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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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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동욱
댓글 0건 조회 1,592회 작성일 25-03-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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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참 변덕스럽다. 쌀쌀해서 두꺼운 외투를 꺼내면 어느새 기온이 올라 외투 안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드디어 봄이 찾아왔나 싶으면 진눈깨비가 휘날리기도 하고, 날씨가 맑다 싶으면 미세먼지 경보가 울려 목 안이 칼칼해지기도 한다. 참으로 변덕스러운 것이 마치 내 마음과 같다. 사실 이 책을 고른 이유도 변덕스럽고 즉흥적인 내 성격이 한 몫을 했다. 엊그제 광안리로 바다를 보러 갔을 때, 원래 가고자 했던 카페에 가지 않고 무턱대고 주변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니 말이다. 웅장한 광안대교와 바다 풍경을 두고 웬 서점인지 싶겠지만, 무언 가에 홀린 듯 갑자기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책들을 보다가 한 책이 눈에 밟혔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당시 내 감정 상태와 정확히 일치했기에 덜컥 책을 구매해버렸다. 그리고 같이 간 친구 A 와 카페에서 수다 대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비록 모든 걱정을 털어낼 순 없겠지만 차 한잔으로 작은 여유와 행복을 찾기를”

 

  마침 커피를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난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실 때, 커피의 향과 맛을 온전히 느끼기 보다는 커피를 다 마셔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사로잡혀 잔을 비우기에 바빴다. 커피 한 잔도 여유롭게 마시지 못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 안쓰럽게 느껴졌다. 친구 A 와 함께 있으면 그 친구는 항상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곤 하는데, 그 때마다 나도 내가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지 못했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머리 속을 유영하고 있다는 것일 뿐. 돌이켜 생각하면, 학창 시절이 가장 단순했던 것 같다. 정해진 답을 찾고 원하는 점수를 얻으면 되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정해진 길이 없고 정량화된 해답이 없으니 계속 불안함을 느끼고, 주변에서는 결과와 성과에 대해서 압박을 한다.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 비정상적이니 현재의 내가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장 해답을 구하려 들지 마십시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 해답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 그 해답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에 생각이 많고 걱정 또한 많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기분이 상하고 어떻게든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다시 끌고 가려고 한다. 좋게 말하면 집념이 있지만, 반대로 고집이 센 피곤한 성격인 것 같다. 그렇기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고 시작이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자를 만들고 실험을 하면서 이런 태도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가정을 세우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나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없을 때는 무턱대고 한 번 시작해봐야 한다. 그래야 일이 진행되고, 일이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한층 깊어진다. 신중한 것도 좋지만, 적당히 신중하고 결국 몸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주말 아침에 독후감을 적는 편이다. 일과 시간 중에 적으면 업무의 연장선 같은 느낌도 들고, 주말 아침이 내 마음이 가장 여유로울 때니 가장 솔직하게 글을 적을 수 있다. 일상을 보내다 보면 순간순간 감정에만 집중하고, 단편적인 모습에만 치우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주말 아침의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한 주 동안 바쁘게 흘러갔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곱씹으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을 하면서도, 그리고 삶을 살아가면서도 완벽한 준비 없이도 한 걸음 내디디는 용기가 필요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울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도 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완벽한 답을 찾으려 머뭇거리기보다는, 조금 더 가볍게 시작하고 경험해보는 태도를 가져보려 한다. 그렇게 작은 변화들이 쌓여 언젠가 지금의 나를 돌아봤을 때, 더 유연하고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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