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소연, "아주 사소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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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나는 호러 영화, 호러 게임을 매우 좋아하고, 이를 보면서 무서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흥미롭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곤 했다. 그런 내가 오싹한 느낌. 그것도 영상이 아닌 글을 읽으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은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제목인 <아주 사소한 시절> 을 보면 뭔가 어린 시절에서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다. 그런 내용을 기대했건만, 읽어보니 확실히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맞았다. 그것이 어른들의 일 때문에 정신이 오염되어 가는 한 초등학생의 회상이라는 것이 다르지만.
주인공 ‘나(희조)’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였던 미정이의 아빠가 투신자살을 한 것을 목격하게 된다. 서술상으론 ‘어른 같아 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머리가 깨진 시체를 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애써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미 이 사실이 알려진 미정이와 희조가 다니는 학교에서 희조는 일부러 가장 겁이 많아 보이는 아이에게 다가가 조금 과장을 섞어서 자신이 목격한 것을 떠벌리다 담임선생님께 꾸중을 듣게 된다. 이 와중에 희조는 자신이 목격한 것을 ‘은총’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매우 소름이 돋는 부분이다.
희조는 미정이와 함께 이전에 뒷산에서 놀다가 미정이가 “내가 죽기를 기도하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 라는 이상하고도 섬뜩한 말을 해 준다. 그리고 미정이 집에 놀러갔을 때, IMF 여파로 회사에서 쫓겨난 미정이의 아빠가 바람을 피우고 있고, 그런 아빠를 “X나 싫다” 라고 하면서 아빠를 죽이겠다고 말한다. 미정이의 아빠가 투신 자살하는 것을 목격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결국 미정이의 원망 섞인 기도에 의해서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한 희조는 이를 ‘은총’이라고 표현했던 것.
이후 희조는 6학년으로 올라가 영성이와 진아라는 친구와 어울리게 되고, 희조는 또 한번의 사건을 마주한다. ‘아이다’ 선생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한 수학 선생님은, 수학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대놓고 차별대우하고 망신주는 것에 대해서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었다. 희조와 그 친구들은 수학 시험에서 30점을 넘지 못해 뒤에서 1,2,3등을 차례로 하곤 했고, 아이다 선생님에게 호되게 당하고 나자 희조는 친구들에게 “이럴 바엔 죽자”라는 제안을 하고 만다. 각자 집에서 죽기로 했지만, 실제로 이를 행한 것은 다음 날 등교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은 영성이 뿐이었다. (나중에 밝혀지기를 영성이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병원 신세를 오래 지게 되었다고.) 영성이 사건 이후 학생 주임은 나머지 두 학생을 불러 모든 것을 진술하게 하고, 아이다 선생님은 전근을 가게 된다. 그리고 이후 어딘가 공허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 채 고등학생이 된 희조가 어느 옥상에서 회상을 마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소설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가정 환경이 매우 좋지 않고 부모가 겪는 풍파를 그대로 받으며 자랐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순수하고 깨끗하지만, 종종 사회적 규범이나 문화적 배경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다. 이러한 솔직함은 때로는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여겨지지만, 반대로 그들이 표현하는 진실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그들이 의도하지 않게 잔인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희조가 자살 사건을 처음 목격한 이후 학교에서 이를 떠벌렸던 행동만 봐도 그렇고, “자살하자”라는 말의 무게를 알지 못한 채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에게 제안하는 희조의 모습만 봐도 그렇다.
학부 시절 생활비 벌이의 일환으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 실험 교사 일을 1년 정도 한 적이 있다. 열정적이고 똑똑하면서 예의도 바르고 배려심 넘치는 학생도 많이 만났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과제 채점 결과를 보고 담당이었던 내게 화가 나서 “xxxx야 ㅋㅋㅋ x나 어이가 없네” 라는 메시지를 날 것 그대로 내게 보낸 (그 이후 “죄송합니다” 라고 바로 보낸 걸 봐선 실제로 보낼 생각은 아니었던 듯하다) 학생도 있었다. 아이들은 뭐든지 흡수하는 스폰지와도 같다. 그래서 주변 환경을 빠르게 배우고, 흡수한다. 이런 말을 함부로 해도 될 진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대체로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만큼 예의있고 배려있는 학생으로 자란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반면 동구 근처에서 교육을 할 때에는 유독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고. 돌이켜 보면 그렇다.
와이프 될 사람과 요새 자주 하는 이야기로 아이 교육에 대한 토픽을 요새 많이 꺼내게 된다. 나중에 와이프와 또 이야기하게 되면, 적어도 우리의 공핍된 부분을 닮게 하지는 말자고, 우리가 완벽한 부모가 되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이 소설에 나온 아이들처럼 어린 시절을 비참하고 비극적인 일로는 채우지 말자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나쁜 쪽으로 이끌지 않는 부모가 되자고 말해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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