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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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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원묵
댓글 0건 조회 1,721회 작성일 25-03-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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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 정호승 시인의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을 읽고 -


 오랜만에 대학 시절 축구 동아리를 같이 하던 친구를 만났다. 대학교 거리를 걷던 도중에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레 식사를 하게 되었다.


 대학 시절 친구는 축구 외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공부나 자신의 진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친구였다. 전역 후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당시 대학 생활 동안에는 그저 전역 직후 여느 남자 대학생들이 그렇듯, 이제부터 열심히 살아보려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교 졸업 후 오랜만에 만난 이 친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현재 그는 자기의 시간 관리를 굉장히 철저히 하고 있었으며, 자신만의 명확한 가치관과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친구의 이런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고, 한편으로는 방향을 잃은 듯 헤매고 있던 내 모습과는 확연히 대비되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나는 최근 대학원 생활을 하며 종종 스스로의 무능력함과 싸우곤 했다. 그럴 때마다 지치고 자존감이 낮아졌으며, 자꾸만 내 부족한 모습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런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자, 친구는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공감하면서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소개해주었다. 친구의 진지한 모습에 이끌려 정호승 시인의 시선집까지 찾아 읽게 되었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 정호승 시인의 시「산산조각」중에서 -


 보통 우리는 '산산조각' 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것이 깨져서 더 이상 쓸모없어진 상태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시에서 산산조각은 결코 무의미한 실패나 부정적인 결과만을 뜻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인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라고 말하며, 깨지고 흩어진 조각들조차도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위로해주고 있었다.

 이 시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실패하고 방황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무능하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규정짓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동기부여가 되어 열심히 노력하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자신을 깎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와의 대화, 그리고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접한 뒤로는 생각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기대만큼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무능한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내가 겪는 모든 실패와 시행착오가 나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며, 그것들은 나라는 사람을 완성해 나가는 중요한 과정일지 모른다. 또한 이러한 깨달음을 단순히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 짓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일이라도 온전히 내 의지를 갖고 꾸준히 실천하는 루틴을 세우고자 한다. 이를 통해 매일 하루하루를 내 의지로 컨트롤하며, 성장을 위한 중요한 조각들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끝으로, 위에서 언급한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 시의 전문을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산산조각」, 정호승 지음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 - 정호승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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