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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열정이 불타는 여름의 음악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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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경규
댓글 0건 조회 6,236회 작성일 10-08-1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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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항상 마음이 들뜨게 된다. 사람마다 각각 이유는 다를지라도 여름엔 바캉스를 자연스레 연상하게 되고, 뜨거운 태양 아래 산이나 강, 바다로 떠나는 여행을 자연스레 떠올리면서 설레게 될 것이다. 나에겐 여름이 기다려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언젠가부터 여름은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는 계절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 혹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대답하는 몇 가지 대답 중에서 음악 감상이라는 항목은 항상 빠지지 않는다. 나 역시 이 음악감상이 취미라고 대답하긴 마찬가지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라이브로 연주되는 밴드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나는 왠지 악기를 다루는 데에는 익숙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열심히 피아노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전이 없어 포기했었고, 음악 시간에 배웠던 리코더나 단소도 엉망으로 불기는 마찬가지였고,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잡았던 기타도 결국은 내려놓게 되었다. 결국 자연스레 음악을 직접 하기보다는 듣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언제라도 다시 직접 연주를 해 볼 욕심이 있지만 지금은 단지 감상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매년 한국에서는 10여 개에 이르는 대형 음악 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항상 손꼽아 기다려 왔던 것과는 달리 실제 이런 페스티벌을 직접 가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올해도 그럴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작정하고 지산 락 페스티벌의 티켓을 구입하였다.

2010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은 3일 동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부대 행사들과 텐트 촌에서의 캠핑까지 어우러진 대형 락 페스티벌이다. 국내 외의 수십 팀의 여러 음악가들이 참여하여 3일 내내 페스티벌 현장에서는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3일 동안 내내 공연을 볼 처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동안 보고 싶었던 영국의 세계적인 락 밴드 muse의 공연이 있는 하루만 참가 하였지만, 쌓아 놓았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는 충분했다.

공연장은 정말 젊음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었다. 밴드의 연주에 열광하고, 수천, 수만 명이 연주에 맞추어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남의 신경과 눈치를 보지 않고 뛰고 춤추며 신이 나면 소리치고 박수치는 광경은 말 그대로 진풍경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10대 어린 학생들부터 20대 연인들, 유모차에 아이를 데려온 30대 부부도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놀러 온 듯한 가족, 수많은 외국인들까지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2002년의 월드컵 이후에 매번 진행되는 거리응원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한국인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흔히 나오는 ‘신명’이라는 것이 여기서 이런 형태로 발산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갔다.

한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실용음악의 범주에 속하는 밴드와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음악이 태동한 이래 수 십 년간 마이너리티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혹자는 그런 것이 인디 밴드의 저항정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논리를 펴곤 하는데, 앤디 워홀이 말했듯이 예술가라는 것은 하나의 직업일 뿐이기에 그들도 생존을 위해서 유명해지고, 많은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다. 이런 대형 락 페스티벌은 많은 음악가들에게 그런 유명세를 얻을 기회를 제공해 주는 장이 된다. 나와 같은 문화 향유자의 입장에서는 백화점처럼 여러 음악을 한자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 낼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에서 서로간의 이해가 맞물려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어느 정도 굵직굵직한 대형 음악 페스티벌들이 한국에 자리 잡은 지도 몇 년이나 되었지만, 아직도 무대 위에서는 밴드들의 절규가 들려 오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의 음악 환경의 개선은 갈 길이 먼 것만 같아 안타깝다.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을 보러 이천으로 가려는데, 뭐 비싼 돈을 주고 그런 데를 가냐, 차라리 그 돈이면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기성 세대들이 이런 생각을 하겠지 하는 생각에 왠지 씁쓸함이 몰려왔다.

문화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의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문화에는 정말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예술회관에서 연주되는 클래식 연주회와 대형 오페라 공연은 고급이고, 홍대와 대학로의 클럽에서 연주되는 인디 밴드의 콘서트는 저급 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정해져 있는가?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고급이라면, 티켓 값이 수십 만원씩 하는 외국 대형 락 그룹들의 공연도 고급문화겠다. 이러한 모든 것은 각각의 문화 예술의 한가지 형태일 뿐이고, 사람에 따라서 각자 스스로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을 깨닫고 그 것을 즐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밴드 공연 관람은 나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고, 나에게 맞는 문화 생활이니 나 스스로 거기에 만족하고 즐기고 있다. 남들의 이목을 생각하고, 자기 과신을 하기 위해서 관심도 없고 이해도 못하는 공연을 보러 가는 것 보다는 이게 더 좋은 문화 생활이 아닐까? 이런 문화를 겪어 보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기 전에, 한 번 이라도 그 틈에 들어가서 함께 그 문화를 경험 해보고 나서 비판을 하는 것이 옳지 않나 싶다. 자신이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 시민이라면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볼 것이다.

어느 대중음악가가 얼마 전 자신의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 인터뷰를 보았다. 하지만 그런 음악을 통해서 우리들 마음속에 감동을 전해 주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38도를 기록한 뜨거운 여름날의 태양 아래, 열정적인 사람들 속에서 음악을 통해 받았던 감동은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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