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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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히틀러가 아직 무명 화가였고 괴벨스가 학생이었던 1916년, 소설가 블라스코 이바녜스가 발표한 소설이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책 속에 등장하는 하르트로트 라는 허구의 인물이 세계 정복을 위해 대중들을 선동했던 말들의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인데, 구체적이면서도 너무 어이가 없는 나머지 독자들은 작가의 끔찍한 상상력이 낳은 괴작이라는 평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내용은 놀랍게도 25년 뒤 현실이 된다.
예를 들면, 하르트로트는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지구상에는 장두형과 단두형 두 인종뿐인데, 전자는 주인 인종이고 후자는 노예 인종이다. 독일인이 탁월한 장두형 인종으로 아리아인의 유일한 계승자고 세계를 지배할 권리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았기에 독일은 독일 혈통이 존재하거나 우리 조상이 지배했던 모든 국가를 다시 점령해야 합니다.”
분명 말하지만, 이 소설은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도 훨씬 전에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 이론과 매우 유사하다. 블라스코 이바녜스가 발명한 하르트로트 라는 인물이 주창한 내용들을 더 살펴보면 실제 히틀러의 뒤틀린 세계 지배 욕구가 새로 고안된 것이라기보다는 이 소설을 모티브로 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든다. 대다수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외면할만한 극단적인 내용이 담긴 책이 어느 철없는 어린 화가나 학생의 손에 들어갔을 때 그들의 내면을 더욱 어둡고 잔혹하게 물들이지 않았을까 싶다.
최근, 초등학생 밴드동아리 친구들이 런치패드와 전자 드럼 악기로 랩 비트 페스티벌에서 외국 힙합과 락 장르의 음악을 능숙하게 라이브 공연하는 것을 보고 충격과 동시에 감동을 받았다. 참고로 랩 비트 페스티벌은 참가하는 가수나 관객이 20대가 많고, 장르 특성상 미성년자가 접하기에는 부적절한 내용의 노래들이 대다수여서 때로는 비판을 많이 받기도 하며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 매니아들이 찾는 그런 음악들 위주로 무대들이 구성된다. 이런 공연장에서 어린 학생들이 이런 류의 장르 음악들을 하고 있으니 걱정이 많을 법도 하지만, 의외로 반응들이 건전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노력이 큰 덕분이었다. 자세히 들어보면 각 곡들의 클라이맥스 부분이 주는 텐션과 분위기는 계속 유지하면서 선생님의 뛰어난 선곡과 디제잉 능력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바로 다음 곡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편곡된 셋리스트들이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었고, 이 와중에 비속어나 욕설이 포함된 유해한 가사는 부르지 않도록 하면서 이 문화가 주는 감동과 울림을 학생들에게 고이 전승하고자 하는 선생님의 진심 어린 마음이 있었기에 학생들이 건전하고 올바르게 이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는 의사를 잘못 만나면 목숨을 잃고, 학생은 책과 스승을 잘못 만나면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히틀러는 유년 시절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또 그의 저서 나의 투쟁에서 밝히기를, 자신이 반유대주의와 독일 민족주의에 입각한 레오폴드 푀슈라는 역사 선생님의 수업에 깊은 감명을 받은 바가 있다고 회고하고 있다. 하르트로트 이야기가 담긴 책도 누군가에게는 경각심 정도 줄만한 그저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에 불과했겠지만,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주변 어른이 부재했던 히틀러에게는 어두운 면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지 않았나 싶다.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힙합이라는 문화도 분명 어두운 면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매체에서 시청률과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요소들 위주로 편집한 장면들만 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처음 이 문화를 접하는 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비록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옅게 흐려지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Love, Peace, Unity and Having fun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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