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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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참으로 예쁘게 피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 삼아 만개한 벚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별들 못지않게 아름답다. 나는 매년 1월 1일보다도 벚꽃이 필 때가 비로소 새해가 왔음을 실감하곤 한다. 아무리 달력이 바뀌고 해가 떠도, 피부로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은 꽃이 피고 질 때 더 강렬하다. 올해도 꽃잎이 흩날리는 길을 걸으며, 나는 지난 1년의 나를 되새김질했다. 작년의 나는 어땠고, 지금의 나는 어떤가. 솔직히 말해, 요즘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작년의 나는 주변 사람들의 작은 변화나 마음의 결을 세심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타인의 마음에 상처 주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말하고, 상처받은 친구에게 다정한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난 올해 초 인턴을 하면서 마주한 회사 사람들처럼, 조금씩 기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요즘 들어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해졌다. 사람들과의 술자리나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도 물론 좋지만, 정작 ‘나’를 돌볼 수 있는 여유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던 어느 날, 문 닫기 직전의 서점으로 급히 뛰어 들어갔다. 마치 간절히 찾던 무엇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곳에서 문득 눈에 들어온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김종원 작가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시' 이다. 이 책과 마주한 순간, 내가 오래도록 잊고 있던 삶의 여유가 느껴지는 듯했다.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즐겨야 할 축제입니다.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순간도 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애를 써서 이해한 것들은 결국 모두 상처로 남습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삶을 숙제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제대로 풀지 못하면 안 된다는 강박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순간조차 억지로 이해하려 애썼다. 이해하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런 강박이 내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고, 결국 상처로 돌아와 나를 더 단단히 가두었다. 삶이란 늘 정답을 맞춰야 하는 시험지가 아니라는 것을, 삶 자체가 즐거운 축제이며 이해할 수 없는 순간 또한 삶의 일부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사실 삶은 모순투성이다. 책에서도, 그리고 나의 경험에서도 이것은 명확하다. 타인을 위해 따뜻해지려다 스스로가 지쳐 차갑게 변해버리고, 여유를 얻기 위해 노력할수록 마음은 더욱 팍팍해진다. 하지만 삶은 그런 모순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명쾌한 정답 또한 없는 삶이기에 우리는 더 자유롭게, 더 너그럽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서점에서 만난 이 책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밤길을 걷는 동안, 내 안의 수많은 모순과 갈등이 새삼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모순과 갈등조차 품어내는 것, 그리고 그런 삶의 아이러니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진정으로 인생을 축제로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내 삶을 숙제가 아니라 축제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용기를 갖기로 했다.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스쳐 지나가는 매 순간을 축제처럼 살아내기 위해, 이제부터는 풀 속에서 꽃을 발견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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