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인생사용설명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6,114회 작성일 10-05-15 16:16

본문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양심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시대의 아픔을 제 아픔으로 껴안으려는 지식인 중의 하나였던 전직 국회의원 겸 작가 ‘김홍신’. 그가 지난 몇 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인생사용설명서’라는 다소 흥미로운 제목을 단 책으로 독자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 무릎팍 도사에서도 출연하여 그의 굴곡 많은 삶을 시청자들에게 들려주었지만 내가 그를 처음 안 것은 내가 중학교 시절 무렵이었다. 그 당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80년대 후반부터 ‘인간시장’이라는 소설로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아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인간시장’은 소설 속의 주인공 ‘장총찬’이라는 인물이 온갖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고 통쾌하게 해결하여 암울하고 희망을 찾기 힘들었던 80년대 우리 시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주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 녹아있었던 기세 등등한 문체는 15, 16대 국회의원을 연속으로 지내며 8년 연속 의정활동평가 1위라는 평가가 말해 주듯 대나무처럼 곧게 살아오고자 했던 그의 삶의 의지의 표상이었다.

그런데 그가 20년의 긴 세월이 지나 소설이 아닌 짧은 에세이집을 들고 나왔다. 맨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읽어보니 이게 왠걸? 인생에 대해서 새로운 어떤 것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정제되고 세밀하게 걸러진 도덕책 같은 느낌이랄까? 막상 책장을 열고 보니 자신의 경험과 일화, 교훈적인 깨달음에 관한 내용을 여러 개 엮은 에세지 집이다. 나처럼 제목을 통해 그의 젊은 시절 풍겼던 이미지처럼 파격적인 ‘인생론’을 기대한 독자들은 적잖게 실망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독재 시절 작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 불의에 항거하던 독설가에서 벗어나 완전하게 두 어깨에서 힘을 쭉 빼고 마치 삶은 관조하는 듯하게 써 내려간 그의 글을 보노라면 그도 이제는 이마의 주름살이 어색하지 않은 ‘어르신’ 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걸까? 그의 소설로 인해 독자들에게 폐부를 찌르며 통쾌함으로 호흡마저 거칠게 만들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보면 삶의 연륜이란 이렇듯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렇다고 책이 너무 재미없거나 그저 그런 지루한 노교수의 뻔한(?) 이야기 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에게 ”인생의 주인은 누구인가? 혹은 누구와 함께 하겠는가?” 와 같은 삶에 있어서 크게 중요한 일곱 가지의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제시함으로써 나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스스로 생각하도록 꾸미고 있다. 책상 한 켠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그의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매우 가치 있는 책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나 타인에 대한 분노와 미움의 감정을 버릴 것을 강조한 6장은 내가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정말 가슴속에 간직하고 되새겨 보아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워하는 사람을 애써 사랑하라는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미운 사람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미움을 포기할 수는 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듯 버리십시오. ~증오의 고통이 얼마나 자신을 망가뜨리는가를 안다면, 정말 용서하기 어렵다면 그냥 잊어버리는 게 내 영혼을 위하는 길입니다. 미움, 분노, 질시, 화, 슬픔, 괴로움은 영혼에 박힌 가시와 같습니다. 쌓아둘수록 자신의 상처가 그만큼 깊어질 뿐입니다.” 그의 글처럼 상대방에 대한 미움의 감정을 깨끗하게 씻어버리는 것은 어렵지만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더 자신을 가혹하게 괴롭히는 것임을 우리는 깨우쳐야 할 것 같다.

한번뿐인 인생, 누구나 후회 없이 잘 살고 싶어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면서 느끼고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모든 인생 후배들에게 전하는 그의 메시지를 통해 현재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볼 기회를 주는 고마운 책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