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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교:디텐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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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중
댓글 0건 조회 1,702회 작성일 25-01-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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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게임, 호러 영화 매니아들에게 대만은 매우 특별한 나라다. 특별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대만은 공포 영화나 공포 게임을 매우 잘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2020년대에도 어김없이 대만에서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호러 게임이 하나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반교: 디텐션(detention) 이라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는 영화화까지 결정되었고, 영화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큰 흥행은 하지 못했으나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영화관 자체를 잘 가지 못했기에) 세계적으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원작 게임이든 영화든 "반교: 디텐션"은 단순히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닌, 대만의 근현대사에서 매우 암울했던, 1949년부터 1987년까지 무려 38년 동안이나 지속된 대만 계엄 시기를 배경으로 계엄령 하에서의 억압과 저항, 그리고 개인의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오늘날 “백색 공포”라고 불리우는 역사적 소재를 가지고 단순히 초현실적 공포에 머물지 않고, 당시의 사회적 억압과 정치적 현실을 생생히 드러내고 있다.


영화 속 학생과 교사들은 계엄령 정부 하에 금지된 책(공산주의 관련 서적이 대표적이다.)을 읽거나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본 영화의 배경인 “추이화고급중학” 학교는 교육의 장이자 계엄령 체제의 축소판으로,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이 철저히 금지된 공간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는 장밍후이, 인추이한 등 몇몇 교사들의 주도 하에, 뜻있는 소수 학생들을 데리고 비밀 독서회를 조직하여 몰래 서적을 탐독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모임을 이끌어나가고 있었다.


주인공 “팡루이신(한국식으로는 ‘방예흔’)”은 추이화고급중학 3학년 재학 중인 여학생으로, 원래는 소위 ‘모범생’으로 불리는 학생이었으나 아버지가 외도를 하고 있음을 어머니가 사설 탐정을 통해 알게 되고 가정의 평화가 깨져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끝내 어머니는 아버지를 뇌물 수수 혐의로 정부에 고발해 아버지가 잡혀가게 되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팡루이신은 성적도 떨어지고 지각도 잦아지게 된다. 이러한 팡루이신을 걱정한 장밍후이 선생님 (이하 장 선생님)은 팡루이신을 걱정하여 따로 상담을 하게 되고, 상담을 하면서 점차 이 둘은 연정을 가지게 되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장 선생님은 팡루이신에게 이제 상담은 더 안해도 되겠다면서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이에 팡루이신은 유일한 빛이었던 장 선생님이 멀어진다는 것에 불안과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가 팡루이신은 우연히 장 선생님과 인추이한 (이하 은 선생님) 선생님의 대화를 엿듣게 되는데, 은 선생님은 소위 모범생으로 불리는 (영화에서는 아버지가 고위 공무원으로 나온다.) 팡루이신과 가까이하는 장 선생님에게 비밀 독서회가 발각될 것을 걱정하여 거리를 둘 것을 주문한다. 이 과정에서 은 선생님의 “우린 한 배를 탔다” 라는 표현까지 듣고 팡루이신은 장 선생님과 은 선생님이 서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것으로 오해하고 복수심에 눈이 멀어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팡루이신은 대화를 엿들어 장 선생, 은 선생, 그리고 자신을 짝사랑하던 2학년 남학생인 “장밍후이”을 포함한 소수 학생들이 이러한 비밀 독서회를 조직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장밍후이에게 접근하여 자신도 여기에 관심이 있다면서 정부에서 금지한 “금서 목록”을 손에 넣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를 당시 계엄 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백 선생에게 고발하게 되고, 결국 이에 가담한 모든 학생 및 교사들은 체포되어 고문 끝에 처형당하게 된다. 유일하게 장밍후이는 죄를 자백했다는 이유로 사형만은 면하여 종신형 선고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팡루이신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표창을 받게 되나, “밀고자”라는 낙인으로 인해 왕따, 괴롭힘을 당하게 되고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했던 장 선생님까지 사형을 당하게 되자 죄책감에 못이겨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내막이 한번에 나오지는 않고, 각종 공포 영화다운 여러 장치와 귀신 등을 통해서 묘사된다. 즉, 계엄령 하의 억압을 단순히 역사적 배경으로만 다루지 않고, 이를 공포적인 이미지로 형상화 하였다. 


영화에서 팡루이신이 경험하는 악몽과 환상은 그녀의 죄책감과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 괴물과 음산한 분위기는 단순히 공포를 자아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억압과 감시라는 체제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팡루이신이 자신이 배신한 이들의 영혼과 마주하는 장면은 계엄령 아래에서 억압을 내면화한 개인의 심리적 고통을 잘 드러낸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에 대한 책임과 죄책감으로 괴로워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억압적인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을 영화는 끊임없이 암시한다.


작년 12월,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뉴스 기사를 보니 이전부터 음모론 비슷하게 제기는 되었으나 아무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대통령의 계엄 선언이 있었다. 옛날과 다르게 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초연결사회를 사는 현대 시민들에게 아무런 명분도 의미도 없는 계엄령이 먹힐 리가 없었고, 당연하게도 국회의원들의 발빠른 대처 덕에 초기 진압(?)되었다. 그리고 이는 여소야대의 힘겨운 상황에서 사실상 정치적 자살이 되고 말았다.


"반교: 디텐션"은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계엄령 하의 억압적인 사회 구조와 그 안에서 고통받는 개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팡루이신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체제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상징이며, 동시에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작년에 있었던, 말도 안되는 상황이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되는 이유를 잘 보여주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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