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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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정세랑 작가의 ‘지구에서 한아뿐‘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다름과 이해를 통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자연스레 아내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우리가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순간들이 겹쳐 보였다.
나는 꽤 이성적인 사람이다. 아들은 항상 아빠는 ‘T’야라고 말하는 걸 보면 문제를 접함에 있어 명확하게 하는 것을 너무 당연시 한다. 회사라는 사회에서 길들여진 사고 방식이 더더욱 몸에 뵈어서가 아닐까 생각되긴 한다. 문제를 만나면 해결책부터 떠올리고, 감정보다는 논리로 접근하려 한다. 반면, 아내도 이성적인 성향이 있지만, 이성과 함께 감성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아이가 어렸을 때 넘어져 울면, 나는 "이렇게 하면 다치지 않을 거야"라며 대처법부터 말한다. 하지만 아내는 먼저 아이를 안아주고, 그 순간의 감정을 받아들여 준다. 이런 차이 때문에 초반엔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서로의 방식이 틀렸다고 여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아내의 방식이 얼마나 따뜻하고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고, 그녀도 내 방식이 나름의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서로 닮아가는 거라 생각된다. 너무 힘들기도 하지만 정말 값지고 좋은 경험이며 진행형이다.
소설 속 한아와 경민의 관계도 그랬다. 경민은 인간이 아니기에 감정이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설정상 외계인이다. 하지만 한아는 그 다름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경민 역시 그녀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특히 감정 이입 장치를 사용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장면에서, 아내가 가끔 나를 보며 "당신도 내 감정을 이렇게 느껴봤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 역시 그녀처럼 경민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한아를 이해하려는 그 마음이 너무나 와닿았다. 이 소설 역시 아내가 추천해 준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최근 있었던 동덕여대 논란도 떠올랐다. 젠더 문제나 남녀 관계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 관점만을 강요하려는 태도는 대화와 공존을 어렵게 만든다. 한아와 경민의 관계처럼, 다름은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를 통해 풍요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이다. 나와 아내는 서로 닮아가며, 동시에 각자의 다름을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한다. 때로는 "엄마처럼 감정을 공감하는 법"을, 또 때로는 "아빠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도 우리와 다르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겠지만, 우리는 그것조차 존중하고 싶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경민이 떠날 때, 한아는 그와의 추억을 마음속에 간직한다. 이 장면은 나와 아내가 서로에게 남길 흔적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가 서로의 방식과 감정을 나누는 시간은 결국 흔적처럼 남아, 언젠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했던 증거가 될 것이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내가 얼마나 아내에게 배우고, 또 아내가 나에게 배우는지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사랑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이 더 깊어졌다. 사랑은 결국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 다름 속에서 공존을 배워가는 과정임을 이 책이 알려준 것 같다. 어디에서든 통하는 멋진 공식이 아닐까 생각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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