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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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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5,627회 작성일 14-04-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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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늦은 나이에 군 제대 후 만나는 지인들 마다 엉뚱하게 던져본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 행복 하세요?” 사회와 단절되어 살다 보니 남는 건 시간뿐이라 사람들에게 진정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을 무얼까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나름 생각을 정리해 본 시간이 있었던 것 같다.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나에게 행복이란 먼 미래의 일이라고 스스로 치부해 버릴 즈음 최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이 책을 우연찮게 발견했다.

우선 베스트셀러라는 불신감(?)이 선택의 단계에서 나에게 복잡다단한 신호를 보냈다. 책을 사는데 드는 비용과 책을 읽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이는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오는 엄청난 리스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결혼 생활에 대한 도대체 참을 수 없는 ‘궁금증’ 이었다! 정말 그랬다. 이 책을 반면교사로 삼아 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해나리라! 다짐하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훌륭한 책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한 권은 좋은 말이 너무나 많다. 모든 문장, 글씨 하나하나까지 너무나 옳고 감명을 준다. 독자들은 책에 쓰인 모든 글귀를 기억하고 싶지만 수많은 주옥 같은 말 중에 어느 것을 마음속으로 취사선택해서 내 것으로 만들기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취사선택하기에는 다른 훌륭한 교훈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결국 시간이 흘러 나중에 그 책은 정말 훌륭한 책이라는 감상만 남을 뿐 기억의 언저리에서 서서히 잊혀진다. 다른 한 권은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는 너무나 좋다라고 감탄하지만 누구는 그다지 깊은 감응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다. 그 메시지는 화살이 되어 독자의 가슴 속 깊숙한 곳에 박힌다. 그래서 독자의 삶에 평생 깊숙이 뿌리 내려 인생의 중요한 대목마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다. 둘 중에 어떤 책을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다. 아무리 위대한 명작인들 내 삶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기 힘들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책을 선택한 ‘의도’와는 달리 나는 훌륭한 또 한 권의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만났다.

그런데 책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못해 원색적이다. 그리고 솔직하다 못해 위험하다. 사실 문화 컨텐츠라는 것이 그 자체의 퀄리티에 상관없이 자극적인 겉모습을 가진다고 폄하되는 일은 부지기수다. 더군다나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업적인 논리에 의해 그 타이틀이 바뀌어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다면 이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여서 제목 자체가 이미 독자 낚기성(?) 사심이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책 자체만의 내용만으로 평가 했을 때는 매우 훌륭한 점수를 주고 싶다. 비록 도발적인 외양과는 달리 책의 핵심이 던지는 메시지는 군인 시절 만들어진 나의 추상적 행복론에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일깨워 주었다고나 할까? 바로 그 행동 지침은 바로 책 속의 ‘리추얼(ritual)’이라는 단어다.

이 책의 핵심 주제인 ‘리추얼’ 에 대하여 저자 김정운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리추얼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패턴을 의미한다. 형태상으로 습관과 리추얼은 같은 현상이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심리적 차이가 존재한다. 습관에는 ‘의미부여’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습관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반복되는 행동 패턴을 의미한다. 반면 리추얼에는 “반복되는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 과정이 동반된다.

예를 들어 ‘사랑받는 느낌’, ‘가슴 설레는 느낌’ 등등 내 아침식사 장면에서는 아내가 따뜻한 빵을 내 앞에 두며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맛있게 먹으라고 한다. 이때, 뭔가 가슴 뿌듯한 느낌이 동반되면 그 행동은 ‘리추얼’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있었음에도 이후에 전혀 기억이 없다면, 그것은 단지 습관일 뿐이다. 사랑이 식으면 그렇게 된다.”

저자가 말하였듯이 우리의 일상은 행동패턴들, 습관이라는 반복적인 행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먼저 나의 일상을 반추해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출근하고, 일하고, 책 읽고, 인터넷 좀 하다가 다시 잔다.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매일 반복되는 행위들이며 습관처럼 저것들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저 행위들마다 저자가 말하였듯이 정서적 반응과 감정이 개입되면 어떨까?

아침에 일어나는 행위는 그저 동사일 뿐이다. 하지만 이 행위가 리추얼이 되면 달라진다. 나의 경우 아침에 일어날 때 때때로 모닝콜로 여자친구를 깨우거나 여자친구가 모닝콜을 해준다. 따라서 잠들기 전 아침에 여자친구에게 상쾌한 아침 멘트를 선사하기 위해 전날 약간의 고민(?)을 하거나 반대로 아침에 여자친구의 애교섞인 음성을 들으며 일어난다. 내게도 이런 멋진 아침을 열어주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행위를 하는 동안에 뿌듯하고 감사하다는 느낌을 동반하게 되면 이는 리추얼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무미건조한 듯해 보이기만 했던 나의 일상 속에서도 제법 많은 리추얼이 있음에 신기했다. 또한 그 동안 리추얼인지 몰랐던 것들을 리추얼로 제대로 인식하고 또 한번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서 가장 즐거운 리추얼중에 하나를 뽑으라면 라디오 듣기를 택할 것 같다. 저녁에 잠들지 전에 나는 잠시 라디오를 켠다. 주파수를 맞춘다. 잠시나마 적막한 새벽공기를 맞으며 DJ 의 청량한 목소리와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듣는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기만을 강요하는 하루의 일상 속에 오롯이 풍부한 감수성만으로 내 마음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간간이 흘러나오는 곡 중에는 세상에 빛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음악들이 선곡되어 흐른다. 그 중 마음에 드는 곡이 있으면 적어 두었다가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폴더의 일부를 채울 생각을 하면 너무도 행복하다. 저자는 말한다. 행복은 이처럼 얼마나 많은 리추얼이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책을 읽고 나서 자극적인 제목만 보고 책 내용은 읽어 보려고 생각도 하지 않을 사람들을 위해 올바른 책 제목을 달아주고 싶어졌다. <도대체 재미를 읽어버린 이 시대의 불쌍한 사람들에게 고하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론> 쯤은 어떨까?

이 세상에 행복은 역시나 무소불위의 돈과 권력이 아닌 작고 소박한 행위에서 비롯되는 리추얼에 의해 비롯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만든 나에게는 소중한 책이다. 앞으로 행복에 굶주린 우리들 모두 지금은 힘들고 지쳐도 언젠가는 행복해지겠지? 가 아닌 지금부터 사소한 행위 하나하나에 자신만의 작지만 소소한 리추얼들을 만들어 나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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