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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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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찬미
댓글 0건 조회 1,564회 작성일 25-02-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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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리사 리드센-



 리사 리드센의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은 깊이 있는 감정선과 섬세한 묘사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노년의 주인공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가족, 사랑, 상실, 그리고 화해를 그려낸다. 잔잔한 문체 속에 녹아든 삶의 무게와 따뜻한 정서가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소설의 주인공인 보는 80대 노인으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집에서 생활한다. 그의 곁에는 유일한 가족 같은 존재인 반려견 식스텐이 있다. 하지만 아들 한스는 아버지의 건강과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식스텐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 한다. 아내 프레드리카는 치매를 앓으며 요양원에 입소해 있고, 보와 한스의 대화는 늘 어색하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보는 젊은 시절 받지 못한 애정을 아내에게서 받았고, 그런 아내가 자신을 잊어간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외롭게 만든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보가 살아온 세월과 그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그의 삶이 서서히 정리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가족과의 관계가 다시금 조명된다.


"나는 스카프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면서 타들어가듯 아픈 마음을 감은 눈꺼풀 뒤에 숨겼다." 


 아내를 향한 보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구절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아내의 체취를 기억하며 그 순간을 붙잡는 것뿐이다. 누구나 잃어버린 사람이나 사라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아가는데, 이 장면은 그러한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한스는 내가 잊고 있던 그만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 세상에는 그와 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한 눈빛."


 한스와 보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오랫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과 감정이 비로소 드러난다. 평생을 무뚝뚝하게 살아온 아버지가 아들에게 처음으로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 말 한 마디는 오랜 세월 쌓인 거리감을 허물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는 종종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말을 미루곤 한다. 이 구절을 읽으며 지금이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삶의 마지막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조용히 묻는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그리고 지나간 아픔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 이러한 보의 일상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특히, 철새가 남쪽으로 날아가는 장면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순환과 이별을 상징한다. 인간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며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철새들의 여정을 바라보는 엘리자베스는 자신 역시 삶의 한 부분으로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해야 함을 깨닫는다. 이러한 구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 삶에도 순환과 이별이 필연적임을 받아들이게 한다. 나 또한 이 부분을 읽으며 변화와 수용의 중요성을 다시금 떠올렸고, 지나간 일들에 대해 화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은 단순한 노년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가족 간의 감정,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어야 할 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을 표현하고, 과거를 후회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담백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자주 연락하지 못했던 가족들에게 전화 한 통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미루며 살아가지만,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당연히 오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지금, 바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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