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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A week at the air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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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유진
댓글 0건 조회 6,258회 작성일 10-04-1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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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영화 ‘터미널’과 같은 공항에서의 숙박을 다룬 수필이라고 생각했다. ‘한 백인의 흑인으로 살아가기’에서 주인공이 흑인으로 분장하여 당시 흑인들의 입장을 이해한 것과 같이, 한가한 어느 작가가 ‘터미널’에서 처럼 스스로를 공항에 억매어 체험해 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영국의 히드로 공항에서 책의 저자인 알랭 드 보통에게 공항에서의 일상을 문학적으로 표현해보지 않겠냐는 제의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터미널’의 주인공과 달리 지정해 준 고급 호텔에서 지내고, 거의 모든 공항 시설에 대해 제약 없이 이용한다. 이렇게 조건 속에서 작가는 스스로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기 보다, 공항 안을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과 현상에 대한 관찰자로서 책을 서술해 나간다.

작가에게 떨어진 임무가 공항에 대해 세심히 서술하는 일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가 지닌 독특한 표현 방식 때문이지 알 수 없으나 무심히 지나갈 법한 내용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내용이 많았다. 예를 들어 그는 처음 호텔에 배정되고 메뉴판을 보며, “어떤 언어의 문학 작품에도 룸서비스 메뉴 같은 시적인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라는 표현을 썼다. 예시로 몇 가지 메뉴들에 대해 적어 놓았는데 메뉴의 이름은 자신이 가진 특색을 간결하게 나타내고, 이러한 이름들이 행을 맞춰 늘어져 있는 모습이 나름의 일관성을 갖춘 시처럼 보이기에 그런 표현을 썼나 보다. 이렇게 작가의 생각으로 표현된 글들이 많아 짧은 글 임에도 읽기 쉽지 않았지만, 평소에 접하지 않는 형식이니 만큼 무척 흥미로웠다.

작가는 다양한 것에 대해 논한다. 공항 시설, 주변 환경, 파는 음식에서 부터 음식의 가공 과정까지 관찰하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 서술한다. 나 또한 많지는 않지만 공항에 가 보았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새로운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지만 그야말로 기다리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시간이었을 뿐, 공항 시설과 승객 이외에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공항이란 단지 내가 오고가려는 장소에 대한 중간 도착지일 뿐이며, 그 곳에는 비행기와 승객과 직원만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곳에서 작가는 공항에서 여행지 이상의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하게 되고 이를 기술하는데, 나는 특히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얘기한 부분들이 좋았다.
지지난 겨울, 여행을 마치고 카이로 공항 구 터미널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남은 돈을 처리하기 위해 들렀던 카페에서 단 한 잔의 차만 살 수 있을 정도의 돈만 있다는 사실에 2명의 친구들과 크게 당황했던 적이 있다. 이집트에서는 아라비아 숫자를 쓰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과 메뉴판에 적힌 숫자를 비교해 보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그렇게 오래 앉아 있다가 티백으로 된 차 한 잔 시킬 수 있는 금액만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여 나가지도 주문하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한 종업원이 와서 가지고 있는 금액을 보더니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선물이라며 1잔의 가격에 3잔의 홍차를 준 적이 있다. 그리고 그들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해 관계를 떠나 얘기한 유일한 이집트 인이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동안 만났던 여느 사람들보다 인상적이었고, 몇 안되는 이집트에서의 기억 중 하나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련의 경험들이 작가가 느꼈던 그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 때는 인지하지 못하였지만 돌이켜보면 공항이기에 가능했던 경험들도 많았다. 책을 놓는 순간에서야 작가가 얘기한 대로 터미널은 우리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포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라는데 동의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책을 보며 인상 깊었던 마지막 구절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우리가 읽은 책, 일본의 절, 룩소르의 무덤, 비행기를 타려고 섰던 줄,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 등 모두 다. 그래서 우리는 점차 행복을 이곳이 아닌 다른 곳과 동일시 하는 일로 돌아간다.
...
우리는 짐을 싸고, 희망을 품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욕구를 회복한다. 곧 다시 돌아가 공항의 중요한 교훈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2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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