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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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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현정
댓글 0건 조회 6,099회 작성일 14-04-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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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하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을 이루는 것은 바로 일 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끊임없는 애정을 확인하며 자신의 존재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자신이 하는 일로부터 성취욕을 느끼며 자신의 존재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 둘은 매우 상반되어 있는 느낌의 개념으로 극과 극에 위치한다고도 생각된다. 자신의 일에 깊게 빠져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중심적이고 자아 성취욕이 강해 사랑에 실패하기 쉽상이고, 관계 의존적이고 사랑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자신의 일에 있어서 큰 성공을 이룩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조안리는 그 두 축 ‘사랑’과 ‘일’ 모두에서 성공한 당차고 용기 있는, 비록 지금은 나이 60을 넘으신 분이지만 요즘 흔히 말하는 ‘엄친딸’에 속하는 여성이다.

‘스물 셋의 사랑, 마흔 아홉의 성공’은 총 두 권으로 되어 있는 자서전 혹은 에세이로 1권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자신의 러브스토리에 대해, 2권은 국제무대에서 프로 비지니스우먼이 되기까지의 자신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 한다. 두 권 모두 자서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파란만장하고 소설 같은 이야기인지라 ‘어떻게 이런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이것도 타고난 복인가 보다’ 부러움을 금치 못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지만, 내 나이 탓인지 나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은 사랑에 관한 부분이었다.

스물 셋이란 나이에 마흔 아홉 살의 외국인 신부와 사랑에 빠진 조안 리,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외톨박이로서의 그녀의 기질은 쉽게 바뀌어 지지 않아 때때로 남학생들이 데이트 신청을 해오면 거절해 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서강대 설립자이자 초대학장이던 길 신부님께서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여 원고 쓰기가 어렵다 하며 그녀에게 한국어 레슨을 부탁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매일아침 서로의 모국어를 가르쳐 주고, 수영장을 누비며 수영을 배우고 일요일마다 함께 산에 오르며 서로의 만남에 푹 빠지게 된다. 하지만 제멋대로 넘겨 짚어대는 억측들과 악의에 찬 비방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당시 서강대 총장인 데일리 신부로부터 경고장을 받게 되고 한국어 레슨은 그만 두게 된다. 조안은 갑작스레 강요된 길 신부님과의 단절로 인해 격렬한 상실감에 몸부림치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란 속을 방황한다. 이후 길 신부님은 광주로 발령을 받게 되어 몸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서로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들이 함께했던 그 어떤 시기보다 더욱 많은 이야기들을 솔직히 털어 놓으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결혼을 결심한 조안은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신부님을 유혹하여 타락시키더니 이제는 재산을 뺏으려고 결혼하려 한다고 수군거리면서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된 학교와 교단에서는 강제로 길 신부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그 둘 사이를 격리시키고 미국으로 가 있으라고 명령한다. 한국에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길 신부를 따라 미국 땅으로 들어선 조안리... 하지만 그 곳에서도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은 너무도 많다. 천주님이 축복해주시는 결혼을 하기 위해 로마 교황청에 탄원서를 보내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둘의 사랑이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교황청으로부터 사제직 반납의사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가톨릭 신자의 한사람으로서 혼배성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통고를 받게 된다. 그 둘은 꽃도 축가도 하객도 없는 결혼을 치르게 되지만 천주님에 대한 그들의 믿음과 사랑을 증명했으며, 결혼에 대한 대가로 모든 것을 상실해 버림으로써 그 사랑이 재물이나 명예 따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음을 증명하게 된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 중 몇이나 이처럼 정열적이고 로맨틱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인 편견이나 현실적인 장애 앞에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지만 조안리는 편견과 장애를 넘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당찬 여성이었다.

이러한 그녀의 성격은 2권에서 이야기되는 그녀의 성공신화에 있어서도 잘 드러난다. 아이 둘을 낳아 기르면서 끊임없이 놓지 않는 학업에 대한 열정과 무턱대고 호텔로 찾아가 총지배인에게 자신을 고용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 자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닦아 온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4년 동안 조선호텔 파일 매니저로 일하면서 우리나라 홍보계 처음으로 ‘이벤트’라는 개념을 도입, 여러 나라 대통령들을 영접하면서 호텔의 이미지를 최고에 걸맞게 거듭나도록 만든다. 또 스타 커뮤니케이션이란 회사를 만들어 국제 비즈니스 및 그에 필요한 인적 자원 문제에 대한 해결사 역할 을 자처했다. 1991년에는 주한 미상공회의소의 19대 부회장에 선임되어 한국인으로서, 또 여성으로서 국제적인 무대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그녀가 국내 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이뤄낸 일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책을 읽으면서 조안리가 사랑과 일 모두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켄(길 신부님)의 조안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사랑, 전폭적인 지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보통 남자라면 하기 싫어했을 육아와 가정 일에 그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그와 더불어 익숙한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전진하는 그녀의 진취적인 성격과 용기가 오늘날의 그녀를 만들었을 것이다.

조안리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해낸 여성이고 일반 사람과는 다른 파란만장한 삶을 산 여성이다. 이러한 열정과 용기로 못해낼 일이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물질과 돈에 복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고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랑을 했던,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성공한 조안리가 부럽고 멋있다. 나또한 저런 로맨틱한 사랑과 일에서 모두 성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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