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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 갬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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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대현
댓글 0건 조회 1,447회 작성일 25-02-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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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즈 갬빗


'It was the board I noticed first. It's an entire world of just 64 squares. I can control it. I can dominate it.'

'내가 처음에 눈길을 준 건 보드였어요. 64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상이죠. 내가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어요.'


드라마 퀸즈 갬빗은 체스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부모를 사고로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며 우연한 기회로 체스를 접한다.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 체스판 위에서만큼은 온전한 질서와 통제감을 느끼며 성장해 나간다. 하지만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독과 불안이라는 또 다른 싸움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이 인상 깊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주인공의 감정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바둑을 접했고 아마추어 1단까지 취득했다. 혼란스러운 유년기 시절, 바둑판은 나만의 세계였고, 내가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 만약 내가 패배한다면, 그건 오롯이 내 실수일 뿐이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세계에서 오로지 최선의 수를 고민하며 싸운다. 그것이 바둑, 체스 같은 보드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우리는 항상 최선의 수를 두려 노력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명확하게 승패로 갈린다는 것이다. 마치 기차를 타고 직선으로 달린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뒤돌아보면 기찻길은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You can't finesse everything all the time.'

'항상 모든 것을 다 잘 해낼 수는 없어.'


1997년, 16년간 세계 챔피언의 자리를 지킨 개리 카스파로프는 IBM의 인공지능 딥블루에게 패배했다. 이후 인간은 AI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이 말은 곧, 초일류 천재조차 매번 완벽한 수를 둘 수 없다는 의미다. 아무리 고민하고 연구해도 인간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의 인생도 결국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체스나 바둑처럼 다음 수를 고민하고, 최선의 길을 찾아가려 하지만, 모든 길이 예측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복잡한 인생에서 과연 완벽한 선택이 가능할까?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 속에서, 우리는 늘 최선의 길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인생에서 ‘완벽한 선택’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누구도 실수 없이 살아갈 수 없으며, 우리가 아무리 고민하고 분석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는 늘 존재한다. 과거에는 완벽해지고 싶었다. 실수하지 않고, 늘 옳은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알게 되었다. 완벽함을 추구할수록 오히려 더 불완전함이 눈에 띄고, 스스로를 몰아세우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결국엔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둑, 체스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한 수를 두기 직전이다. 그 순간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최고의 수를 찾는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그 선택이 최선인지 아닌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음 한 수를 또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하지만, 어떤 선택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선택 이후의 과정이다. 실수를 했더라도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어떤 태도로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가는지가 중요하다. "완벽한 삶"이라는 것은 사실 환상에 가깝다. 누구도 실수 없이 살아갈 수 없으며, 모든 일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완벽해지려 애쓰기보다, 불완전함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체스와 바둑에서 중요한 것은 한 수 한 수를 최선을 다해 두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때때로 실수를 하고 패배를 경험하더라도 다시 일어나 다음 수를 두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실수를 인정하고,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가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의 과정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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