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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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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중
댓글 0건 조회 1,549회 작성일 25-06-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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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정확한 학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연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어는 후각이 매우 뛰어나 자신이 태어난 강물 냄새를 기억한다는 것이 현재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는 정설이라고 한다.)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화려한 마무리를 위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 그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와중에 진을 치고 있는 곰들에 의해 많이들 잡아 먹힌다는 것 등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연어들의 생태를 의인화하여 잘 묘사하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라고 서두에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을 어째서 초등학교 시간에 선생님이 소개해 주셨는지는 지금도 잘 알 길이 없지만, 어쩌다 보니 이 책을 지금에 와서 다시 꺼내서 정독하게 되었다.


책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은 ‘은빛연어’로, 다른 연어들과 달리 은빛으로 뒤덮여 있어서 언제나 무리 내에서도 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야기 초반에도 우두머리 연어가 은빛연어에게 “너는 언제나 무리 한가운데에서 헤엄치도록 하라” 라고 한다. 다른 연어들을 이를 두고 특혜를 받는다고 불평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이 답답한 모양이다. 헤엄치다가 물수리를 만나서 누나를 잃게 되고 상실감을 느끼다가, ‘눈맑은연어’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함께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와서 알을 낳고는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과정을 한 편의 동화로 그려내었다.


연어는 태어난 강을 기억하고,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 회귀의 본능은 단순한 동물적 본능을 넘어,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인간의 내면적 욕구와 닮아 있다. 연어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간 역시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 앞에 서게 되는 기분을 받는다. 소설 속 연어가 수많은 위험과 유혹,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삶의 굴곡 속에서도 자기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와 맞닿아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사유 한다. 은빛연어는 여정 중에 눈맑은연어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이별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고, 연어는 홀로 남는다. 나는 이 장면에서 사랑이란 결국 상실을 전제로 한 감정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 상실은 곧 성장의 계기가 된다. 사랑은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동시에 더 단단하게 만든다. 연어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별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과정은 인간의 내면적 성장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소설 후반부에서 은빛연어를 포함한 많은 연어들은 마침내 자신의 강에 도달하지만,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그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인 것으로 묘사되는 느낌이 더 강하다. 연어의 죽음과 알의 탄생은 자연의 순환, 생명의 연속성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삶과 죽음, 시작과 끝이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님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모든 것은 하나의 거대한 순환 속에 존재한다. 연어의 운명은 비극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운명은 곧 새로운 삶을 잉태하는 희망의 서사로 확장된다.


초등학교 때에는 대부분 와 닿지 않았던 것이 지금에 와서는 좀 더 깊이 있게 와 닿는 부분이 많다. 이 책은 한 마리 연어의 생애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 사랑과 상실, 성장과 죽음,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어느 연어의 성장 소설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삶의 본질과 의미, 그리고 존재의 근원을 묻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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