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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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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대현
댓글 0건 조회 151회 작성일 26-09-19 18:26

본문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사이먼 시넥-

 

"분위기를 정하는 것은 리더다."


이 책의 첫 장면으로 해병대 식당을 보여준다. 그곳에서는 계급이 높은 장교들이 뒤로 물러나 기다리고, 병사들이 먼저 식사를 마친 뒤에야 자신의 차례를 맞는다. 누가 시킨 규칙이 아니라 몸에 밴 문화다. 저자는 이 장면을 통해 리더십의 본질을 다시 정의한다. 높은 자리란 더 많은 특권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더 많은 책임을 먼저 짊어지는 자리라는 것이다.


이 책의 중심에는 안전망(Circle of Safe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본래 부족 단위로 서로를 지키며 생존해온 존재이며, 현대의 조직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작동한다. 리더가 조직 안에 안전망을 만들어주면 구성원들은 내부에서 서로를 경계하거나 자기 자리를 지키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고, 외부의 진짜 과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반대로 그 안전망이 무너지면 구성원들은 조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는 데 급급해진다. 저자가 금융 위기 당시 단기 성과에만 매달렸던 조직들을 실패 사례로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리더의 역할은 성과를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맡아온 자리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과거에는 학생회장을 맡았고, 지금은 연구실의 랩장이자 배드민턴 동아리의 회장을 맡고 있다. 자리마다 성격은 달랐지만 공통점은 하나였다. 조직의 결과물은 결국 리더가 얼마나 일을 잘하느냐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얼마나 편하게 자기 몫을 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책이 말하는 안전망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실제 운영 현장에서는 꽤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나는 그것을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해왔다. 직관성, 단순화, 그리고 업무 분담이다.


첫째는 직관성이다. 랩장으로서 프로젝트 발표자료를 준비할 때, 나는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맡기며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를 최대한 직관적으로 전달하려 했다. 어떤 양식으로, 어떤 흐름으로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제시하자 각자가 만든 자료들이 하나의 일관된 발표자료로 자연스럽게 모였다. 만약 지시가 모호했다면 구성원들은 각자 다르게 해석했을 것이고, 결국 확인과 수정이 반복되며 모두의 시간이 낭비되었을 것이다. 책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모호함은 조직에 작은 불안을 심는 일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이며, 안전망에 균열을 내는 요인이 된다. 명확한 전달은 단순한 업무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구성원이 안심하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리더의 책임이다.


둘째는 단순화다. 배드민턴 동아리 회장을 맡으면서 나는 셔틀콕 구매나 참여 투표 같은 운영 절차를 최대한 간소하게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 사소해 보이는 절차라도 복잡해지면 구성원들은 금방 피로를 느끼고, 결국 참여 자체를 망설이게 된다. 반대로 절차가 단순해지자 참여율이 눈에 띄게 올랐고, 구성원들은 행정적인 번거로움 대신 온전히 운동과 친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한 안전망의 핵심도 결국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쓰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진짜 중요한 것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리더가 만들어야 할 환경이다.


"최고의 리더들은 (...) 자기가 아는 것을 나누고, 맡은 일을 수행할 때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네트워크 안에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되도록 사람들을 소개한다. 형편없는 리더들은 이런 것들을 혼자서 간직한다."


셋째는 업무 분담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학생회장 시절 단과대 학생 500명이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한 적이 있는데, 그 규모의 일을 혼자 감당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나는 각 국장에게 특정 영역의 헤드를 맡기고 운영 전반을 위임한 뒤, 나는 전체를 감독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각자가 자기 영역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움직였고, 행사는 무리 없이 마무리되었다. 리더가 모든 일을 혼자 짊어지는 것은 언뜻 희생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직을 한 사람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구성원들에게서 기여할 기회를 빼앗는 일이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하는 마지막에 먹는다는 태도 역시,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읽었다. 오히려 구성원 각자가 자기 몫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적절히 나누어주고, 그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만큼은 리더가 지는 것에 가깝다. 잘 나누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리더십은 결국 앞에서 끌고 가는 힘이 아니라, 뒤에서 무너지지 않게 받쳐주는 구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하게 전달하고,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고, 일을 적절히 나누는 것. 화려하지 않은 이 세 가지가 결국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만든다. 해병대의 장교들이 마지막에 식사를 하듯, 리더가 가장 나중에 챙겨야 할 것은 자신의 몫이다.


결국 분위기를 정하는 것은 리더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고, 어디까지 덜어내고, 얼마나 나누느냐에 따라 조직의 온도가 달라진다. 다음에 맡을 자리에서도 나는 가장 마지막에 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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