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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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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규
댓글 0건 조회 1,347회 작성일 25-07-1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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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 슈테판 셰퍼 -


나에게 남은 여름은 과연 몇 번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80.6세. 단순히 계산해보면, 지금의 나는 앞으로 쉰세 번의 여름을 더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엔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문득문득 시간을 되돌아보면 계절은 어느새 한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남은 듯한 기분이 든다. 해가 갈수록 시간이 점점 더 빠르게 지나간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어서일까. 그런 생각이 들 무렵,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이 소설은 도시의 바쁜 삶에 지쳐 있던 주인공이 시골의 농부 ‘카를’을 만나며 삶의 의미를 다시 찾게 되는 이야기다.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낯선 곳에 들어선 주인공은, 화려한 조언도 아닌 조용한 삶의 태도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고 변화한다. 느긋한 태도, 문장 사이의 조용한 침묵, 손님을 사심 없이 맞이하는 태도 — 카를은 우리가 종종 잊고 지내는 가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주인공과 카를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 여기”에 머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시골의 여유로운 삶’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내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와, 진짜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자연과 함께 흐르는 삶의 리듬,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태도, 그리고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진실한 대화는 내 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던 ‘살아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을 끌어올렸다.

그간 나는 ‘좋은 삶’을 위해 스스로를 조이기만 했던 건 아닐까. 건강한 습관, 실수 없는 말과 행동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동안, 정작 진짜 웃음과 따뜻한 교감은 멀어졌던 건 아니었을까. 반면, 카를은 단순한 말 한마디로 상대의 마음을 풀어내고, 때로는 침묵마저 온기를 지니게 만든다. 나도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말을 아끼고, 마음을 나누며, 말보다 깊은 의미를 품은 침묵 속에 자연스럽게 머무를 줄 아는 사람으로.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은 내게 많은 질문을 건넸다. 그건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계절이 남았는가 보다는, 남은 계절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매 순간을 완벽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덜 완벽하고 조금은 느슨한 상태에서도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태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때로는 함께 조용히 침묵하는 것. 그런 시간들 이야말로 내 삶의 계절을 더 깊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앞으로 내게 남은 쉰세 번의 여름. 그 중 단 하나도 무심히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이 소설이 내 마음에 불어넣은 바람이 오래도록 머물기를, 그래서 내 삶의 풍경을 조금씩 바꿔주기를 조용히 바란다.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다음 생에서는 실수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다음 생에서는 실수를 더 많이 하고 싶다.

더는 완벽해지지 않고, 더 느긋하게 지낼 것이다.

지금까지 보다 조금 더 정신 나간 상태로, 많은 일을 심각하지 않게 여길 것이다.

그다지 건강하게만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모험을 하고,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많은 해넘이를 바라보고,

산에 더 많이 오르고, 강을 더 자주 헤엄칠 것이다.

나는 매 순간을 낭비 없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똑똑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물론 즐거운 순간도 있었지만,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누리고 싶다.

삶이 오로지 이런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아직 모른다면 지금 이 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나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맨발로 다닐 것이다.

생이 아직 남아 있다면 아이들과 더 많이 놀 것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아르헨티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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