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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20 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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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영민
댓글 0건 조회 6,122회 작성일 10-04-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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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표현하는 말 중에 88만원 세대라는 유명한 표현이 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것도 아니고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안다고 자신할 수는 없어도 대략적인 의미는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보이는 88만원 세대에 대한 이해는, 특히 기성세대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88만원 세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쓴 것을 보면 내가 이해하고 있는 88만원 세대의 의미가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곤 했다. 의문이 들면 직접 읽어보는 것만큼 빠른 방법이 있겠는가. 출판된 지 약간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집어 들고 읽게 되었다.
88만원이라는 용어의 근거는 비정규직 평균 세전급여 119만원에 전체 임금과 20대 임금의 비율인 74% 를 곱해보면 88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적혀있다. 이렇게 정의한 88만원이라는 말 때문에 오히려 본질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기성세대와의 이해의 차이점이 여기서부터 시작하는데 나의 경우 88만원 세대의 정의에서 “비정규직” 이라는 단어가 가장 눈에 띄는데 반해 다른 사람들은 “88만원” 이라는 단어가 가장 눈에 띄는 것 같다. 기성세대의 글 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글의 유형이 “나도 20대일 땐 그렇게 적은 금액을 받으면서 고생했다, 내가 바로 88만원 세대이다” 라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여기서부터가 88만원 세대에 대한 서로간의 인식 차이라고 보인다. 심지어 대기업 정직원으로 첫 직장을 시작했다는 40대 초반이신 분이 인터넷에 그당시 첫 월급을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88만원이다, 내가 88 만원 세대다, 지금 20 대는 노력할 줄 모른다 이런 글을 쓴걸 봤을 때, 또는 대통령이 언론 앞에서 20대는 상황만 탓하고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가려고 한다, 젊어서는 사서 고생도 한다, 중소기업에 취직해라고 인터뷰 할 때는 참 뭐라 할까, 암담하다고나 할까. 88만원 세대라는 용어선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된다. 저자 우석훈씨가 쓰길 20대를 표현하는 용어로 배틀로얄세대(일본영화 배틀로얄에서 따온 것임. 중학생들이 생존을 위해 마지막 한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끝이 나는 영화.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비해 영화 자체는 사실 별로였다), 승자독식세대 등 다른 후보들 중에서 고심해서 골랐다고 하지만 많이 아쉬울 따름이다.
나에게 20대를 표현하는 용어를 골라보라고 하면 희망이 없는 세대라는 표현을 고르고 싶다. 이태백,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용어가 나오면서도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는 이유는? 그나마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 중 50% 가 1년도 안되서 회사를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가 뭘까? 청년인턴제도 같은 정부에서 하는 훌륭한 20대 비정규직이라는 자리가 있는데도 왜 아무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88만원 세대’의 첫번째 chapter 제목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첫 섹스의 경제학: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10대”. 20대는 왜 부모를 떠나 독립하지 못할까? 요즘 젊은이는 30 이 넘어야 겨우 결혼을 하는 이유는 뭘까?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책에 나오지는 않는 문장이지만 참으로 슬픈 문장이 있다. “사랑은 88만원 보다 비싸다”. 모든 것이 승자독식 시대로 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커다란 대기업도 세계 1, 2위가 아니면 생존자체가 힘들 정도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당황스러운 건지 처음 접했던 것은 대학생때 노숙자 인터뷰를 봤을 때이다. 취재자가 노숙자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일해야지 이렇게 바닥에서 잠만 자고 구걸만 해서 뭐가 나아질 수 있냐고 따질 때 노숙자가 했던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하루 종일 일해봤자 빛진돈의 하루 이자조차 안된다고.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빛이 줄기는커녕 늘기만 한다고. 그런데 왜 일을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던 취재자.
88만원 세대 책을 읽으면서 참 놀라웠던 것은 한국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신 세대, 386 세대, 88 만원 세대 간의 경제적, 정치적 관계와 시대적 배경이 아주 유사한 현상이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다만 차이점은 한국에서의 변화는 너무나도 급작스럽고 정부는 이러한 것을 완화시킬 정책이 없다는 정도이다. 시대가 변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대가 변했다. 어쩔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고 이걸 바꿀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속도를 늦추고 완충장치를 만들기 위함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40대가 되었을 때 현재 10대가 20대가 되어서 처하게 될 상황은 어떠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세대 내에서의 경쟁이 아닌 세대와 세대간의 무한경쟁이 시작된 지금 이때에, 유신세대와 386세대와 경쟁하여 살아남은 바늘구멍을 뚫은 소수의 20대 생존자들이 다시 그 아래에 지금 10대가 들어오려 할 때 과연 그들에게 자신이 취득한 것을 나누려 할까?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반복되지 않도록 할까? 오히려 살아남은 20대들은 10대들을 지금보다도 더 혹독하게 쥐어짜게 될 것이다.
대형할인마트의 삼겹살 100g 당 가격이 천원 이하인 것은 할인마트의 삼겹살 판매 직원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할인마트는 삼겹살 매대를 외부업체 2-3곳에 임대하고 임대해서 들어온 중소 업체는 비정규직을 고용하여 판매하며 할인마트측은 1년에 정기적으로 매출액을 점검하여 매출액이 가장 적은 외부업체를 퇴출시켜 버리고 다른 업체를 입주시킨다. 퇴출된 중소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직원은 바로 해고되는 상황이고 이것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할인마트 입장에서는 누구를 고용할 필요도 없고 단지 업체 계약만 1년에 한번씩 해서 임대료를 받는 것만으로 돈을 번다.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할인마트가 직접 매대를 운영하고 그 아래에 정직원을 채용하면 되지만 그렇게 해서 나에게 삼겹살 100g 당 천원 이상 돈을 내고 사라고 한다면 내가 살까?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직원의 거의 대부분인 90% 가 비정규직인데 이 직원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그만큼 공항이용료를 올려 받겠다고 하면 공항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수긍할까? 다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다. 특히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20대가 그 아래 10대를 배려할 리가 절대로 없다. 10대가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 뒤집지 않는한 말이다. 하지만 20대가 짱돌을 들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해결방법은 세대와 세대가 경쟁하지 않고 앞세대가 뒷세대를 도와주는 것이겠지만 세상이 무한경쟁시대에 들어선 이 시대에 스스로 생존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희생해서 사회 전체 이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사회적인 합의 없이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결국 얼마나 성숙한 사회로 가느냐의 문제이고 얼마나 서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냐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초적인 문제가 해결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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