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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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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건희
댓글 0건 조회 1,548회 작성일 25-01-0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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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시절, 영화로 봤었던 "파리대왕" 이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았었는지, "파리대왕" 소설을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손이 가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이야기는 어린 소년들이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초반에 주인공 랄프는 아이들을 규합해 규칙적인 공동체를 형성하려 하지만, 곧 잭이라는 소년의 권위적이고 사냥 본능에 치우친 행동이 무리를 분열시킨다. 랄프는 봉화를 유지하며 구조를 기대하는 데 집중하지만, 잭은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짐승’을 사냥하겠다고 주장하며 힘을 과시한다. 이러한 대립 속에서 아이들은 점차 야만적으로 변하고, 그 과정에서 사이먼과 피기가 목숨을 잃는다. 이후 잭이 랄프를 잡기 위해 붙였던 불을 우연히 해군 장교가 보고 섬에 도착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인간의 본질과 문명이 무너진 상황에서 얼마나 쉽게 본능적인 야만성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캠핑을 갔을 때를 떠올려 보면, 단순한 불편함에도 서로 간의 갈등이 생기곤 했다. 화장실 문제나 음식 준비를 두고 의견 차이가 생기면서 짜증을 내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극한의 상황에 처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변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파리대왕" 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강렬하게 조명한다.


 이 작품을 읽으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설 속의 상징과 비유였다. 예를 들어, 피기의 '안경'은 단순히 시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문명을 유지하는 도구로 등장한다. 잭이 안경을 빼앗는 장면은 문명적 가치가 무너지고 야만이 지배하는 전환점을 상징한다. 대학 시절 교양 수업에서 이 작품을 분석했던 경험이 있는데, 당시 한 친구는 잭을 단순한 악당이 아닌, 두려움에 기반한 인간의 본능적인 선택을 대변하는 인물로 해석했다. 반면 랄프 또한 문명을 대표하지만, 피기의 약점을 폭로하며 군중의 동조를 얻으려 했던 행동을 통해 그 역시 완전히 선한 인물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면성은 나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했다. 만약 내가 그 섬에 있었다면, 나는 어느 무리에 속했을까? 생존을 위해 야만적인 선택을 했을까, 아니면 끝까지 문명을 지키려 했을까? 사소하게 불편한 환경들이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자극하고 본능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지 체감했기에, 이 질문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해군 장교를 우연히 만났던 마지막 그 순간, 그 때의 감정과 생각이 얼마나 복잡할지 가늠이 안됐다. 살았다는 안도감이었을까, 아니면 지난 날을 돌아보며 후회를 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들이 교차했을 것 같다.


 결국 이 소설은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선과 악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세계에서, 인간은 환경에 따라 악한 행동도 쉽게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본능적 야만성을 인정하고, 이를 억제하며 문명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문명이라는 껍질 아래 감춰진 본능을 경계하며, 우리는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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