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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어른이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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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현정
댓글 0건 조회 5,766회 작성일 09-12-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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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일 년 전쯤이다. 평소 책을 많이 읽거나 즐겨 읽는 스타일이 아닌 나지만 '천개의 찬란한 태양' 이라는 소설을 읽고 나는 그의 글 솜씨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단순한 사회고발이 아닌 깊이 있는 사랑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고 어느새 그의 팬이 되어 버렸다. '연을 쫓는 아이'는 '천개의 찬란한 태양' 을 읽고 난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구입한 책으로 난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과 인권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의 상위 계급인 파쉬툰으로 여리고 다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태어났다. 자신을 낳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도 모른 채 유모의 젖을 먹고 자라나 아버지 바바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조용히 애를 쓰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와 같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라난 하자라인 하산은 비록 신분은 천하지만 영특하고 항상 하산의 곁에서 그의 최고의 친구이자 성실한 하인으로 언제나 아미르 곁에서 그를 보필한다. 아미르는 하산을 좋아하고 신뢰하긴 하지만 그에게 마음속 깊이 질투심을 느끼며 성장한다. 자신이 그토록 갈구하는 바바의 사랑과 애정이 자신보다 보잘것 없는 하자라인 하산에게 쏠려있음에 대한 질투심과 글을 배우거나 학교에 간 적 없지만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아는 하산의 영특함, 그리고 그가 갖지 못한 용감함과 충직함이 왠지 모르게 하산을 멀리 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다.
어느 인간이나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그 과오를 인정하는 가운데 성장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 아미르는 1975년 12월 겨울,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을 겪게 되고 그 이후로 크나큰 성장통을 겪게 된다. 또래들 중에 폭력적이고 철장갑 낀 손으로 사람을 죽을 때까지 패는 아이로 유명한 아세프에게 성폭행 당하고 있는 하산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미르는 끝내 그 상황을 외면해 버리고 멀리서 숨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하산이 본 것 같다라는 생각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하산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이가 있을까? 그날 이후로 하산은 한동안 말도하지 않고 밖에 나가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매일 하는 일, 아미르 도령의 옷을 다리고 빨고, 학교 갈 준비물을 챙겨두는 일만 충실히 할뿐이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정신적, 육체적 충격에서 벗어났을 쯤, 하산은 아미르 도령에게 예전처럼 말을 건네고 장난을 걸어 보지만 아미르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냉정하게 하산을 외면해 버린다. 아직 그의 양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 마음 깊숙한 곳에서 그 겨울날 이후 곪아 터져버린 문제를 끌어안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하산이 아닌 아미르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죄를 고백할 용기가 없다. 여전히 자신을 위해 옷을 다리고 밥을 준비하고 자신을 따르는 하산의 헌신적인 마음이 무서울 뿐이다. 어떻게든 자신의 과오를 해결하고 싶었던 아미르는 하산을 석류나무 언덕으로 불러 석류를 손에 쥐어주며 자신을 때리라고 말한다. 그는 하산이 있는 힘껏 세게 던져 주길 바랬다. 자신이 밤에 제대로 잘 수 있도록......하지만 하산은 여전히 대꾸하지 않는다.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한 아미르는 하산의 옷이 붉게 물들 때까지 석류를 던지며 그 자리에서 실컷 울어버린다. 결국 아미르는 끝까지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하산이 도둑질을 한 것으로 꾸며 그를 자신의 집에서 내쫓아 버린다. 한번 하산을 배반한 것으로 모자라 더 큰 잘못을 저지르며 양심의 문제를 외면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마지막 순간까지 하산은 아미르 도령이 꾸며낸 일임을 알고 있지만 자신이 도둑질을 했다고 순순히 순응해 버린다. 자신이 죽는 것이 더 고상한 목적을 위해서라는 것을 이해하는 희생제 양의 표정을 지은 채......
두 권의 할레드 호세이니의 책을 읽으며 책 전체를 통해 내가 답답할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바로 이 ‘헌신’의 자세였다. 어찌 보면 맹목적이라 말할 수 있는 헌신의 자세. 두 번이나 자신을 배신한 자에게 보이는 하산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나는 속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책을 읽는 내내 석류를 한 개라도 아미르에게 던져 하산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응어리를 풀어버리라고, 자신이 도둑질한 것이 절대 아니라고 당당히 외쳐 보라고 끊임없이 외치고 응원했지만 하산은 끝까지 많은 사람들의 평안과 안정을 위해 자신을 변호하기를 포기한다. 어떻게 이런 맹목적인 헌신의 자세가 가능할 수 있을까? 나는 처음엔 아프가니스탄의 상하관계가 분명하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억압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하산의 헌신적인 자세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천한 하인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목소리를 높여 봤자 허공의 메아리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서 그 헌신의 자세는 억압적인 사회적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미르에 대한 진정어린 사랑과 용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쫓아낸 아미르 도령의 안부를 궁금해 하며 자신들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하산의 모습 속에서, 아들 소랍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최고의 친구로 아미르 도령을 소개하는 하산의 모습 속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하산은 탈레반에 의해 학 당하고 하산의 아들 소랍은 고아원에서 비참한 생활을 한다. 사십년의 세월이 지난 후, 아미르는 하산이 자신에게 부치지 못한 애정어린 편지를 읽고 비로서 사십년 전 곪아터져 더 이상 치유될 것 같지 않았던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시작한다. 탈레반에 잡혀 성적인 노릿감으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소랍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탈레반의 거처로 들어간다. 그리고 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구사일생으로 자신이 거처하는 미국 땅으로 소랍을 입양해 데려다 키우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이 순간 아미르는 사십년 전부터 자신의 마음속에서 자라지 못하고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만나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뒤틀려 성장하지 못하고 그렇게 아펐는지 정면으로 맞서게 된 것이다. 때로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용기를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한 인간이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순간은 자신의 잘못된 오류를 인정하고 그 과오를 바로 잡으려 용기내는 순간일 것이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책은 언제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 읽게 만드는 장대한 스케일의 소설이다. 이 책을 통해 하산과 아미르의 따뜻한 우정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비인도적이고 인권보장이 되지 않는 비참한 현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를 사십이 넘은 남자에게 시집보내는 나라, 여자는 단순히 남자의 소유물이고 간통죄 여인을 죽을 때까지 돌로 쳐 죽이는 나라, 천한 사람의 목숨은 맹수에게 내어 주는 나라, 아직도 내가 사는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으며 앞으로 이런 소외도고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나라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야겠다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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