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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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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규
댓글 0건 조회 1,398회 작성일 25-05-1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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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


오랜 기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대학교를 입학했을 때 첫 일년은 송도, 그 후로는 계속 마포에서 생활을 하였다. 두 지역 모두 센트럴 파크, 경의선 숲길이라는 산책길이 집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때로는 날씨가 좋다는 핑계로, 때로는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1시간 가량 산책을 하곤 했다. 벚꽃은 없지만 푸른 나뭇잎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던 어느 날 갑천을 따라 나노종합기술원에서부터 대전 컨벤션센터까지 걸으며, 내가 어떻게 산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시작은 식사 후에 걷는 것이 혈당을 낮추는데 좋다는 부모님을 따라서 나간 것이었지만, 출장이 잦은 아빠의 직업 특성 상 나중에는 주로 엄마와 산책을 나갔고, 그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 시간이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지금도 여전히 산책을 즐기게 된 것 같다.


그날의 산책에서 시작된 생각은 어느새 엄마와의 여러 추억으로 이어졌고, 그날 저녁 2년 전 어버이날 서점에서 사두고 미처 읽지 못했던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장편 소설을 읽었다. 소설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엄마가 지하철역에서 실종되면서 시작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가족들은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각자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그 과정에서 평소 늘 곁에 있어 당연하게만 여겼던 엄마의 존재가 가족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그 소중함을 비로소 절실히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매년 어버이날마다 이야기하던 “항상 서투르고 부족한 저를 사랑으로 보듬고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 이전에, 엄마가 나를 위해 감당해야 했던 희생과 헌신을 과연 내가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모든 것이 서툴 무렵, 언젠가 엄마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엄마는 지금 내 나이였을 때 벌써 동생이랑 나를 키우고 있었던 거야?” 이런 내 물음에 엄마는 웃으며, 그 당시 아빠가 중국으로 발령을 받아 등에는 동생을 업고, 한 손에는 나를 잡고서는 키즈 카페에 데려갔던 기억이 난다고 하셨다. “혼자 두 명을 데리고 다니려면 엄청 힘들었겠다.”라는 내 말에 “그래도 네가 재밌게 노는 모습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라고 하시던 엄마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났다. 


또 돌이켜 보면, 무엇이든 처음은 어색하고 서투른 법인데, 내게 엄마는 항상 최고의 엄마였다. 초등학생 때는 매년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 생일 파티를 열었는데, 밖에서 하면 훨씬 수월했을 법 한데도 항상 집에 풍선을 달고, “엄마는 아들이 엄마 음식 맛있게 먹는 모습이 가장 좋아.”라며 직접 음식을 준비해 주셨다. 중 고등학생 시절, 내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에 빠져 있으면 늘 먼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무슨 일 없는지 물어보시고는,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주신 후에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시곤 하였다. 시간이 지나 내가 성인이 되고 자취를 시작한 후에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하루가 되길”이라는 문자를,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옷 따뜻하게 입고 감기 조심해”라는 문자를 보내주시곤 하였다. 


“언니는 나보고 요즘 젊은 엄마 같지 않게 특이하다고 했지만, 내게 조금은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언니, 아무리 그래도 나는 엄마처럼 할 수 없어. 엄마를 잃어버리고 자주 생각했어. 나는 엄마에게 좋은 딸이었나? 나는 내 아이들에게 엄마가 내게 해준 것처럼 할 수 있나. 한 가지는 알아. 나는 엄마같이 못해. 할 수도 없어.”


책의 많은 부분이 인상 깊었지만, 그 중에서도 에필로그에 나오는 이 문장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성인이 되어 엄마와 떨어져 지내면서 자주 연락을 드리려고 했고, 한국에 오셨을 때면 좋아하시는 호두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찾아뵙거나, 좋아하시는 텐동집에서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그러면 엄마는 “역시 우리 아들 밖에 없네”라며 웃으시지만, 사실 내 모습은 한국에 와 나와 동생을 뒷바라지 해 주시느라 바쁘신 와중에도 꼭 시간을 내어 할머니 댁에 들러 많은 일들을 도와드리고, 좋아하시는 식당에 함께 가시는 엄마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마음의 여유가 많지 않은 요즘, 매번 연락을 할 때면 걱정만 끼쳐 드리는 것 같아 한동안 연락을 드리지 못하였다. 그러다 먼저 안부를 물어봐 주시는 엄마의 문자를 보면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다. 그런 내게 『엄마를 부탁해』는 나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책을 덮고 나서야 나는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평소에 엄마가 해 주시던 것처럼,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 “오늘 하루는 어떠셨어요?”라는 말로 안부를 여쭙고자 한다. 그리고 지금, 통화 버튼을 누르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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