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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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남자
- 마크 트웨인의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남자'를 읽고-
마크 트웨인의 단편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남자' 는 189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인간의 정직과 위선을 풍자한 소설이다. 해들리버그는 3대에 걸쳐 '절대 부패하지 않는 마을'로 이름을 떨친 곳으로, 주민들은 아이들이 유혹을 아예 접하지 못하게 막는 방식으로 그 명성을 지켜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서 모욕을 당한 한 나그네가 복수를 위해 금화가 든 자루를 남기고 간다. 자신이 어려울 때 20달러와 함께 충고 한마디를 건넨 은인에게 이 돈을 주겠으니, 그 충고를 적어 내라는 것이다. 이어 마을 유지 19명은 각자 그 문장을 알려주는 비밀 편지를 받고,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이 그 은인이라며 문장을 적어 낸다. 마을 회관에서 봉투가 하나씩 열리며 이들의 거짓은 온 마을 앞에 드러나고, 자루 속 금화는 금칠한 납덩이였음이 밝혀진다. 절대 부패하지 않는 마을로 이름을 떨친 해들리버그 마을의 유지들이, 사람들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하고, 마을의 이름이 유명무실해지는 순간이었다.
트웨인이 이토록 신랄한 이야기를 쓴 배경은 그의 말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1890년대의 그는 사업 실패로 파산했고, 빚을 갚기 위해 세계 순회강연을 떠났으며, 그 와중에 사랑하던 딸을 병으로 잃었다.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을 쓴 작가는, 이 무렵부터 인간에 대한 냉소를 점점 짙게 드러낸다.
작중 해들리버그가 지켜온 것은 정직이 아니라 정직하다는 명성이었다. 이 마을은 유혹을 이겨내는 법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유혹이 닿지 않는 곳에 사람들을 가둬두었다. 한 번도 넘어질 기회가 없었던 사람은 넘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직 걸어본 적이 없는 것일 뿐이다. 근육을 쓰지 않으면 자라지 않듯, 스스로 선택해 본 적 없는 정직은 처음 찾아온 유혹 앞에서 버틸 힘이 없다. 해들리버그 사람들이 그토록 쉽게 무너진 것은 그들이 특별히 탐욕스러워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연습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그네의 함정이 얼마나 정교했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19명이 받은 비밀 편지에는 문장만 적혀 있던 것이 아니었다. 죽은 은인이 생전에 당신에게 신세를 졌다고 했으니 당신이 이 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명분까지 함께 들어 있었다. 사람은 대놓고 악한 일을 하기는 어려워도, 자기 행동을 정당화할 핑계가 주어지면 생각보다 쉽게 선을 넘는다. 나그네가 설계한 것은 사람들의 탐욕이 아니라, 탐욕에 그럴듯한 옷을 입혀주는 핑계였다. 유혹은 언제나 악한 얼굴이 아니라 정당한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
가장 인상깊게 설계된 것은 리처즈 부부의 결말이다. 목사 버지스가 은혜를 갚겠다며 리처즈의 봉투만 읽지 않고 넘긴 덕분에, 리처즈는 19명 중 유일하게 정직한 사람으로 칭송받는다. 그러나 그 은혜라는 것도 사실은, 과거 리처즈가 버지스의 결백을 증언할 수 있었음에도 마을이 두려워 침묵하고 몰래 떠나라고 귀띔만 해준 일이었다. 리처즈는 자신 역시 똑같이 넘어갔으며 칭송받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결국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리다 아내와 함께 세상을 떠난다. 역설적이게도 이 마을에서 가장 크게 괴로워한 사람은 가장 정직하다고 불린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고통이야말로 그의 안에 양심이 살아있었다는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결국 무엇이 옳은지 모르는 사람은 괴로워하지 않으니 말이다.
사실 아무리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라 해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그가 누구든지 어두운 면은 있다. 해들리버그 사람들이 특별했던 것은 (아니면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믿었던 것은) 어두운 면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아닌, 자신들에게는 그런 면이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해들리버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최근들이 인터넷에서 분노를 쏟아내는 사람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쉽게 말하는 사람들은 정작 자신은 한 번도 시험받아 본 적 없는 상황에서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말하고, 남의 실수에는 쉽게 손가락질한다. 과연, 같은 환경과 상황을 겪지 않고, 결과만을 보고 한 사람을 재단하는것이 옳은 것일까?? 본인은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 것인가? 결국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남자' 의 내용에 따르면,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당신들이 자기 자신을 그렇게 청렴결백하고 정직하다고 믿는 것은 상황과 환경이 운좋게 받쳐주었을 뿐이지, 당신들 자체가 선하고 고결해서 그런것이 아니다 라고.
그렇다면 결국, 모든 사람들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가는 존재들일 뿐이고, 진정으로 정직하고 선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쉽지 않은 길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남의 상황과 환경을 잘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환경에 빗대어 상대를 재단하지 말 것이며, 나도 언제든 상황과 환경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는 것. 그리고, 유혹에 혹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심어놓은 도덕과 윤리관이라는 이름의 심지는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 비바람이 몰아쳐 마음속이 황폐해져도, 심지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들리버그 마을 사람들은, 작중 마지막에 "우리를 유혹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라던 표어를 "우리를 유혹에 들게 하옵소서"로 고친다. 단지 유혹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정직하게 유지되었던 마을로 남은것을 넘어 직접 부딪히며 자신들을 가꾸어 나가겠다는, 간결하고도 묵직한 의미의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남들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기 위해 가져야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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