제강점이란 비극적 상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결국 당시 지배층들이 기술을 천시했던 유교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비극적인 결말을 낳아버린 셈이다. 뛰어난 과학기술들을 갖고 있었음에도 외래문명을 주체적으로 수용하지 못하여 좋지 않은 결말을 낳은 것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앞으로는 이런 뼈아픈 과거를 밑거름 삼아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문명을 지켜내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이 책이 만들어진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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