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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과연 만들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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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위주형
댓글 0건 조회 6,647회 작성일 14-04-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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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만들기>

우리나라 역사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역사서에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를 뒤흔든 중요한 사건에서부터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사건까지, 역사적 사건에는 늘 중심인물로 부각되는 주인공이 있다는 점이다. 역사 교과서에서 임진왜란하면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것이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것을 구해 낸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와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운 병사들과 수하 장수의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묻히고 이순신만이 모든 승리의 영광을 독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교과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이순신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며 그 외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의문조차 가지지 않는다. 왜 역사적 사건이 한사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님에도 오직 한 사람 혹은 소수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부각되는 걸까? 종래에 역사를 공부하거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일반 대중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이는 사료의 특성상 모든 이들을 기록하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밖에 없는 것일까? 이런 ‘영웅 숭배적’ 영웅관의 대표적인 주자인 토마스 칼라일은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라 주장하여 근래에도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가 주장한 ‘영웅은 그에 합당한 조건을 가지고 역사를 유지하고 이끌어온 원동력’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긍해 온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하던, 칼라일의 주장에 반기를 들며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영웅은 주변의 조건과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 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개인의 천부적인 능력과 노력이 아닌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영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품은 서양사 전공자들이 <영웅 만들기>라는 책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 나간다. 어렸을 때부터 위인전기와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친숙해진 영웅들. 그런 이들이 세계를 이끌어 왔다고 생각해 온 나에게 이 책은 서론에서부터 강력하게 반박하며 영웅이 만들어 지는 제작과정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영웅 만들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나폴레옹, 잔 다르크, 엘리자베스, 무솔리니, 비스마르크 다섯 명으로 서양에서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각 나라의 영웅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역사적 평가에 덧붙임이 많았다는 것과 자신들 혹은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실제의 모습보다 더 크게 혹은 중요하게 만들어진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각 나라별, 시대별로 필요한 이미지들을 가져오고 각색해 오면서 이들은 원래의 이미지보다 더 악랄하게 비춰지기도, 때로는 절대적인 선의 화신이 되기도 한다. 색칠과 덧칠 또 다른 이미지의 덧칠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지금까지 누려온 영웅 혹은 위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각색되고 변색되었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위인이 아니라고 필자들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은 칼라일이 주장했던 것처럼 성실성과 통찰력을 가진 흔희 말하는 타고난 영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영웅은 이런 여러 겹의 가면을 둘러쓴 인물들이지, 실제로 그렇게 살아온 인물이 아닐 수도 있기에 보다 객관적으로 그들을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가면을 벗은 채 사실만을 가지고 그들을 평가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예로 든 다섯 인물과 같이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앞서 언급한 충무공 이순신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순신의 공이 영웅화되어 지금은 모든 이들이 민족의 영웅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는 일제 강점기하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민족주의 사학들에 의해 부각되었고, 박정희 독재 시대에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국가 부흥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강조하기 위해 현충사를 짓고, 광화문 앞에 충무공 동상을 만드는 등 후대에 부각된 사실을 보더라도 필자들의 주장에 힘을 더할 수 있다. 생전에는 그리 각광 받지 못하던 인물들도, 죽은 후에 오히려 더욱 신성시 되고 영웅이 되는 매커니즘이 ‘만들기’라는 단어를 통해서 이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필자들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몇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윗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주로 서양의 근, 현대사와 관련된 인물들을 예로 들고 있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떠나서 수많은 영웅들이 거의 모든 국가에는 다양한 형태의 영웅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런 <영웅 만들기>라는 매커니즘이 각 시대의 각 지역의 다양한 영웅들에게 모두 적용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회마다 다양한 문화와 발전 형태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데 영웅사관과 관련하여 이를 모든 상황에 적용 시킬 수 있느냐?는 주장을 해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만들어진 영웅’은 과연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한다. ‘만들어 진다.’ 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나는 처음 글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 만들어 졌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조작과 허구, 사기 이런 것들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만 그대로 본다면 자칫 ‘만들어진 영웅은 사기’라는 공식이 성립 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들어진 영웅의 긍정적 기능에 대해서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대표적인 예가 단군신화이다. 아직도 불분명한 고조선이라는 나라와 단군이라는 인물,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고조선과 영웅 단군을 믿으며 살아간다. 실제 그러한 단군이라는 영웅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들이 주장하듯이 이들을 화장을 지운 객관적인 모습으로 바라보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로써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들의 긍정적인 면이 혹시나 훼손되지나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우리는 영웅을 만들어 내기를 원하고 있다. 물론 아무나 영웅이 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영웅을 만드는 것이 시대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졌듯이 현재 우리사회에서 탄생되는 영웅도 그와 같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만들어 지는 과정은 어떻고, 그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먼저 영웅을 만드는 주체는 이전의 일부 상위계층에서 대중으로 바뀌었다. 언론의 발달로 이전처럼 일부계층이 정보를 독점하던 현상은 사라지고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많은 양의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예전과 같은 방식의 영웅 만들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만들어지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영웅이 만들어 질 가능성은 어느 시대보다 많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우리는 집단에 속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집단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허울뿐인 공동체 속에서 파편화되어 생활하고 있다. 이런 공허함은 자신의 주체를 맡겨서라도 열광할 무엇, 몰두할 무엇, 기대할 무엇을 바라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을 탈출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사람들은 이를 대신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자리에 자신만의 영웅을 채워 놓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연아’를 떠올리며 환호하며 좋아한다. 이러한 김연아 신드롬은 또 하나의 영웅 만들기의 한 모습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이전과 다른 것은 자신들의 능력과 대중들의 대리만족의 욕구, 그리고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영웅으로 탄생되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많은 영웅들이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고, 또 빨리 새로운 영웅들이 생겨나서 그들의 자리를 메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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