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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사진전 - 카메라에 담긴 작가의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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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경규
댓글 0건 조회 4,468회 작성일 14-04-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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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 사진 속에 녹아 들어 있는 그들의 생각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사진이라는 것은 내가 보는 현재의 시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다른 사람과 자신의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사진 뿐 아니라 모든 예술작품에서 이와 같은 철학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각종 전시회들을 찾아 다니곤 한다.

이번에 찾아 간 전시회는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배병우 사진전’이었다. 배병우는 ‘소나무’로 대표되는 한국의 자연미를 수묵화와 같은 독특한 촬영기법으로 촬영함으로써,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창덕궁의 후원을 수십년동안 촬영한 사진의 성공적인 유럽 전시회를 개최함으로써, 세계 문화유산인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의 촬영에 대한 의뢰까지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이번 전시회는 이 유럽에서의 전시회 결과물을 최초로 국내에 전시하는 자리라고 한다. 액자값만 무려 5억원에 이를 정도로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많은 작품을 준비하였으나, 전시 공간이 부족하여 70여점의 작품만 선별하여 남기고 다시 돌려 보냈다고 하니 작가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작품들만 남았을 것이라고 한다.

비 오는 주말 저녁이어서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덕분에 편하게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사진전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덕수궁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창덕궁의 사진과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의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 도슨트의 설명을 따라 감상을 하고도 다시 전시장을 두 번이나 돌아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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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사진들이 자연과 조화된 인공미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도슨트의 설명이 아니어도, 사진으로부터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된 조상들의 건축미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단색이 아닌 붉고 푸르른 여러 색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와 지붕과 주변의 푸르른 나무들이 어우러져 나타내는 조화미로부터 사소한 부분마저 신경 쓴 조선시대 건축의 섬세함이 와 닿았다.
작가는 이 사진으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작품의 캡션을 찾아 보았는데, 특이하게도 배병우 작가의 사진들에는 제목이 붙어 있지 않았다. 일반적인 전시회를 찾아가면 작품을 보고 느낀 느낌을 간직한 채로, 작가가 생각하고 제시한 제목과 비교해 보면서 나의 해석이 제대로 맞았는지에 대해서 확인하는 그런 재미를 느끼곤 하는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런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배병우 작가는 같은 주제로 수많은 작품들을 촬영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일일이 제목을 붙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제1 전시실의 창덕궁 사진과의 대조를 위해서 작가는 제2 전시실에 알함브라 궁전의 사진을 배치하였다. 시대가 다르고, 배경이 다르고, 문화와 인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창덕궁과 알함브라 궁전의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창덕궁 사진에서 강조되었던 자연과 인공의 조화 역시 알함브라 궁전의 사진들에서도 드러나는데, 창덕궁의 지붕과 같이 알함브라 궁전의 지붕 역시 자연과의 조화를 해치지 않는 조화미를 가지면서 구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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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의 여러 사진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두개의 색온도가 겹치면서 서로 독특한 색감을 냈었던 사진들이었다. 새벽녘의 날이 밝아오는 풍경과 함께 꺼지지 않은 유적의 조명들이 함께 어우러져 마치 황금 빛으로 치장된 것 같은 유적의 모습이 드러나는 풍경을 작가는 절묘하게 포착해 내었다.

작가는 이 알함브라 궁전의 풍경을 담기 위해서 2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무려 15회나 스페인을 방문하여 촬영을 시도하였다고 한다. 2달에 한번씩 외국에서 수십 일씩 머무르며 낮이고 새벽이고 사진을 촬영했던 작가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작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연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였다.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실험과 평가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고 또 다른 개선을 위한 원동력이 나온다. 때로는 쉽게 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결과가 얻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독보적인 경영저술가로 주목받고 있는 말콤 글래드웰은 최근의 저서인 ‘아웃 라이어’에서 1만시간의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성공은 무서운 집중력과 반복적 학습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사진을 감상하면서 최근에 읽었던 이 책이 함께 떠오르며 앞으로 슬럼프가 올 때마다 배병우 작가를 생각하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전체적으로 독특하다고 느꼈던 것은 모든 사진이 자연의 풍경이나 건축물만을 촬영하여 작품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이었다. 사람보다는 자연에서 그 아름다움을 찾았던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 작가는 일본의 벚꽃과 같이 우리나라는 대표할 수 있는 그런 상징에 대해서 생각하던 중 한국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수종이자 한국의 역사를 대표할 상징성을 지닌 소나무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 수십년간 이 소나무 사진을 찍어 왔다고 한다. 소나무 사진이 있던 4전시장에 입구에 천장까지 닿아있는 커다란 소나무 작품을 볼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바람소리와 작품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작가가 작품을 앉아서 보라고 설치해 놓았다는 소나무 시진 앞의 쇼파에 앉아서 십여분간 하염없이 소나무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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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독특한 소나무 사진은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사진을 가까이서 직접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이런 사진들로 작가는 세상의 인정을 받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런 독특한 기법의 촬영을 위해서 작가는 새벽녘의 안개 낀 길과 숲에서 새벽 이슬을 맞아가며 준비를 하고, 촬영을 했다고 한다. 위의 사진을 찍으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작가가 도슨트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하는데, 사실 나무와 산 사이에 비닐하우스가 있었는데, 촬영을 포기하려던 찰나 어디선가 안개가 몰려와 운이 좋게도 사진을 찍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도슨트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안개는 운이지만, 작품을 위해서 이와 같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렸던 작가의 노력이 이끌어낸 운이 아닌가 라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다시 한번 노력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일화가 아닐까 싶다.

‘사진은 현대의 붓이다. 문제는 그 붓으로 무엇을 그려내는가 하는 것이다. 카메라 기술만 좋다고 모두 다 사진가는 아니다. 나는 예술가이지 사진가가 아니다. 사진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인 것이다.’
사진을 직접 찍다 보면 멋지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장면을 남기기가 참 힘들다. 남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부러워도 해보고, 왜 나는 이리도 부족할까 하는 자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전시장을 나오면서 벽에 새겨진 작가의 어록은 나의 이런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 시간 동안의 짧은 전시회 관람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느낌을 받았다. 때론 이런 전시회 관람을 통해서 지친 마음을 다스려주기도 하고, 그 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통해서 나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좋은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주었던 배병우 작가가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통해서 한국의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에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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