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월간 일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박영근
댓글 0건 조회 1,442회 작성일 25-02-18 21:40

본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사랑하는 사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적절한 관계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적잖은 책을 읽고 글로 적어가며 정리를 해보았지만, 지긋하게 나이를 먹으신 노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을 발견하게 됐다. 사랑이란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장난으로 던진 낙엽에 서운함을 느끼고 그 토라진 모습에 더 장난을 치고 싶거나, 길가에 무성하게 만개한 꽃으로 어디를 바라보아도 꽃이 눈에 밟힐지언정 무심코 손아귀에 주어진 꽃다발에 그간 쌓인 섭섭함이 녹아내리고 그 웃음에 또 꽃다발을 준비하게 해주는 관계. 한 단어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사랑이란 대가 없이 보살펴주는 것이기도 하면서, 우리를 다시 유년시절의 순수한 아이로 되돌리는 힘을 가진 감정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사랑은 함께한 나의 삶을 가장 아름답고 찬란게 만들어주지만, 언젠가 마주할 이별에 그 어떤 고통보다 아려오는 것. 사랑이란 내가 쥐고 있는 안온함이 이별로 인해 잃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두 마음이 만나 서로 지탱하며 성숙하고 풍요로워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덧, 6년]

 사소한 용기로 헬스를 시작한 지 어언 6년이 지났다. 체력 단련실 내 전신 거울 속 비친 내 외관은 여전히 내가 동경하던 보디빌더들과 견줄 바가 되지 않을뿐더러, 그렇다 할 눈에 띄는 변화마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운동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도 않고, 대단한 포부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다만, 함께 운동을 시작한 친구 중 오늘도 여전히 운동하고 있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사실. 이 사실은 내일도 체력 단련실로 발걸음을 내딛는데 충분한 동기가 된다. 운동은 더 이상 내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섰다. 운동은 처음으로 오랜 기간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줬으며, 오랜 기간의 숨겨진 노력이 요구되는 연구에 임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되면서도 위로가 됐다. 누구나 그랬듯 연구를 갓 시작하였을 때, 나 역시 크나큰 꿈이 있었다. 우수한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고 싶었으며, 단기간에 수많은 성과를 쏟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깊게 탐구할 때 중요한 것은 하나의 큰 성과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끌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감히 깨달은 것은, 멈추지 않고 인내하는 것 그 자체가 수많은 경쟁자 속에서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이다. 짧은 기간 크나큰 성과를 달성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꾸준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멈추길 다반사다. 그래 내 꿈은 올림피아 챔피언 크리스 범스테드가 아니다, 어제와 같은 꾸준함으로 물고 늘어져 훗날 나의 아들이나 딸이 운동을 시작하고자 할 때,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를 유지하는 것. 그게 전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꾸준함, 멈추지 않는 것 자체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만들기에.




[방어]

 누군가와 식사를 할 때, 상대방이 원하는 음식을 먹는 것에 큰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원체 나는 특별한 음식에 대한 선호가 없다. 하지만 근래 들어 제철 음식을 먹는 재미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나를 보며 순간 깨달았다. 4 계절, 그리고 24 절기 속 상대방과 함께한 특별한 순간을 시간으로만 기억할 수 있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철에 맞는 음식과 그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이 색다른 추억거리로 회상될 수 있다는 재미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미뤄 보았을 때, 행복은 소소하고 유별나지 않은 곳에서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행복해 보이기 위해 혹은 그렇게 비추어지기 위해 나 자신을 특정한 한 감정으로 정의하고 그 기분에 머물게 하는 것만큼 미련한 행동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짧지 않은 학위과정 속 행복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과 행복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성취만를 거둬야 한다는 미련함을 버리고,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척을 하는 가면을 벗어 던지고, 날이 화창한 날 예정된 주간 일정으로 미뤄뒀던 집안일과 침구류 세탁을 해보려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놓쳤던 은은하게 나를 행복하게 해준 그 감정들, 손길이 닿지 않던 곳이 다시 단정되었을 때의 안정감과 따스한 햇살에 바삭하게 마른 이불을 덮고 누었을 때의 포근한 기분을 느껴 보려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