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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량한 20대들의 꿈. - 무한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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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경규
댓글 0건 조회 6,457회 작성일 14-04-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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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동력. 영구 동력 기관. 고등학교 시절 열역학 법칙을 배우면서 한번씩은 상상해 봤을 그 장치. 여기 어느 괴짜 발명가가 있다. 20년째 한결같이 무한동력 기관을 개발해온 그 발명가는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그 집에 세들어 사는 현실 속의 지친 20대들.

나는 어릴 적부터 만화책을 많이 봐 왔었다. 중 고등학교 때에는 만화방서 빌려 본 만화만 수천권이라 부모님께 혼도 많이 났었다. 그렇게 많은 만화책을 읽었는데, 몇몇 만화들은 만화인데도 불구하고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이 ‘무한동력’이라는 만화 역시 그 큰 감동을 느낀 만화 중 하나다. 인터넷에 연재되어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어 책으로 출판되어 두 권밖에 안되는 짧은 만화 이지만, 이 책은 절묘하게 우리의 현실을 짚어 주고 있다.

주인공은 학창시절의 끝에 와있지만 이렇다 할 내세울 스펙하나 없는 대학교 졸업반.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금융권에만 원서를 내고 있는 취업 재수생이다. 취직도 못하는 현실에, 돈이라도 아끼고자 학교에서 가까운 싼 하숙집에 새로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서 역시 비슷한 처지의 다른 젊은이들을 만나게 된다.

작가는 또래 친구들의 점점 꿈을 잃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런 친구들과 비슷한 캐릭터를 구상해 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네일아트 샵 직원과 수의학과에 적응 못해 도피성으로 3년째 공무원 준비중인 청년, 가족은 돌보지 않고 무한동력만 연구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는 여고생, 가족의 현실을 비판하며 불량끼를 보이는 남고생이 등장 하게 된다. 저마다 아픔을 가지고 있는 처지의 사람들은 그 와중에 서로를 감싸며 훈훈하게 살아간다.

어느날 기업 원서를 쓰던 주인공은 한밤중에 발명을 계속하던 주인집 아저씨와 이야길 나누게 된다. 이 때 발명가가 주인공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부분이 너무 감명 깊어 웹툰의 페이지를 직접 링크해 본다.
http://kr.news.yahoo.com/service/cartoon/shellview2.htm?linkid=series_cartoon&sidx=2127&widx=35&page=4&seq=68&wdate=20080521&wtitle=%B9%AB%C7%D1%B5%BF%B7%C2
http://kr.news.yahoo.com/service/cartoon/shellview2.htm?linkid=series_cartoon&sidx=2180&widx=35&page=4&seq=67&wdate=20080521&wtitle=%B9%AB%C7%D1%B5%BF%B7%C2
<야후 웹툰 무한동력 37화, 38화>

누군가에게 넌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을 던지면 십중팔구가 자신의 직장을 내세운다고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저는 삼성전자 다녀요, 저는 현대자동차 다녀요 등등등. 이것도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넌 꿈이 뭐냐 라고 했을 때 대기업 들어가는 것 이라는 주인공의 말이 크게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은 것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금 나는 이런 각박한 세상에 살고 있구나 20년 30년 전의 대학생들은 세상을 바꾸는 지식인이었는데, 우리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불확정성 원리의 하이젠베르크가 쓴 ‘부분과 전체’를 보면 1900년 초반의 시대에는 어린 학생들은 철학을 넘어 현대 물리학의 토대를 세우는 수준의 담론을 나눈다. 20대도 중반이 지난 나와 친구들의 대화에서조차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물질 문명은 발달하는데 반해서 정신 문명은 퇴보하는 듯한 느낌이다.

주인공의 졸업식. 같은 하숙집의 네일아트 샵 직원과 만나게 된 아들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부모님을 보면서 왠지 슬픈 감정을 느꼈다. 사랑도 결국 이것저것 따져 가면서 계산적으로 해야 되는 것인가. 이런 상황이 공감이 간다는 사실이 또한 슬플 뿐이다.

다른 친구와 후배들이 취직했다고 사는 술을 마시면서 이질감에 가득 찬 주인공의 모습이 너무나도 처량했다. 흔히 말하는 루저들의 모습. 우석훈 교수는 ‘88만원 세대’에서 결국 이런 사회를 만든 것이 기성 세대들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 주장에 완전히 동의 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이런 승자독식의 사회 시스템 속에서 알게 모르게 고통받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이 만화를 기성세대들도 한번은 접하고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다행히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공무원 재수를 하던 학생은 다시 자신의 본마음을 찾아서 학교로 돌아가고, 네일아트 직원은 빚을 다 갚고 꿈에 그리던 가게의 사장이 되고, 돈걱정에 대학진학을 포기하려던 하숙집 딸은 대학에 차석합격하여 등록금 없이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주인공도 자신이 정말 원하던 대로 큰 금융 회사에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발명가 아저씨는 계속해서 우직하게 자신의 오랜 꿈인 무한 동력의 개발에 매진한다.

결국 이 만화의 키워드는 젊은이들이 각박한 현실을 헤쳐나갈 ‘꿈’이 아닐까. 나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그 꿈을 향해 나는 제대로 가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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