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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와 미학자가 함께 바라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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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경규
댓글 0건 조회 6,250회 작성일 14-04-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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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공학자의 꿈을 꾸었던 고등학교 시절이 있었다. 매일 같이 수 백개의 무의미한 객관식 문제만 푸는 것을 반복하느라 독서와는 거리가 멀었던 시기였다. 게다가 이공계로의 진학을 생각하던 시기여서 인문 사회학적인 소양을 갖추는 독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베스트셀러로 떡하니 자리 잡았었던 과학분야의 도서가 있었다. 이름도 멋진 ‘과학 콘서트’ 였다. 이 책 하나로 정재승이라는 젊은 과학자는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어느 덧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앞으로 되고 싶은 인재상이 이와 같이 과학과 공학에 기반을 둔 사회 리더라는 점에서 정재승 교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진중권씨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하하. 유명한 문화 비평가라는 정도만 알 뿐. 예전에 진중권씨가 KAIST에서 미학 수업을 할 때, 작가를 지망하던 친구가 진중권 교수의 수업을 들었기에 아 그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정도의 인식만을 할 뿐이었다. 사실 사회적으로 명성은 진중권씨가 더욱 많은데, 왠지 그 동안 자주 접해보지 못했었다.

내가 학교를 나가서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잘 하지 못하는 현상은 이런 것이 원인 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공학 또는 과학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문사회학의 지식이 사회의 메인스트림을 형성하고 있다. 공학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라든가, 나노 기술이나 반도체 보다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 정치에 대한 이야기,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많이 나누고 있다. 나름 학부 때부터 사회의 여러 방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매달 여러 주제의 여러 책들을 읽고 있지만, 공대의 대학원생이라는 특수한 환경은 역시 내 연구분야 이외의 것에 신경을 쓰기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문화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21개의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갔고, 그걸 묶어서 하나의 책으로 냈다. 이름하여 ‘진중권 + 정재승 :크로스’. 로봇들이 나와서 괴수들과 싸우는 어린이용 드라마에 나올법한 유치한 제목이지만,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의 생각이 교차해 나가는 책의 컨셉에서 적절한 제목이다. 예전에 읽었던 ‘메디치 효과’라는 책에서도 서로 다양한 사람들이 교차하는 점에서 크게 퍼져 나가는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 않았던가.

책을 읽으면서 다른 배경과 시각을 가진 두 사람의 견해가 매우 재미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미 정재승교수는 이공계 생을 위한 어떤 책의 제목처럼 ‘글쓰기가 두려운 한국의 이공계인’ 이라기보다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최근 들어 소설가 김탁환 씨와 함께 소설을 출간하기 도 한 이미 유명한 글쟁이였다는 점이다. 정통 과학자보다는 글을 너무 잘 쓰며, 이미 인문학적 소양이 가득한 사람 이었다는 거다. 하하. 좀 더 평생 다른 길을 쳐다보지 않고 과학만 다뤄온 사람의 견해를 보여 줬더라면 정말 상반된 배경의 아이디어들이 교차해 지나가는 것을 명확히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랬었다면 이런 책의 구성 자체가 되지 않았으려나.

책은 전반적으로 쉽고 가벼웠다. 마치 작가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생각을 정리한 것처럼. 이렇게 가볍게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다. 사람들은 점점 어려운 독서를 원하지 않는다. 최근의 성인들을 위한 각종 얇은 동화책들이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을 형성하는 모습은 이를 입증해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보다 독자들에게 파급력을 가지기 위해 이렇게 간단한 생각의 공유라는 컨셉으로 책을 구성한 것에서 이 책의 작가들에게 감탄해 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나는 머릿속의 생각을 채 반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못하는 수준 낮은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기술은 하루 이틀만에 익히는 것이 가능한 일이 아닌 듯 하다. 앞으로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써, 글로써 나의 생각을 전달해야 할 일이 수백번은 찾아 올 터인데, 그날을 위해서 지금부터 틈틈이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써 볼까나.

정재승 교수의 과학자적 시각에 공감하며, 또한 그 동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한 나와 다른 미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나에겐 즐거운 경험이었다. 정말로 생각하지 못한 부분과 꿈도 꾸지 못하였던 접근법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부터 시작되어 강호동과 유재석, 구글, 프라다와 9시뉴스에 이르기까지 21개나 되는 다양한 주제의 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박사'라는 주제에 대한 글이다. 정재승 교수의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고 단순히 연구를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는 너무나도 순진한 이유는 지금의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 주었다. 나에게 연구란 어떤 의미인 것인가. 왜 나는 열정적으로 즐겁게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져 본다.

책을 읽으면, 항상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게 된다. 난 항상 우물 안 개구리이고, 세상은 너무나도 넓고 다양하다.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난 그 동안 내가 지식과 상식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는 동안 사회의 메인 트렌드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모르는 주제가 언급되기도 하였다. 또한 두 작가의 넓은 견해와 시각, 지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자극을 받았다.

세상을 보다 넓게 바라보아야 할 우리 공대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분명 이는 우리의 시각과 견해를 넓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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