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내가 죽으면 장례식장에 누가 와줄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박영근
댓글 0건 조회 1,789회 작성일 25-01-15 02:19

본문

영하 5도, 12월은 길거리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발이 시린, 그 어느 계절보다 추운 날씨이지만 나에게 12월은 그 어떤 절기보다 따스하게 느껴진다. 연말에 안부를 묻는다는 핑계로 한 해 동안 연락이 뜸해진 친구,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연락을 하기도 그리고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각기 다른 연유로 미뤄둔 만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순도순 작은 공간에 둘러앉아 가득 담아둔 이야기 보따리를 서로 풀고 있으면 웃음과 공감 속에서 잠시나마 걱정거리는 잊히고, 시간은 어느새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짧은 시간에 못다 한 이야기를 다음 만남에 나누기로 기약하며, 소중한 사람들과 한 해를 마무리해 온 각 해의 12월이 포근한 기억으로 나에게 추억거리로 되어 가고 있던 와중 문득 궁금해졌다. 한해의 끝이 아닌 나의 불꽃이 사그라들어 점멸되는 그 순간은 어떻게 기억이 될지, 그리고 그 장소는 어떤 사람이 어떤 분위기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러한 물음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각양각색,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지만 그 끝은 한 점으로 모이게 되니 그것은 인간이 경험할 수밖에 없는 죽음이다. 이런 죽음 앞에서 어떤 사람이 올지 궁금해하는 나를 보면서, 나는 주변인의 관심을 의식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비슷한 시간의 출근, 어김없이 비슷한 시간의 퇴근, 그리고 매번 반복해서 같은 옷을 입는다는 이유로 틀에 박힌 톱니바퀴 속을 도는 것에 나의 삶을 빗대었고 스스로의 삶을 평가절하며 정작 나의 삶에 대해서는 정성을 쏟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러면서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빅뱅으로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단 한 번도 같았던 기후가 없었다는 것에 주목하면, 지루한 일상이라 치부한 나의 삶은 반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지금 마주하고 있는 자그마한 변화는 나에게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지금 내 인생 속에서 나만의 찰나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례식장에서 누가 내 마지막을 기억하든 말든 지금의 순간 나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과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아닌 작은 변화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발견하며 사소한 나의 삶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이 끝나는 날, 그 장소의 분위기가 어떠할지 생각을 해본다면 감히 기대하건대, 미안함과 아쉬움으로 인한 눈물로 가득한 곳이 아니라 감사함과 고마움, 그리고 나와의 즐거운 추억이 나의 마지막 공간을 채웠으면 한다. 그리고 그 공간이 축제와 같이 유쾌한 순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방문한 사람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으면서, 담담하게 안녕을 말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처럼. 그렇게 누군가에게 또 다른 미소를,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어 위안이 되어주고 싶다. 삶의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는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려 해본다. 이 순간의 나를 소중히 여기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