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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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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찬미
댓글 0건 조회 1,860회 작성일 25-06-09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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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평소 간장게장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밥과의 찰떡궁합? 김부각과 함께 먹으면 한층 더 맛있어진다는 것? 많은 사람들은 간장게장을 짭조름하고 고소한 반찬,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밥도둑으로만 기억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을 읽고 나서, 간장게장을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인은 꽃게의 시선으로 간장게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풀어내며, 우리가 평소에는 잘 보지 못했던 생명력과 모성애를 드러낸다. 간장 속에 몸을 반쯤 담그고 더 바닥으로 웅크리는 꽃게의 모습은, 단순한 음식 재료가 아닌, 마지막까지 알을 품고 지키려는 어미의 몸부림처럼 그려졌다.


 마지막 구절 “저녁이야 / 불 끄고 잘 시간이야”는 꽃게가 알들에게 속삭이듯 남긴 말처럼 들린다. 짧고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어미 꽃게의 마음과 자식들을 안심시키려는 다정한 목소리가 숨어 있다. 또한 이 시는 단지 모성애를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꽃게의 웅크린 몸짓은 우리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우리도 예상치 못한 위험이나 어려움 속에서 몸을 낮추고,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움츠리는 순간들이 있다. 꽃게의 몸짓은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본능이자, 위태로운 순간에 더 바닥으로 가라앉는 생존의 방식처럼 느껴졌다. 시인은 이러한 본능을 간장게장에 투영해 풀어냈다.


 이 시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들도 시인의 눈으로 보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간장게장이 단순한 밥도둑 반찬이 아니라, 삶의 끝자락에서 아이들을 지키려는 몸짓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신기했다. 다만, 이 시를 읽고 나서도 여전히 간장게장을 음식을 넘어선 존재로 보게 된 것은 아니었다. 시인의 시선이 흥미로웠지만,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음식에 숨어 있는 본능이나 희생까지 생생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가 전해준 것은, 당연하게만 보았던 것들도 새로운 시선으로 보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이 시를 읽고 나서, 연구나 학문적인 탐구에서도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고 익숙해 보이는 사실이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면, 전혀 다른 길을 열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를 할 때도 단순히 보이는 결과만 보지 않고, 그 뒤에 숨은 맥락과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가 결국 더 나은 연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느꼈다. 시인의 시선처럼, 연구에서도 익숙한 것을 다시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은 단순히 음식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평범해 보이는 것에도 미처 보지 못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하든, 어떤 문제를 만나든, 이 시처럼 익숙한 것을 다시 보려는 태도가 더 본질적인 답을 찾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덧붙여, 내일은 간장게장을 한 번 먹어볼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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