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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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오후 6시 30분. 이 시간만큼은 그 누구와도 약속을 잡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고, 평소와 달리 식탁이 아닌 거실 TV 앞에 펼쳐진 상에 저녁을 준비했었다. 저녁 식사 준비가 얼추 마무리 되어갈 때, 11번으로 맞춰진 채널에서는 나를 비롯해 많은 대한민국 국민의 인생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무한도전의 오프닝 울려 퍼졌다. 열 손가락을 활짝 펼친 동작과 무한도전이라는 힘찬 구호와 함께, 유재석의 능숙하고 노련한 지휘하에 한 편의 에피소드는 시작된다. 불평불만을 쏟아내면서도 팀의 맏형으로 중심을 잡아주던 박명수의 진지함, 어리숙해 보이지만 중요한 순간엔 듬직한 정준하, 거침없는 농담 뒤로 누구보다 속정이 깊은 정형돈, 항상 웃는 모습으로 때론 광기 서려 보이는 노홍철의 긍정 에너지, 철부지 막내였지만 행동력은 그 누구에게 밀리지 않던 하동훈, 팀에 스며들지 못한다는 질책을 받았지만 어느샌가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가 된 길성준까지. 이 일곱 명이 뿜어낸 시너지는 한 시간 반 동안의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며 다음 주를 고대하게 만들었고 8090 세대를 거슬러 많은 시청자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줬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사라지는 가운데, 우리는 무슨 이유로 당시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도 무한도전을 폐지된 지금까지도 그리워하고 되새기면서 그 시절을 상기하려고 하는 걸까?
혹자는 말한다. 우리의 유년 혹은 청소년 시절에 방영을 시작하여 학창시절을 공유한 무한도전은 우리와 함께 성장했기에 애뜻하다고. 혹은 누군가는 유일무이한 컨텐츠와 관찰 예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창의적인 시도로 한국 예능계 판도를 바꿨다는 의미에서 무한도전이 갖는 의의는 남다르다고 말한다. 다 맞는 말이다. 단언컨대, 나의 10대 또한 무한도전을 빼놓고 말하기에는 섭섭할 뿐만 아니라, 마냥 웃긴 줄로만 알았던 프로그램이 매 에피소드의 끝에서 던지는 예상치 못한 교훈은 당시의 무한도전을 기억하고 싶게 하는 추억 벨이였다. 하지만 그뿐일까?
짧지만은 않은 지난날을 되돌아볼 때 근래 들어 유독 드는 생각이 있다. 많은 사람이 실패할 가능성이 없는 길을 선택하며 오직 소수만이 실패를 무릅쓰고 진심 어린 도전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이는 프로젝트는 등한시할 뿐더러, 성과를 평가할 때 시행착오의 경험보다 결과에 집중한다. 실패를 경험한 이에게는 다시 도전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하는 삭막한 현실 속에서 성공이 아닌 실패할 확률이 다분한 일을 기피하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저 웃고 즐기며 보았던 무한도전은 성공을 목표로 하는 시대상 속에서, 도전이라는 목표를 두는 프로젝트들로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자 했던 것 같다. 프로와는 비견할 수 없는 짧은 훈련기간, 그리고 아마추어의 신분으로 조정과 포뮬러 원 경기에서 순위권 안에 드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고 무모해 보였다. 더군다나 다수가 선호하지 않고 생소해하던 종목(봅슬레이, 레슬링)에 도전하는 것은 시청률을 고려할 때, 도박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이런 실패 가능성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높은 장벽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도전은 단순히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어 간접적인 성취감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것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고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두고 도전이라는 외치던 우리에게 실패할 수 있다는 본능을 넘어 진정 도전이라 불릴 만한 것에 뛰어드는 용기,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할지라도 포용할 수 있는 용기였다. 그래서였을까, 무한도전이 송출되던 당시 10대였던 나에게, 지금의 내 나이였던 당시의 사회 초년생들에게,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며 함께 시청하던 우리의 부모님들에게 성공이 최우선 가치가 된 현실에서, 실패란 두 단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미뤄둔 도전에 대해 설렘이 깃들 수 있게 해줬기에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지금껏 그리워하는 이유가 아닐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가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를 넘어설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이제는 안다. 두려움으로 해보지 못했던, 미뤄두었던 도전들에 대해 비운의 주인공처럼 미련 속에 머무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일곱명의 멤버와 스태프들이 그러했듯 내 손아귀를 벗어난 것은 흘려보내자, 자연스럽게.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있겠지만 그들이 건내준 설렘으로 지금껏 해보지 못한 도전을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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