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머리 좋은 사람 위에 예쁜 사람 있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6,560회 작성일 10-03-15 23:28

본문

최근에 홍콩배우 금성무를 닮은 중국의 ‘얼짱 거지’가 중국대륙에서 화제가 되었다. 거지행색을 하곤 있지만 주도 면밀하게(?) layered된 겉옷에 담배를 물고 거리를 활보하는 그의 ‘간지’는 그를 하룻밤 사이에 중국에서 일약 스타로 만들어 버렸다. 외모 하나 만으로 ‘거지’를 ‘스타’로 만드는 이런 상황을 보고 있자니 마냥 웃고 넘길 일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그의 사진을 보고 전국 각지에서 그를 돕고 싶다는 전화가 쇄도하는 동시에 노숙자 지원 운동을 펼치자는 사회적 목소리도 점차 커진다고 하니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름다움의 과학’으로 이름 붙여진 이 책을 통하여 우리는 이에 대한 해답을 다소나마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에서는 울리히 렌츠라는 독일인 의사가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생각과 달리 예쁘고 아름다운 외모야말로 대부분의 모든 사회에서 사람들이 공유하는 최고의 ‘가치’ 중의 하나이며 시대의 차이나 유행, 변덕은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계층, 문화, 지역을 넘어서는 정량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미의 기준이 존재함을 수많은 심리학자들과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주장한다. 특히나 “예쁘면 다 착하다”, “억울하면 예뻐져라”, “머리 좋은 사람 위에 예쁜 사람 있다” 등의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책 속에 여과 없이 담고 있어 출간됨과 동시에 독일 사회에 굉장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많은 연구 결과물들을 담느라 제법 두툼한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인간의 육체적인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연유하고 그러한 아름다움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아름다움의 조건으로 대칭, 동안, 몸매의 비율 등을 열거하면서 아름다운 육체는 수많은 사람들의 평균을 합성한 것으로 표현되며 이렇게 평균화될수록 더욱 매력적인 얼굴과 육체로 인식하게 된다고 얘기한다. 또한 이러한 합성으로 이루어지는 평균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만들긴 하지만 합성된 평균 얼굴보다 항상 더 ‘예쁜 오리지널’ 얼굴이 있다는 주장 또한 재미있어 보인다.

책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절대 ‘권력’이라고도 불리는 아름다움의 마력에 대해 설명하는 3장이었다. 회사 측이 승진평가에서 외모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면접 때 첫인상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익히 알려진 상식(?)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대통령후보로 나서는 사람은 지식의 수준이나 정책에 대한 식견이 대단함과 동시에 대부분 큰 키와 훤칠한 인물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은 아름다움의 힘이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것이라는 사실을 얘기한다. 특히나 우리 인간들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순결하다고 생각하는 ‘사랑’ 마저도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거래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얘기하는 저장의 주장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즉 사랑에도 수요공급의 법칙이 작용하여 유전자가 최저 한계와 최고 한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외모적으로 자신의 레벨과 맞는 파트너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수백만 명의 남녀들이 짝을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지지만, 잘 관찰해보면 평균적으로는 정확하게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외모의 짝과 사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한 남자는 여전히 아름다운 여성과 만남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수많은 역사가 검증한 ‘실력자와 모델’ 유형은 앞으로도 여전히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건 없나 보다 ㅎㅎ)

이 책에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마지막으로 4장에 집약된다. “사회적으로 더욱 성공적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름다움, 외모, 신체를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게 과연 부도덕한 일이라고 폄하할 수 있는가?” 라는 다소 무거운(?) 화두를 던지면서 마무리를 한다. 나 또한 저자가 시원스럽게 도덕적 해답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했지만 이에 대한 가치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그의 말대로 오래 전 육체적 노동을 하층 계급의 일로 미천하게 생각하던 풍조에서 오늘날 일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가치 있는 수단으로써 도덕적 격상이 이루어진 것처럼 아름다움과 돈을 교환하는 관계 또한 미래엔 도덕적으로 허용될 것인가? 그렇게 변화된다면 과연 이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인류의 집착이 과연 본질적으로 나쁜 것으로만 생각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중용에서도 얘기했다. 양극단으로 치우치면 균형을 잃게 된다고. 정작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의 자세를 잃지 않은 한도 내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미 성형수술을 비롯한 미용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전 국민의 절반이상이 다이어트 열풍 속에 자신의 귀중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얼마 전 ‘알바몬’에서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1500명에게 ‘외모도 경쟁력’이란 말에 동의하는지를 묻자, ‘무려 98%’가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아가 20~30대 미혼남녀의 91.9%는 한국 사회에서 외모도 권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제 외모는 연애, 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을 넘어, 사회권력의 쟁취에 있어서 필요조건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얼마 전 한 공중파 방송프로그램에서 붉어져 나온 ‘루저’ 파문은 우리 사회가 외모지상주의 이상으로 아름다움에 대해 ‘광기’스러운 집착을 한다는 하나의 증거자료다.

어찌됐던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담론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아름다움은 숨길 수도 숨겨지지도 않는 인간의 근본적 욕망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다녀온 학회얘기로 이 짧은 서평을 끝내려고 한다. 학회는 기본적으로 서로의 연구 성과에 대한 정보 교류의 장인 동시에 발표자 자신을 넓은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사견이기는 하지만 가서 보면 훌륭하고 깔끔한 외모로 인해 발표자의 역량이 훨씬 뛰어나 보이기도 한다. 원판불편의 법칙으로 더 이상 훌륭한 외모로의 변신(?)에 한계가 있을지라도 깔끔하게 자신을 포장(?)하는 노력 또한 연구를 업으로 하는 우리에게도 필요조건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무엇보다 실력이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