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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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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영근
댓글 0건 조회 1,360회 작성일 25-04-14 20:28

본문

“생각해보면 삶의 방향과 모양은 사람마다 다른데,

제가 나아갈 방향을 다른 사람에게 묻고,

비어 있는 부분을 내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것으로 채우려 했던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금번에 읽은 책 표지에 인쇄된 제목은 현대 사회의 모습을 명료하게 묘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나지 말고, 튀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조용히 조화롭게 지내는 것을 권장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거대한 퍼즐 속에 잘 맞춰진 한 조각으로 우리 자신을 수정하고 다듬도록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화려한 색은 경계의 대상으로 치부하고, 개성 가득한 모양은 상이한 것으로 여기는 구조. 그렇게 우리는 사회가 만들어 둔 짜여진 판에 자신을 구겨 넣으며 각자의 색이 바래지고, 모양이 무뎌짐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이 길이 정도라도 되는 듯 묵묵히 걸어가지만 우리 자신을 방조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무력하게 챗바퀴에 올라 바퀴를 굴리고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쉼 없이 돌아가는 챗바퀴 속에서 하루를 흘려보낸 우리의 뒤에는 시간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며, 우리의 눈은 각 얼음 위에 맥없이 누워있는 생선의 눈동자와 견줘 다를 바 없다. 삶을 주도하지 못한 우리의 수동적인 태도는, 오롯이 몰입하고 집중해야만 누릴 수 있는 우리만의 취미마저 찾지 못하게 한다. 나조차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르는 채 말이다.

 

 이처럼 주도권을 잃고, 사회가 그어놓은 경로에 무기력하게 스스로를 얹는 삶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되찾는 유일한 방법 중 하나는 보고 읽고 숙고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정해준 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깊은 사유와 감정을 보고 읽으면서 그 속에서 나의 질문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독서라는 행위는 무지성의 정보 습득이 아닌,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삶의 방식과 관점을 창구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되묻는 과정을 얻는 것이다. 그렇게 낯선 타인을 대면하면서 잊고 있던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되며 내가 알지 못한 ‘나’를 직접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어쩌면 독서는, 무수한 길 속에서 내 길을 찾는 단서이자, 단일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나만의 색을 지켜내는 가장 사적인 저항일지도 모른다.

 

 

 

“불안은 절묘하게 파고듭니다.

마음의 빈틈을

지금의 행복이 깨져버리면 어찌나 하는”

 

 행복한 찰나임에도 곧 엄습할 불안은 그림자처럼 내 주변을 어른거리며 나의 행복을 망가뜨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인생 속 행복과 불안은 본디 파도처럼 계속해서 끊임없이 번갈아 우리를 두들기기에 우리는 이런 그림자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저자는 이런 불안을 치유하고 다스리기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를 우리에게 제시를 했고, 그 중 내 눈을 오래 붙잡고 가슴 한 켠을 되짚어보게 된 권유는 다른 세계라는 거대고 이색한 공간으로의 여행이였다. 되돌아 보건데, 휘몰아치고 치열한 나의 일상 속 낭만 가득해 보이는 사람은 타국에서 방문한 외국인이었다. 내 몸을 낯선 공간에 놓는 것 만으로 나의 삶의 속도는 완연해지고, 마음의 여백이 조금씩 차오를 수 있어서 일까, 그들은 석양을 보며 감탄을 자아내고 그 순간을 화면에 담아내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데 정신이 없었다. 마치 일몰을 처음 본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여행은 내 문제의 중심에서 물러나 멀리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날카롭던 불안의 감정이 무뎌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혹자는 이런 여행을 도피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여행은 일상 속의 나를 다른 곳에서 마주하기 위한 여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공간 속에서 일상 속에서 눈치 채지 못했던 나는 어떤 것을 좋아했고, 어떤 풍경에서 편안함을 느꼈고, 어떤 순간에 웃었는지 묻고 그 대답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 여행은 색이 희미해지고 무뎌진 나 자신을 다시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감정이 지쳐 혼란스러울 때, 다음 불안이 밀려오기 전에 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 여행이 불안을 완전히 지워 줄 수는 없겠지만 잠시라도 그 소음으로부터 멀리 밀어낼 수 있다. 그 순간의 틈 속에서, 나는 다시 나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구축하면서 잊고 있던 감정의 결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렇다 다가올 불행을 유연히 흘려보내고, 나의 모양을 찾아가는 이 과정은 도망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닿아가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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