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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정훈
댓글 0건 조회 6,404회 작성일 10-02-13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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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상실의 시대로 이미 유명세를 탄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이다. 부끄럽게도 이 책을 처음 집었을 때 책의 제목을 IQ84로 착각하고 어떤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천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실은 1Q84는 일본어에서 Q(kew)와 9(kew)의 발음이 동일한 것에 착안하여 책 속 주인공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1984년도를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과거 상실의 시대가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소재로 사용하였던 것처럼 이번 1Q84도 “신포니에타”라는 클래식 음악을 책의 배경으로 깔아놓았다. 덕분에 일본에서 2000장 안팎의 누적판매량을 보였던 앨범이 1Q84의 발매 후 몇 주 동안이나 클래식 부문 1위를 놓치지 않았다고 하니 일본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력을 가히 실감할 만 하다 할 수 있겠다.

소설은 1984년을 배경으로 서로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한 챕터씩 번갈아 가며 다루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진행방식 때문에 마치 “냉정과 열정사이” 두 권을 한 챕터씩 번갈아 가며 읽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나는 이야기의 흐름이 계속해서 끊어지는 느낌을 받게 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저자의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섬세한 장면표현과 리듬감 있는 이야기 전개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우려했던 몰입도의 저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기의 발단은 문예등단을 준비하고 있는 남자주인공이 어느 소녀의 신인상 공모작을 대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공모작은 리틀피플이라 하는 의문의 존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2권을 다 읽은 지금까지도 리틀피플의 존재는 소개되지 않았다), 책이 사람들의 선풍적인 관심을 끌어 베스트셀러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자연히 두 사람은 리틀피플과 대치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여자주인공은 헬스장 트레이너로 근무하면서 때때로 살인 청부업을 하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사람인데, 후에 리틀피플과 관련된 종교단체의 교주를 암살하게 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던 남자주인공과 우연한 만남을 하게 된다. 이처럼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이야기 전개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난 지금까지도 난 이 책이 판타지 소설인지 스릴러인지 연예소설인지 감을 잡진 못하겠다. 분명한 건 판타지에서부터 로맨스, 치열한 두뇌 싸움까지 이 책에 다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복잡한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혀 난잡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또 하나 놀랐던 점은 바로 책 속 인물들의 도덕관념이다. 물론 상실의 시대에서부터 이미 익히 알려져 온 저자의 특성일수도 있겠지만, 1Q84에서는 두 주인공은 물론이고 남자 주인공의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두 불륜을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으며 그 일에 대해서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남자주인공은 공모작을 대필하는 일에는 병적일 만큼 양심의 가책을 받아 놓고서는 정작 자기 자신은 매주 금요일마다 가정이 있는 유부녀와 만남을 가지는 행동은 자신의 욕망을 채워준다는 이유로 쉽게 정당화 시켜버린다. 심지어는 이 책 어디에서도 이러한 행동을 이상하게 표현하는 부분은 없으며, 오히려 주인공들의 행동을 적당한 이유로 정당화 하기까지 한다. 이 책의 저자가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대다수의 일본 사람들은 불륜을 그렇게 나쁜 행동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인 걸까?

제법 두툼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워낙 물 흐르듯 부드럽게 쓰여져 있어 실제로 책을 읽어내려 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 2권이 끝난 지금까지도 책 속 이야기가 정리되기는커녕 아직 펼쳐지고 있는 중이다. 다시 말해 이야기의 흐름이 상당히 느린 편인데, 때문에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깨끼들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이번 5월 중에 3권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예약이라도 해서 하루라도 빨리 수수깨끼들의 답을 알고 싶은 마음뿐이다. 과연 리틀피플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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