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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돈을 사랑했던 상업 예술가 -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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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경규
댓글 0건 조회 6,488회 작성일 10-02-0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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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리움에서 있었던 앤디 워홀의 factory전에 가지 못해서 아쉬워하던 찰나에, 다시 한번 앤디 워홀의 작품들이 한국에 온단 소리에 갈 기회를 찾고 있었다. 주말에 남대문에 치과치료를 하러 간 김에, 바로 학교로 돌아오기도 뭐하고 해서 근처에 있던 시립미술관에서 전시가 진행중인 앤디 워홀전을 보러 갔다.

항상 전시회를 혼자 보러 가서, 왠지 이번 관람도 혼자 간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적잖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이런 문화생활을 즐기는 지인들이 없으니 어쩌랴 혼자라도 가야지.

현대 미술에서 앤디워홀은 큰 명성을 떨치고 있다. 실제 미술계에서 명성을 떨치는지는 나한테 중요한 바가 아니고. 나와 같이 단지 미술이라는 장르를 구매하는 대중들에게 있어 큰 명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개중에는 지극히 돈만 추구하여 미술의 상업화를 가져온 장본인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뭐 어떠랴, 워홀의 말처럼 예술가도 단지 하나의 직업일 뿐인데. 자신의 먹고살 거리 정도는 벌어먹고 살아야지 않을까? 왜 사람들은 예술가를 신성한 직업으로 여기고, 예술과 가난을 동의어로 생각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전시회를 감상하러 간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의 작품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자극을 받아서 나의 삶에 있어서의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해 줄수 있는지 만이 중요하다. 예술은 생각해보면 어려울 필요가 없거든. 난 단지 그림을 보는데 돈을 내는 구매자일 뿐이니까.

주말에는 도슨트의 설명이 없다는 이야기에, 하루에도 몇번씩 도슨트 설명이 있어 왔던 다른 전시회들을 생각하며, 에이 되게 비싸게 구네 하면서 3000원짜리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생각해 보면 오디오 가이드가 그다지 많은 설명을 해주지도 않고, 그나마 필요한 설명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작품 감상에는 방해가 되었던 것 같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기법은 실크스크린이다. 지금 현정이가 thermoelectric의 연구에 사용하고 있기도 한 이 방법은 대량생산에 매우 효과적이다. 그래서인지 워홀의 작픔은 다른 색이 칠해져 있는 여러개의 같은 작품들이 연작으로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이런 작업 기법 때문에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factory라고 명명하고, 자신은 기계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한게 아닐까?

일상의 이미지와 스타를 선호하는 그의 작품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코카콜라와 수프 깡통따위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전시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명 인사들의 인물화를 보면서 내 생각보다 앤디 워홀이란 작가는 색다를게 없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하긴 뭐가 되었든 어떤 시도를 처음 한 사람들은 대단한 거다. 사실 그런 것을 예술이라고 들고 나온 사람도 그간 없었을 뿐더러, 그런것을 예술이라고 생각은 했더라도 그걸 실천으로 옮겨야만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전시되어 있던 여러 작품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그의 자화상이었다. 신비주의처럼 자신을 숨기고 싶어하고,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을 뽐내듯 선글라스와 각종 포즈를 취한 그의 자화상에서 애처로움을 느낀 것은 나뿐이었을까.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TV속의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욕망을 밖으로 표현하지는 못하는게 보통 사람들인데, 당당히 그걸 표현해 낸 워홀의 정신이 참으로 부럽다. 나도 그처럼 매사에 자신만만하게 나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자신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부터 성격이 소극적이 되어서 절대 내 의견을 먼저 말하고 나서지 않는단 말이지.

오줌을 작품에 뿌려 물감을 산화시켜 그림을 완성시킨 작품이 있었다. 이 흥미로운 기법을 사용한 그림은 그 이름도 적절하게 oxidation이다.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랄까. 그림의 제목에서부터 잠시 놓아 두었던 연구에 대한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걸.

흔히들 위대한 사람들은 일찌 감치 그 싹이 보인다는 말을 한다. 나와 같은 만 24세의 나이에 이미 워홀은 대중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던 사람이었다. 전시장 벽을 차지하고 있던 그의 연보를 찬찬히 보던 중 나의 25년간을 돌아보며, 앞으로 내가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업적이고 남들이 원하는 작품을 그린다는 비난을 수도 없이 받는 워홀은 적어도 내가 전시회를 보는 내내 지루함을 주지는 않았으니 충분히 성공하였다. 전시된 작품을 다 보고 나오는 길에 도록을 살까 말까 망설였다. 그동안 일종의 취미라고 할 만큼 여러번의 전시회를 보러 다니면서, 단지 그 전시회들의 이미지를 일회성으로 소비하고 끝내버리기에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안타깝게도 나의 빈 지갑으로는 단돈 3만원짜리 도록조차 버거웠다. 다음에 가는 전시회부터는 도록도 사서 모아야 겠다는 결심만 다지며 역시 예술도, 감상도 돈이 있어야 할수 있기에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돈을 밝혔던 워홀은 멋진 예술가다 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다음번에는 여자친구든 다른 친구든 누구든 전시회에 같이 갈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감상은 혼자 하는 거라지만 이야기도 나누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잇는 그런 사람이 있어야 보다 즐거운 전시회가 될 것 같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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